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월 10일 부산에서 일단의 교수들이 노무현 후보 지지를 위한 모임을 갖고 1298명 교수들이 지지 서명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지식인마저도 이런 식의 정치적 처신을 해도 되는가하는 당혹감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군사독재 시대의 교수들이 민주화 시국선언을 하는 것과 지금 시점에서 일부 교수들의 특정 정치인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그 차원이 너무나 다르다.

물론 교수들이라고 해서 특정 정치인을 집단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모인 사람 중에는 노 후보와의 개인적 인연, 정치사상적 동일성, 지역 및 대학의 이익 추구 등 다양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임이 갖는 가장 큰 대중적 메시지는 '우리 교수들이 떼지어서 노무현을 밀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노무현씨가 대통령 적격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여기서 따질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수의 교수들이 노무현씨의 출신 지역에 모여 앉아 노무현 표 몰아주기에 앞장서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차라리 도와주려면 민주당에 가입하여 노무현씨를 도와주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교수라는 사람들의 정치적 태도 표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과연 무엇일까. 중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에 대한 기대가 아닐까. 특정 정치인과 연루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지식인의 세력을 과시하는 일은 상당수 시민들의 실망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교수 사회가 정치화 된다면, 앞으로 이회창, 정몽준, 장세동, 권영길 후보 등에 대한 지식인들의 줄서기도 정당화될 것이며, 향후 지식인 사회는 특정 정치인에 줄을 대는 철새판으로 변질될 지도 모른다.

촘스키는 다소 게으르고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지식인들에 대한 사회적 대접은 지식인의 비판적 기능을 인정하는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사회의 교수와 같이 그 능력과 자질에 비해 대접을 잘 받는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및 사회 비평에 열중해야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경고를 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후보 선택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마 그들도 지금까지 내가 주장한 바를 잘 몰라서 그러한 모임을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각컨대, 지금이 그들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노 후보에게 여론을 유리하게 작용시킬 수 있는 유리한 시점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임의 의미는 정치적 모임이라기 보다는 정파적 전략 모임에 해당되는 것이며, 이러한 모임의 공익성은 반드시 폄하되어야 마땅하다.

뉴스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런 모임이 더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 지역의 교수를 불러와야 되겠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바라건대 더 이상 교수들을 그런 모임에 끌어 들이지 않기 바란다.

더 나아가서 그들이 특정후보 지지 신념을 밑에 깐 채, 그러한 모임이 공익을 위한 행동인 것처럼 가장하지 않기 바란다. 아울러 언론은 그러한 모임의 성격과 결과의 위험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이를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해 주기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