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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명진
공부하고 싶은 대학 1·2학년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전공만족도 조사에는 기초학문 전공 학생 24명과 응용학문 전공 학생 28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배운 전공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기초학문(16명), 응용학문(17명) 모두 70% 가까이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학문으로서의 발전이 없고 깊이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답에 기초학문(9명)과 응용학문(8명) 다수가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전공이 사회 진출시에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라는 답에도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3명씩 동의해 대학생들이 학문적 깊이 없는 전공에 불만이 많은 한편, 전공 만족의 기준으로 경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이런 시각이 전공을 다양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초학문 전공 학생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명의 학생이 전과, 복수전공, 부전공 등을 희망했다. 이런 수치는 응용학문(8명)보다 많은 것이어서, 역시 전공에 대한 불만은 기초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더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경희대 사학과의 경우에는 1학년 학생들의 전과율이 해마다 평균 50%를 넘어서 학사 내규와 별도의 전과 기준을 설정해 학생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하지만 비인기학과로 분류되는 국문과·사학과·철학과 등에서 1학년의 전과율은 좀처럼 줄어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전과나 복수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체 전공은 경제·경영 등이다. 기초학문 전공자 중 8명, 응용학문 전공자 중 3명이 대체 전공으로 경제·경영을 선택했고, 그 이유로 ‘학문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사회 진출시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건국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조영준 씨는 “밥벌이가 안 되는 전공이 무슨 소용이 있나? 전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없어져도 된다”라며 노골적으로 세태를 표현했다.

대학의 전공이 학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대학생들에게도 학문의 경쟁력만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지금의 대학 전공이 학문으로써의 기능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능도 하지 못한다’라는 비관적인 생각에 동의하는 기초학문 전공 학생은 전체 응답자 15명 중 13명에 달했다.

3·4학년은 말한다, 대학교육의 목표는 오직 취업

ⓒ 임세환
학년이 높아질수록 전공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진다.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에서 29명씩 참여한 3·4학년 전공만족도 설문조사에서 기초학문의 22명, 응용학문의 18명이 ‘전공학문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4학년 학생들은 ‘전공학문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취업을 결정하는 요인은 전공학문에서 배운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초학문 전공자 중에서 전공학문에서 배운 내용이 취업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영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13명, ‘대학과 전공의 문패’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12명이었다. 응용학문의 경우에는 그래도 ‘전공학문에서 배운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8명)이 적잖아서, 기초학문의 현실 적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업 이후에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기초학문은 21명이 ‘아니다’라고 답한 반면에 응용학문은 17명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전공에 대한 불신은 한번쯤 대학원을 생각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초학문 전공자 중 21명, 응용학문 전공자 중 15명이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다. 기초학문 전공자들은 대학원에서 경쟁력 있는 다른 학문을 배우는 게 목적이고, 응용학문 전공자들은 심화 공부가 필요해서다.

'전공학문은 단지 대학을 졸업하기 위한 필수 코스일 뿐’이라는 생각이 대학생들에게 지배적이다. ‘무엇을 배웠는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돈벌이가 확실히 보장이 되는 전공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대학에 투자한다. 결국에는 ‘자신이 무엇을 전공했는가’에 따라서도 서열을 매기는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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