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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대생인수 계약에 서명하고 있는 데이비드 크랙 맥콰이어 서울지부 CEO, 박종석 한화그룹 부회장, 박승희 예금보험공사 이사, 요시아키 이시다 오릭스 부회장
한화의 대생인수 계약에 서명하고 있는 데이비드 크랙 맥콰이어 서울지부 CEO, 박종석 한화그룹 부회장, 박승희 예금보험공사 이사, 요시아키 이시다 오릭스 부회장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인수 자격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한화그룹의 대한생명(이하 대생) 인수를 위한 본계약이 28일 우여곡절 끝에 체결됐다.

특히 이날 오후 4시에 예정됐던 예금보험공사와 한화 컨소시엄쪽 사이의 인수 계약은 대한생명 노동조합의 반발로 비밀리에 행사장을 옮기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후 3시40분께 대한생명 노동조합(임우상 위원장) 소속 조합원 7명은 본계약 체결이 예정된 서울 중구 롯데호텔 36층 회의장에 도착, 한화 김승연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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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화의 대생인수 계약장소였던 소공동 롯데호텔 36층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한생명 노조원들
당초 한화의 대생인수 계약장소였던 소공동 롯데호텔 36층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한생명 노조원들 ⓒ 오마이뉴스 공희정
대한생명 조합원들은 ▲ 단체협약 및 고용승계 확약에 대한 공식 표명 ▲ 재부실을 차단할 수 있는 '부실방지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 및 즉각 가동 ▲ 조합의 경영참여 및 감시기능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결성 동의와 지분 5% 조합에 양도 ▲ '집단성과급제도' 내년 실시 ▲ 매각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주 5일제 근무제도' 조기 실시 ▲ '사내근로 복지기금제도' 시행을 위한 출연금의 조기 구성 등을 요구했다.

임우상 대생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4500여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생 노조의 예상치 못한 회의장 점거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와 한화 컨소시엄쪽간의 본계약 체결은 인근 서울 프라자 호텔로 급하게 변경됐다.

예정된 시각보다 30여분이 지난 4시 30분께 호텔에 도착한 예금보험공사의 박승희 이사와 한화 박종섭 부회장 등 컨소시엄관계자 4명은 대생 지분 51%를 컨소시엄쪽에 넘기는 내용의 본계약에 서명했다.

한화 컨소시엄쪽은 앞으로 1개월 이내 대생 지분 51%에 대한 총 매각 대금 중 절반인 4118억원을 입금해야 되며 나머지는 2년 후 지급하게 된다. 본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한화쪽은 대생의 임원진을 재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인수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대생의 임원진은 상근이사 7명으로 구성되며 예보가 상근 감사를 지명하고, 남은 6명은 한화, 오릭스, 매쿼리 등이 지명한 인사로 채워질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사외이사 7명도 함께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계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주최쪽인 예금보험공사와 한화컨소시엄쪽은 노조에 계약장소가 유출될 것을 우려,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기도 했다.

결국 예정됐던 시각을 넘기는 가운데 주최쪽이 계약 장소가 프라자호텔로 바뀐 사실을 알리지 않아 현장 취재기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앉아서 쓴 '현장기사'와 무더기 오보

28일 오후 3시 45분, <연합뉴스>는 '한화-예보, 대생매각 본계약 체결'이라는 제목으로 경제면 속보 기사를 인터넷 등에 실었다.

'예금보험공사와 한화컨소시엄이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생 지분 51% 매매를 골자로 하는 본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기사의 주 내용이다. 물론 이날 오후 4시에 있을 한화의 대생 본 계약을 앞두고 15분 일찍 쓴 예고기사다.

하지만 이같은 <연합뉴스>의 예고와는 달리 '한화-예보간 대생매각 본 계약 체결'은 제때에, 또 예정된 곳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시간은 30여 분이나 늦춰졌고, 장소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이 아닌 인근 플라자호텔로 바뀌었다.

기사의 중요한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인 '시간과 장소'가 틀렸지만 끝내 기사 내용은 수정되지 않았다.

물론 이날 본 계약 체결 장소에는 일간지 사진기자와 방송사의 ENG카메라 기자들은 보였지만 취재기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편 29일자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도 보도자료를 근거로 한 무더기 오보를 양산해 냈다. 당시 취재기자들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변경된 장소(플라자호텔)에서 취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조선경제는 자사 사진기자의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지만 사진설명에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본 계약이 체결됐다'고 했고, 한겨레와 대한매일 또한 단신기사를 통해 '서울 롯데호텔에서 본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한술 더 떠 본 계약 후 대담장소였던 '파이낸스 호텔에서 본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앙경제는 자사 사진기자의 사진과 함께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본 계약이 체결됐다'고 정확히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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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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