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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세환
MBA라 불리는 미국 명문 대학의 경영학 석사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어디를 가도 출세의 지름길로 인정받는 학위다. 때문에 미국의 경영 전공 대학들, 이른바 비즈니스 스쿨들은 해마다 엄청난 돈을 들이며 대학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얻고자 노력한다. 졸업생의 평균 수입을 늘리는 것, 졸업생 1인당 들어오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 교수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 비율을 늘리는 것 등이 미국의 비즈니스 스쿨이 명망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하는 노력들이다.

미국의 대학에서 보여지듯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란 고유학문의 질적 발전과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희대 영문학과 도정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대다수의 기초학문 연구자들은 거의 폐인의 입장에 처해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 교육정책만 있을 뿐, 학문 정책이 없어서 대학에서의 진지한 연구를 통한 질적 발전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는 말속에서 이러한 경향성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 임세환
학문 고유 영역의 파괴는 복수전공 및 다전공의 확산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경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은 대학생들이 2개 혹은 3개의 전공을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다전공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다전공을 하는 대학생들이 즐겨 듣는 전공수업은 경영학, 영문학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문들이다. 경쟁력 있는 학과의 졸업장이 일종의 취업 자격증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앞으로 각 대학의 전공ㆍ계열별 취업률을 매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쟁력 있는 학과들은 학문적인 성과 없이도 이미 인정된 이름값을 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반면에 대다수 전공학문은 학문의 발전을 위한 투자도, 비전도 바랄 게 없다.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 속에서 대학 전공학문의 질적 발전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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