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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에 발생한 대전 '대흥동 형제폭행사건'과 관련, 해당 경찰서측이 이 사건을 경찰관의 단순 업무처리 미숙으로 종결하려 한다는 <오마이뉴스>(10월 22일 첫보도, 관련기사 참조)와 MBC 'PD수첩'(5일)의 보도 이후 엄정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출동 경찰관의 '직무유기'인지, 아니면 '업무처리 미숙'인가 여부를 밝힐 검찰의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사건수사와 관련해 검찰, 경찰 주변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면서 검.경의 이번 사건 처리에 대한 시민들의 눈길도 예사롭지 않은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현재까지의 취재를 종합, 이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경찰측간의 쟁점 네가지를 재정리해 보았다.

▲ 조수석 창문을 통해 가해자에게 '싸움났냐'고 물었던 지점(검은색 차량)과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서 있었던 지점(우측남자)을 시연해 보았다. 최대치를 적용해도 양자간 거리는 1.5M-2M로 나타났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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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집단폭행 방치한 이유는?

쟁점1 : 경찰 늑장출동 이유 있나?

▲ 폭행 현장 약도. 폭행장소라고 신고한 지점(고씨본가식당)- 실제 폭행장소(그린파크 여관)- 최초 폭행이 일어난 지점(온돌파크)-출동 순찰차가 경찰차가 서 있던 지점 등을 그려 보았다.
ⓒ 심규상
폭행사건은 지난 10월 13일 밤 11시 경 일어났다. 그리고 최초 신고는 밤 11시 12분. 충남지방경찰청 112 지령실로 익명의 여성이 "사람 한 명을 누가 폭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와 피해자 일행과 마주친 때는 그로부터 20여분 뒤인 밤 11시 30분 경. 신고한 지 20여분이 지난 뒤 현장에 나타난 경찰에 대해 피해자측은 늑장출동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늑장출동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밤 11시 12분에 최초 신고를 받았지만 대흥동 파출소에 출동지령을 내린 시간은 11시 15분. 그리고 순찰차가 신고 받은 폭행지점인 "대전 중구 문창 1동 10-59번지"(해장국집)에 도착한 것은 11시 20분이라는 얘기다.
다만 신고자가 폭행지점을 잘못 신고하는 바람에 주변을 헤매다 시간을 허비해 가해자와 피해자 일행과 늦게 마주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현장 확인결과 실제 폭행지점(그린파크 여관 앞)과 신고지점(해장국집 앞)은 불과 40여M 떨어진 지근거리로 밝혀져 신고자가 사건 장소를 잘못 신고해 폭행현장을 찾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피해자 이인범씨는 순찰차가 밤 11시 20분경 폭행현장을 찾지 못하고 지나치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1차 출동지령이 인근 부사동 파출소에 떨어졌으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대흥동 파출소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즉 경찰이 신고지점을 중심으로 주위를 유심히 둘러 보았다면 최초신고시간으로부터 최소한 10여분 뒤에 폭행 당사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

쟁점2 : 폭행현장 왜 그냥 지나쳤나

▲ 폭 4M도로. 순찰차가 정면방향으로 진행하는 상태에서 우측 화분쪽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 심규상
경찰이 폭행현장에서 가해자 일행과 마주쳤음에도 현장을 그냥 지나친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 여부를 둘러싼 최대 쟁점이 된다.

피해자 이씨는 "112 순찰차가 조수석 창문만을 내린 채 폭행 가해자에게 '싸움 났냐'고 물었고 '별일 아니다'고 대답하자 가해자의 말만 듣고 순찰차를 전진시켜 조수석 앞으로 달려나가 '살려달라'고 외쳤고 얼굴과 옷이 피범벅이 된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처음에는 가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가해자가 피해자 이씨를 몸으로 가리는 등으로 보지 못했고 '살려달라'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반박하다 최근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는 "이씨를 봤지만 피를 흘리고 있지 않아 폭행 피해자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피해자 이씨는 순찰차가 도착하기 전 코뼈를 발로 채여 피를 흘리고 있었고 가슴부위까지 옷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쟁점3 : 객실 왜 안 뒤졌나

▲ 피해자에의해 폭행직후 가해자들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지목된 여관(우측 나란히 3곳)
ⓒ 심규상
논란은 폭행이 끝난 직후인 밤 11시 50분경으로 이어진다. 피해자 이씨는 출동한 경찰들에게 범인들이 근처 여관으로 들어 가는 것을 봤다며 객실을 뒤지면 붙잡을 수 있는 상황임을 알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카운터에 투숙 여부만을 물은 뒤 범인들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 이씨는 경찰이 "범인 검거를 꺼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특정 여관에 범인이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야기만으로 객실을 함부로 뒤질 수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은 또 "실제로 범인들은 부근 여관에 투숙하지도 않았고 다른 곳으로 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박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가해자 이씨가 평소 피해자 이씨가 지목한 사건현장 부근 모 여관을 단골로 이용해 왔으며 사건이 일어나기 몇 시간 전에도 이 여관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피해자 이씨 또한 "폭행 도중 근처 여관에서 휴지를 들고 나왔고 폭행 직후 가해자들이 근처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순찰차가 다시 출동한 사건직후인 밤 11시 50분 경부터 12시 경까지 가해자들이 여관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직후 곧바로 사건 현장 부근을 벗어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쟁점4 : 출동 경찰-가해자 어떤 관계인가

▲ <오마이뉴스>가 출동한 경찰이 조수석 창문을 통해 가해자에게 '싸움났냐'고 물었던 지점과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서 있었던 지점을 측정했다. 최대치를 적용해도 양자간 거리는 1.5M-2M로 나타났다.
ⓒ 심규상
피해자측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와 모종의 관계가 있어 적극적인 조처를 꺼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측은 그 근거로 가해자가 전과 10범인데다 이중 절반이상이 폭력전과인 점을 들고 있다. 피해자는 또 가해자가 폭행현장 부근 여관에서 2년 넘게 장기투숙 해 왔고 해당 경찰도 부근을 2년 이상 순찰해 온 점, 가해자가 폭행현장 부근에서 모 단란주점을 운영해온 전력이 있는 점, 출동경찰이 사건 발생직후 몇 시간이내에 범인을 지목해 낸 점, 가해자가 순찰차가 온 것을 알고서도 아랑곳 없이 폭행을 계속한 점 등도 서로의 관계를 의심하는 정황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피해자 이씨는 폭행을 당한 직후 객실을 뒤지자고 하자 경찰이 '안면이 있는 애들이니 곧 잡을 수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점도 그 근거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동네에 사는 자들이어서 안면만 익은 정도일 뿐 이름도 몰랐다는 것. 경찰은 또 안면이 있다는 것도 그 지역 주민이다 보니 순찰을 돌며 본 기억이 있어 얼굴이 기억날 정도일 뿐이지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해당 대전 중부경찰서는 사건을 단순 업무처리 미숙으로 종결짓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 당시 현장 출동 경찰관 두 명을 각각 관내 다른 파출소로 전보발령(10월 31일)했다.

하지만 대전중부경찰서 이석화 서장은 MBC TV PD수첩 방영이후 논란이 다시 일자 11월 6일 '주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경찰로서 당시상황을 논하는 것은 잘못된 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 해당 경찰관은 수사가 종결되는대로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대전지검은 현재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러 당시 정황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피해자 가족들이 제기한 직무유기건에 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여러 쟁점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까.

한편 지난 10월 31일 가해자 2명이 자진출두해 추가 검거 됐으나 피해자가 폭행 가담자로 지목한 나머지 한 사람은 여전히 검거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 중 한사람인 이인범씨의 동생 이인성씨 또한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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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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