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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챌 커뮤니티의 유료화를 선언한 전제완 대표이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유료화는 과연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인가.

지난 10월 4일 ㈜프리챌(www.freechal.com, 대표이사 전제완)의 '커뮤니티 서비스 유료화 선언'으로 인해 인터넷업계가 '유료화 논쟁'에 휩싸였다. 프리챌의 유료화 선언은 네티즌들뿐만 아니라 인터넷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리챌은 이번 유료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내부적으로도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했다. 160여 명이나 되던 직원의 35%인 50여 명을 감축했다. 그 때문인지 2,3층을 쓰고 있는 프리챌 사무실 곳곳에는 전원이 꺼진 컴퓨터가 놓인 빈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전제완(40) 프리챌 대표이사 사장을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0월 15일 직접 프리챌에 장문의 편지를 띄워 독자들에게 유료화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편지에서 "좀더 안정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을 벤처업계는 맞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했고 이 수익은 다시 그 미래를 대비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될 것"이라며 "가장 좋은 소프트웨어와 시설 인프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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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갑자기 유료화 결정을 내린 이유는?
"지난 3년 동안 프리챌에 800억 투자를 했다.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년 반 동안 한없이 무너져내렸다.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대기업들이야 하다못해 부동산이라도 매각한다지만 우리와 같은 벤처는 매각할 부동산도 없다. 유료화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이다."

- 시장상황이 그렇게 나쁜가.
"좋은 아이템(소프트웨어)으로 투자를 받아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더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을 개선하는 모델이 최선이다. 그러나 시장 자체가 어렵다. 펀딩이 안 된다. 예전에는 회원수가 많거나 소프트웨어가 좋으면 됐는데 이제 안 통한다. '돈을 벌면 돈을 주겠다'라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젠 시장마저 불안정하다. 후발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에도 올라가지 못한다. 기관 투자가들이 투자한 회사들도 돈을 못 버니까 역시 돈 나올 곳이 없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죽어가고 있다."

- 프리챌의 재정상태는 어떤가.
"프리챌은 자기 자본만 410억이다. 물론 주식화된 납입자본 분은 65억이다. 이런 자본으로 지난 2년 동안 투자하는 기간에는 영업손실이라기보다는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어쨌든 그것이 재무재표상에서는 손실로 나타난다. 부채비율이 40% 정도인데 재무비율이 매우 건전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투자만 할 수는 없다."

- 국내 시장상황에서 인터넷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 한참 '한글과 컴퓨터' '매디슨' '미래산업' 등 일부 붐이 있었다. 이번 정권이 들어오면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정책이 '벤처'란 이름으로 정보통신 분야의 업체를 키웠다. '대박의 꿈'으로 코스닥이 형성됐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과 대기업의 돈들이 이탈하고 있다. 하부의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너무 단기간에 빨리 성장했다가 그것이 꺼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국내 시장의 전망은?
"거래소시장이라는 것이 3년 평균 이익을 내야 하고 내리 흑자를 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어렵다. 7∼8년 정도 흑자를 낸 기업이 거래소에 올라가는 것이 좋겠지만 3∼4년만에 승부를 내야 한다. 실상 정보통신 업계에게 안 맞는 시장이었다. 어찌 봤을 때 우리나라도 거품이 빠지는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 시장을 통해 일부 기업 퇴출이 진행될 것이고 사람들도 코스닥 시장이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을 갖게 될 것이다. 아마 1∼2년 지나면 이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짓기가 쉽지 않으니까 어차피 정보통신 쪽으로밖에 갈 수가 없다."

▲ 전제완 사장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CEO로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죽기를 각오했기에 살 것"

- 지난 15일 프리챌 로그 화면에 직접 장문의 편지를 썼다. 뭔가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프리챌은 처음에 이메일로,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미국 시장 구조를 연구하고 배워와 나름대로 과학적 접근에서 사업을 펼쳤는데 '날개 없이 추락하는 시장'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한없이 무너지는 코스닥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정보통신 시장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상도>에서 거상 임상옥이 스승으로부터 받아든 첫 번째 비책을 손에 쥐고 있는 심정이다. '살려고 한다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한다면 살 것이다.'"

- 유료화를 놓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지난 4월부터 유료화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의견은 분분했다. 결국 CEO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좋은 상품을 가장 빠르게 제공하는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 다른 인터넷 업체들의 반응은 들어봤는지.
"직접적으로 만나 '유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업체간에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다."

- 최근 '프리챌유료화를반대하는모임' 등 안티사이트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은 직접 살펴보고 있는지, 또 직접 살펴본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은?
"언론에서는 유료화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다수라고 보도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유료화에 힘을 실어주는 네티즌들도 많다. 사실 유료화 선언 후 프리챌은 주목을 받기보다 네티즌들에 의해 주먹(?)을 많이 받았다. 이번 유료화 결정에 비판을 하는 것은 좋지만 욕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프리챌은 '아바타' 등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지 않았나.
"프리챌은 현재의 커뮤니티를 완성도가 높게 운영될 수 있는 개발기간을 3년으로 잡았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시장 상황이 너무 나빴다. '아바타'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원래 계획은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려 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바타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혀주고 야구구단의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의 결정권자들이 '아바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바타를 유료화했던 것이다."

- '아바타'를 통해 수익을 얻었을 것 아닌가.
"생각해 봐라. '아바타'라는 것이 의식주에서 의(衣)에 해당한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추우면 옷을 사서 입는다. 시간이 지나면 옷이 낡으면서 해져서 옷을 사 입는다. 또 유행에 따라 옷을 구매해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장을 한다. 그러나 아바타는 그러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추운 겨울이 왔는데도 런닝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여름에 더워 죽겠는데도 코트를 입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아바타의 옷은 떨어지지 않고 영구보존이다. 초기에 궁금해서 아바타에 옷을 사서 입혔지만 갈수록 그 기능은 떨어지고 있다. 또 다른 궁리도 했다. '아바타'의 캐릭터 사업이다. 이것도 결국 안됐다. 아바타가 개인화된 데다가 캐릭터처럼 '혼'이 없기 때문에 상품으로서는 가치가 없다. 캐릭터 산업으로 가기 어렵다.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달리 큰 산업으로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바타'를 만들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말은 거짓이다. '아바타' 수익은 일시적이다. 수익에 기여한 면도 있지만 기업이 쓰는 지출을 채우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 수익창출의 어려운 점은?
"인터넷 업계라는 것은 비용이 다 대동소이하다. 인건비 및 부대비용, 나머지는 서버비용, 통신비... 이외에 마케팅비용이 있다. 요즘 기업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 실제적으로 부가서비스를 가지고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너희, 아바타로 떼돈 번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된다. 프리챌 수입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 프리챌은 한 달에 13억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회사인데, 이를 채울 수 있는 수입을 찾기가 어렵다."

▲ 전제완 사장은 "네티즌을 믿는다"면서, 오는 11월 14일 시행될 '프리챌 커뮤니티 유료화'를 통해 "결국 '공생(共生)'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커뮤니티는 공동체다"

- 이번 유료화 결정에 있어 네티즌들은 기본 취지는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회원들과 충분한 대화 없는 일방적인 결정'에 비난을 하고 있다. 나아가 회원들의 추억을 담보로 유료화하는데 문제를 제기하는데.
"회원들과 사전에 충분히 대화를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렸지만 사실 현실적인 방법이 없었다. 커뮤니티 마스터들을 만나 무엇이 필요한지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전기, 수도, 전화 요금 등 공공요금의 경우 유료화하고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통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경쟁 상대가 있기에 무료로 하던 것을 유료로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나. 지금 마스터 모임에 있는 사람이들이 합리적인 안이라고 내놓는 안을 받아들이면 지금의 현재 구조보다 더 나빠진다."

- 유료화 금액을 3000원으로 한 이유는.
"최하의 금액을 만들어낸 것이 3000원이다. 원가 개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프리챌은 지금 400메가를 개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400메가에 메일 용량 100메가를 더해 500메가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에 400메가에 50만명이 들어온다고 보자. 그럴 때 200테라바이트의 용량이 필요하다. 물론 다 쓰진 않는다. 요즘 은행에서 쓰는 안정성 있는 시스템은 1테라바이트당 거의 4억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 우리 같은 업체의 경우 가격을 낮춰 쓴다 해도 테라바이트 당 6∼7천만원 정도 든다. 최소 120억 이상이 필요하다. 기존에 들어오는 광고도 받지 않고 운영할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3000원도 적자일 수 있다."

- 그렇다면 유료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할 계획인가.
"이제는 '마스터'에게 엄청난 양의 용량이 제공된다. 앞으로 제공될 서비스에 대해서 다 발표하고 유료화하지 않았냐는 비판도 있다. 네티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무료로 했던 것을 유료로 한다는 자체가 화가 나는 것이다. 이런 네티즌에게 지원정책을 말해봤자 이해하지 못한다."

- 네티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마치 기업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난 것처럼 격분한 상황인데, 현실을 인식해주길 바란다. 지금의 문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평가해줬으면 한다. 특히 프리챌의 '마스터'는 절대군주다. 양질의 서비스를 마스터에게 제공할 것이며, '공동체 의식'을 갖길 바란다. 커뮤니티를 작은 국가로 봤을 때 회원들은 국민이고, 마스터는 군주다. 마스터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봉사자로서의 군주가 돼야 한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왔던 마스터가 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100명의 회원들이 30원씩만 내더라도 운영이 될 수 있다. 십시일반 힘을 모으는 노력이 '공동체 의식'이다. 지금 이런 생각을 가진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 프리챌에서 현재 등록·운영되는 커뮤니티의 규모는 얼마이며, 유료화 선언 이후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커뮤니티의 숫자는 얼마인가.
"프리챌 커뮤니티는 112만여 개가 있다. 이중에 현재 2만여개의 운영자가 유료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굉장히 고무적인 숫자다. 침묵으로 유료화에 찬성하는 건전한 2,30대가 프리챌의 주인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다수'가 우리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믿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스터와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천일 동안 함께 그려나간다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믿는다."

- 앞으로 어떤 프리챌을 만들어나갈 계획인가.
"미래는 인터넷이 생활이 된다. 현재의 커뮤니티가 인터넷 공간만의 커뮤니티가 아닌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각종 요금 납부, 실생활 예약 시스템, 정보 교환 등 낭비되는 시간을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2∼3시간에 해결할 일을 단 몇 분에 해결하는 등 개개인의 생활에 비용·시간 절감을 가져오는 자동화된 공동체, ON과 OFF가 조화되는 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다. 프리챌은 '커뮤니티'라는 한 분야에 대해서만 최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프리챌은 국내에서 경쟁자를 찾지 않을 생각이다. 빠른 시일 내에 세계화를 통해 커뮤니티를 묶어 세계 어디서든지 프리챌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서비스를 나눌 수 있는 기업을 만들 계획이다."

전제완 사장은 이번 유료화가 '공멸(共滅)할 것 같지만 공생(共生)'할 수 있는 길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프리챌 커뮤니티의 유료화 운영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20여일 남아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든 전제완 사장의 믿음대로 네티즌들이 프리챌을 버리지 않고 살릴 것인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전제완 프리챌 대표이사가 쓴 편지글 전문내용. 

안녕하세요
프리챌 대표이사 전제완입니다.

먼저 그 동안 프리챌을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갑작스러운 프리챌 커뮤니티 유료화 발표로 많은 당혹감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사전에 협의치 못하고 갑자기 발표하게 된 점, 
회사를 대표해서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올립니다.

프리챌은 1999년 4월 15일 설립되었습니다. 
약 8개월 간의 커뮤니티 인에이블러(Community Enabler)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쳐 
2000년 1월 1일, 프리챌(FREECHAL)은 여러분들이 '자유(FREEdom)'와 '도전(CHALlenge)'이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프리챌 서버에 전원을 넣고 처음으로 고객님을 맞이한 1,000일 전의 마음을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막대한 서버 확충 및 개발 비용(약 800억 원)을 조달하며 
좋은 커뮤니티 개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묵묵히 서비스를 지켜내어 프리챌을 이용하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만이 회원님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여기고 고집스럽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분께서 언론을 통해 알고 계시듯이 
국내 벤처기업은 현재 자금 조달이 무척 어려운 현실을 맞고 있습니다.
좀 더 안정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을 벤처업계는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좋은 서비스의 개발을 가슴 아프게 뒤로 한 채 
지금까지 많은 수익모델 발굴을 위해 수많은 시도와 도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분들을 혼란에 빠뜨리게도 하고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리챌은 일찍 시작하지도 못했고, 좋은 시절에 충분한 투자를 받아 두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때론 새벽까지 사무실을 밝히며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와 서버 및 시설의 확충, 유지비용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을 고민하여 왔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초거대 용량의 데이터베이스와 어마어마한 서버 시설들을 바라보면서 
한시라도 에러가 날까 노심초사 지켜보아 왔던 프리챌이었습니다

오늘 프리챌이 이렇게 고객님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과정을 이해해 준 고객님의 넓은 이해가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화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님께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좀 더 내 즐거움을 위해서는(More fun), 좀 더 내 돈을 벌게 해 주는(More money) 서비스에는 
많은 부분 유료화가 되어 왔고 고객님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인터넷의 정수라 할 개인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주는 양질의 서비스(More convenience)에는
유료화라는 선언 그 자체가 기업의 존폐가 될 만큼 멀고 험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무료 서비스를 하는 많은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하고 있고 
무료 서비스를 통해 회원을 모으고 부가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현재까지의 인터넷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으로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챌은 IT(Information Technology)와 인터넷을 통해서 
개인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주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을 업(業)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개발해 여러분에게 선보인 서비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세계적인 품질 및 경쟁력을 갖추고 명실상부한 최고의 품질로 고객님을 모시기에는 
아직도 많은 투자와 개발이 있어야 합니다.
더 많은 연구와 개발로 더욱 더 고객님께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만 
프리챌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챌은 광고, 전자상거래, 아바타 및 부가 서비스가 핵심이 아닙니다.
프리챌은 유통회사도 아니며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도 아닙니다. 
프리챌은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공급하여 고객님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나아가 고객님이 손수 만들고 키워 온 사이버 세상을 보호하고 아름답게 만들도록
지원할 의무를 가진 회사입니다.

비록 부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달성하였다고는 하나 
무리한 광고의 삽입, 경쟁력의 향상보다는 흥미 위주의 서비스 개발 
그리고 기술 개발이 담보되지 않는 각종 이벤트의 전개 등으로 
고객님의 불편함을 초래함은 물론 세계적인 기술 개발과 성장이라는 
벤처기업 본연의 임무도 충분히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 기업의 경쟁자는 국내가 아닙니다. 세계입니다.
기술과 자본, 막강한 마케팅력을 보유한 세계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어야 하는 시장입니다.
우리의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커뮤니티 천국(天國)을 건설하여 세계 일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어려운 IT업계와 협소한 국내시장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라는 절박한 환경 인식도 있었습니다.

프리챌은 국내 및 해외의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회사도 아닙니다.
오로지 스스로 남아 홀로 성장한 가장 벤처다운 기업이고 
지금껏 무척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해 왔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객님의 사랑과 질책 그리고 고객님께서 건설한 커뮤니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의 표현이 능숙하지 못하여 해야 할 말인데도 수줍어 하다가 못해서 
질책을 듣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하였습니다.

안정적인 서비스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정말 열심히 전직원들이 일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데이터와 추억을 지키기 위해 싸구려 장비와 시설을 멀리 했고
그것을 원칙으로 여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서버에 전원을 넣고 처음으로 고객님을 맞이한지 1,000일이 되었고, 
천만 명의 회원님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먼저 시작하거나 뒤늦은 유사한 많은 서비스들이 프리챌을 흉내내었습니다. 
프리챌은 커뮤니티 서비스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사라져가고 
남은 회사들은 끼니를 연명하며 막연히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만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공든 탑이 사라질까봐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주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프리챌은 프리챌만의 강력한 서비스인 커뮤니티와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정정당당하게 
세계의 인터넷 시장을 향해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프리챌이 단순히 이익만을 위하여 유료화를 실시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앞으로 인터넷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했고
이 수익은 다시 그 미래를 대비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될 것입니다.
프리챌은 가장 좋은 소프트웨어와 시설 인프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프리챌 회원님과 사회로 환원하겠습니다.
프리챌은 세계화를 통해 한국이 낳은 자랑스런 인터넷 서비스로 거듭나고
우리의 손으로 건설한 사이버 세상의 중심은 여러분이라는 자부심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말재주가 없어 무뚝뚝하게 그 시작을 고객님들께 알렸습니다. 
좀 더 세련되게 알려드리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하루 아침에 돈 한번 벌어 보자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마 돈을 챙기겠다고 생각했으면 돈 많은 대기업에게 매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리챌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하여 회사의 운명을 걸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투자가 없는 인터넷 기업은 이젠 세계 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많은 조사와 의견들과 고민을 통해 내려진 
프리챌 커뮤니티 유료화는 이제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분들께 여쭈어볼 수 없었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다시 한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리챌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되었던 회원님들의 정말 소중한 추억들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혹은 아기자기한 무료 서비스에 끌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실 회원님들도 계실 것입니다.
혹은 프리챌을 사랑했기에 앞뒤 설명 없는 갑작스러운 유료 정책에 화가 나서 떠나는 고객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늘 마음의 문을 열고 계시다가 프리챌 커뮤니티의 가치를 인정하시어 
다시 찾아 오실 땐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땐 다시 한번 저희의 소중한 고객님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터넷 소프트웨어인 
'프리챌 커뮤니티'를 다시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커뮤니티란 것이 회원 활동이 가능한 게시판, 자료실 정도의 서비스가 
결코 아님을 프리챌은 경험을 통해 알았습니다. 
깜찍한 아이디어, 단지 따뜻해 보이는 감성적인 분위기만으로는 
인터넷 서비스의 총아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유지해 낼 수 없으며 세계와 경쟁할 수 없습니다.

프리챌과 한국 인터넷의 저력과 미래 성장을 믿어 주셨거나 
아직은 못 미덥지만 등에 떠 밀려 남았다고 생각하시는 많은 회원님들! 
이젠 단지 회원으로서가 아니라 프리챌의 핵심 상품을 사용하는 고객님으로서
적어도 세계에서 제일가는 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 주실 주인공이신 회원님들!
여러분은 그래서 하늘이고 저희는 하늘로 모시겠습니다. 

이제 새로운 인터넷 역사를 쓰려고 합니다.
그 한가운데 여러분들이 계시고 프리챌이 있습니다.

뚝심 하나만으로 밤새워 서비스를 지켜내 왔던 지금까지처럼, 
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고민하고 채찍질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한 커뮤니티 유료화였음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프리챌은 이제부터 제 3세대 커뮤니티 서비스를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중심에는 오늘의 저희를 믿어주신 고객님이 있다는 걸 잊지 않겠습니다. 

프리챌에 대한 오늘의 믿음을 미래의 가치로 되돌려드리는 것! 
그것이 프리챌이 드리는 진정한 약속입니다.
그리고 프리챌은 이 약속을 꼭 실천하겠습니다.


2002. 10. 15
프리챌 대표이사 전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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