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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훈우
대학생이 주인이 되는 공간 풀씨

풀씨로 가는 길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신촌이라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에 위치해 있건만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을 뒤로하고 좁은 골목길을 통해서 겨우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겉모습도 신촌과 다르게 수수했다. 사전에 알아보지 않고 갔더라면 보통 주택가에서 보이는 피아노 학원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내는 확실히 겉보기와 달랐다. 문을 열자마자 바스락 바스락 밟히는 자갈과 그 가운데로 난 나무 징검다리, 전체적으로 노란 낙엽색깔 분위기를 띤 실내, 중간 중간에 걸려있는 아담한 미술작품들, 그리고 왁자지껄하나 중심을 잃지 않는 차분함. 그 한쪽 테이블에 김미라씨가 무언가를 열심히 보며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풀씨지기 모두가 주인인 까페예요. 물론 보수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모두 좋아서 하는 일이죠.”

김미라씨는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해서 말했다. 풀씨지기는 풀씨 까페에서 서빙이나 운영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는 풀씨지기 모두가 똑같은 소유주이자 운영자라고 말했다.

풀씨는 풀씨지기들이 모두 주인이라는 것 말고도 특별한 것이 있었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정기적으로 공연을 열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문화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저희는 공연과 전시로 풀어나가려고 해요. 대학생들 중에는 무대에 서고 싶어도 장소가 없거나 돈이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사람도 마땅히 전시할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죠. 화랑을 빌려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대학생들에게 너무 벅차거든요. 그럴 경우 저희가 그들의 능력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요. 대학생끼리 서로 문화를 나누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그는 벽에 있는 미술작품들을 가리키며 저것들도 자신의 능력을 발산하고 싶은 아마추어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저번 공연 때에는 팬터마임을 하는 사람이 와서 공연하고 갔다고 넌지시 말해준다.

찾아가긴 좀 어렵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는 '작은 풀씨의 꿈'
찾아가긴 좀 어렵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는 '작은 풀씨의 꿈' ⓒ 황예랑
인터넷, 잡지, 봉사활동으로 발을 넓혀가는 풀씨

김미라씨는 이곳에 선배의 권유로 일찌감치 1학년 때 들어왔다. 그런데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모두 군대를 가버려서 2학년 때부터 까페를 맡아오게 되었다.

“2학년 때부터 풀씨를 총괄하게 되었어요. 풀씨지기 모두가 소유주지만 제가 특별히 총괄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어요”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무슨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고, 지금보다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더 떨어졌었죠. 텅빈 까페 안을 볼 때마다 난감하더라구요.”

그는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에 경영학 서적을 닥치는대로 읽고 까페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힘들 때마다 풀씨 동료들이 도움을 줬다는 거예요. 지금 이곳에 있는 것 모두가 돈 안들이고 한 것이에요.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배선까지 모두 다 도움 받았어요. 이 공간 처음 마련할 때 든 돈을 제외하고 여기 있는 것 모두 대학생들의 손으로 꾸민 것들인 셈이죠.”

생글생글 웃다가도 당시를 떠올리면 진지해졌다.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표정에서부터 나타났다. 그래서 실패는 없었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작년에 큰 실패를 경험했었어요. 2천만 원 정도 규모의 외부 대학음악 축제를 준비했었는데 저 때문에 무산되었죠. 체력도, 의지도 바닥나 있는 상태여서 마지막 선을 넘지 못했어요.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죠. 실패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아요. 비록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좀더 겸손해지고 겸허한 자세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이어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아직 기획단계에 있는 것인데, 잡지도 만들고. 인터넷에까지 풀씨의 영역을 넓히려고 해요.”

그는 풀씨의 영역을 차츰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풀씨에서 봉사 가는 날을 만들어 대학생들이 봉사 가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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