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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씨에도 양팀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씨에도 양팀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 최유진
<오마이뉴스>는 지난해에 약 120여개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제1회 시민사회단체 축구대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올해는 월드컵 열기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제2회 시민사회단체 축구대회는 '작지만 알차고 개성있게' 치르고자 합니다. 이름하여 '대화가 있는 축구시합'.

그 개막식은 지난 10월12일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들이 가을운동회를 겸해 친선 축구시합으로 대신했습니다. 이어 10월 18일에는 주한미대사관/주한미군 대 시민단체대표팀 간의, 그리고 10월 19일에는 한국청년연합회(KYC) 대 상생(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연합팀) 간의 시합이 있었습니다.

'대화가 있는 축구시합'은 <오마이뉴스>가 양팀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때론 아름다운 동업자, 때론 서먹서먹한 라이벌, 때론 도저히 한 자리에 어울릴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초청해 축구와 작은 대화를 함께 하게 됩니다.

12월초까지 부정기적으로 계속될 '대화가 있는 축구시합'에 참여하고 싶은 단체-기관-회사는 '한판 붙고 싶은 상대'를 명기해 member@ohmynews.com으로 보내주시면 적극 게임을 성사시키겠습니다. 이미 종로경찰서팀은 한총련과의 축구시합을 희망해왔습니다. 지역은 <오마이뉴스> 지역판이 있는 곳에 한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있는 축구시합'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합니다.

다음은 10월 19일 벌어진 KYC(한국청년연합회)와 상생(相生)과의 '대화가 있는 축구시합' 장면들입니다.....<편집자 주>


새벽팀이 골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 날 경기에서 새벽은 8:2의 압승을 거뒀다.
새벽팀이 골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 날 경기에서 새벽은 8:2의 압승을 거뒀다. ⓒ 최유진
1년 동안 벼르고 별렀던 경기다.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시민축구대회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감투상을 받았던 KYC(한국청년연합회)와 상생(相生)과의 일전. 당시 시상품으로는 TV였고, 차후 두 단체가 경기를 한 뒤, 이기는 팀이 시상품을 가져가기로 약정돼 있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무려 1년이 지났는데도 그 동안 두 단체는 치열한 '신경전'만 폈지, 막상 실전에 임하지는 못했다(사실 상생은 이 경기 이전에 KYC측에 TV를 넘겨주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이에 '대화가 있는 축구대회'로 행사 명칭을 바꾼 <오마이뉴스>는 두 단체에게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줬다. 19일 오전 11시 한강공원 여의도지구 2축구장. 이날 경기장은 흡사 서부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짙은 모래바람 속에서 치러졌다. 다소 과장해서 말하면 허공에 뜬 축구공의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날 경기결과 당초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의 '동네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8:2라는 황당한 골득실차로 KYC가 압승했다. 하지만 상생팀은 크게 낙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경기 주제가 '대화 축구'였기 때문이었을까. 1년만에 '숙적'을 만난 선수 중 일부는 경기보다는 뒷풀이 맥주에 더 관심을 보였고, 시합이 끝난 뒤 바람부는 한강 둔치 축구장 귀퉁이에 둥글게 모여 앉아 '자장면 토크'를 선보였다. 축구장으로 배달돼온 자장면과 만두, 그리고 맥주를 먹으면서….

이날 대화의 주제는 단연 12월 대통령선거.

뒤풀이를 하고 있는 양팀 선수들. 대선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오고갔다.
뒤풀이를 하고 있는 양팀 선수들. 대선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오고갔다. ⓒ 최유진
"김근태씨는 항상 늦는다. 노무현 깃발 들고 움직여야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지면 다시는 대통령 출마 안한다'고 얘기했다는데, 정치인이 그러면 안 된다. 지더라도 정치개혁은 지속돼야 하고, 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남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되는가."

"노풍이 잦아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디어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회창은 잠바를 입어도 세련돼 보이는데, 노무현은 넥타이를 매고 다녀도 멋이 나지 않는다. 코디네이터를 다시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의 대선 참여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다. 노무현은 전통적 지지기반이 없다. 결국 노무현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치지형을 무너뜨려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

"노풍이 잦아든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조중동>의 반격인데, 문제는 중립적이라는 다른 신문들도 <조중동>의 반격에 대항할 어떤 보도도 내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 총학생회 차원에서 부재자 투표함을 설치해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독려하겠다고 하는데, 잘 될 수 있을지…."


이날 '대화 축구' 뒷풀이에서의 결론은 '젊은 층의 선거참여를 독려하자.' 하지만 아직까지는 뾰죽한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듯하다. KYC측은 대학생들을 투표에 참여시킬 묘안을 짜내고 있었고, 상생측은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별도 <인터뷰> 참조)

이날 경기상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최유진
당초 경기 시작시간은 11시. KYC의 서울지부 대표팀 '새벽'은 '새벽'이라는 이름답게 한 시간 전에 나와 몸을 풀었다. 올해로 창단 7년을 맞는 '새벽'은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KYC회원들 위주로 만들어진 팀으로 팀원들이 주로 20∼30대의 직장인들이라 새벽밖에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팀 이름도 '새벽'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새벽팀이 동네 청년들(?)과 연습게임으로 몸을 푸는 동안 상생(相生)의 멤버들이 하나 둘씩모이기 시작했다. 상생(相生)이란 한자 그대로 '서로 공존하고 도와가며 잘하자'란 뜻으로 시민단체들 가운데 규모가 작은 시민단체(환경정의시민연대, 에너지시민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라고 한다.

상생(相生)팀의 멤버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백현석씨는 개구쟁이 꼬마조카를 데려와 아들이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최근 환경부와 축구시합에서 2:1로 승리했다고 상생(相生)의 전적을 말해주던 그는 "오늘 시합은 작년의 무승부에 대한 재대결이라 생각해요"라며 "작년엔 운이 좋았고, KYC와는 실력 차이가 있다"면서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새벽과 동네청년들(?)의 연습경기가 끝난 12시 15분경 드디어 상생(相生) 대 새벽(KYC)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상생팀과 새벽팀이 치열한 골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생팀과 새벽팀이 치열한 골다툼을 벌이고 있다. ⓒ 최유진
여느 날과 다르게 모래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양팀 선수들 모두 바람을 가르며 축구공을 따라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전 후반 50분 동안 이뤄진 경기에서 상생(相生)은 초반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새벽팀 골키퍼의 선방에 점수를 내지 못했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마치 국가대표 골키퍼를 연상시킨 새벽팀의 골키퍼는 몸을 날려 공을 막는 등의 모습을 보여 프로 축구선수를 방불케했다.

경기 시작 15분(12시 30분), 새벽팀의 서봉주씨가 첫 골을 터뜨렸다. 골은 새벽팀에서 터졌는데 상생(相生)팀도 자기일 인 것마냥 기뻐하며 같이 박수를 쳤다. 이후 새벽은 34분, 35분, 36분에 연속골을 터트렸으며, 상생(相生)팀도 이에 질세라 전반 39분 옆 구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던 '동네축구 용병'을 긴급 투입해 한 골을 만회했다. 전반전이 끝날 즈음 새벽 팀이 찬 공이 상생(相生)의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아쉬워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대화가 있는 축구대회'의 취지를 너무 잘 이해한 까닭일까? 작년의 승부를 내겠다고만 했지 그들의 얼굴에선 승부에 대한 집착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상대편이 골을 넣어도 웃으며 박수를 치고, 실수를 해도 연연하지 않고 멋쩍게 웃으며 공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전반 25분 동안 축구장을 계속 뛰어 힘들만도 한데, 그들의 얼굴에서 힘든 기색을 찾을 수가 없다. 10분 정도의 휴식시간 동안 다시 재정비를 하고 축구장으로 모인 그들 다시 공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거세게 불던 바람도 그들에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후반에도 골 잔치는 계속됐다. 상생(相生)의 김태호, 새벽의 허형옥, 이정관, 천준호씨가 그 주인공. 새벽의 천준호씨는 전후반 3골을 넣어 헤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후반 50분이 끝난 뒤 스코어는 8:2로 일 년 동안 묵혀둔 승리의 기쁨은 새벽팀으로 돌아갔다.

경기시작 전 두 팀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
경기시작 전 두 팀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 ⓒ 최유진
이날 경기에서 혼자 세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한 새벽 팀의 천준호씨는 "최근에 KYC전국 지부 축구대회가 있어 자주 모여 발을 맞춰서 이긴 것 같아요"라며 "원래 포지션은 최종수비인데 얼떨결에 넣었습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어서 그는 "이번 '대화가 있는 축구대회'는 정말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라며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공을 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상생(相生)팀의 김태호(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씨는 "상생이 강팀인데 오늘 많은 사람이 안 왔다"면서 "새벽 팀에 2차전을 제안한다"고 웃으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단체의 사업 ★은 이루어진다
'대화축구장'에서 들어본 시민단체 이야기

▶KYC의 천준호 사무처장
"대선축제에 젊은이 참여시킬 것"


"저희의 중점 사업은 '덕수궁 건립 반대 사업'입니다"
일찌감치 축구장에 도착한 KYC의 사무처장 천준호씨는 미대사관 덕수궁 건립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한다. 최근에 '덕수궁터 사적지 지정' 기자회견을 한 KYC는 기자회견에서 "대체부지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미국대사관과 한국정부 양측 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만 한다며, 미국대사관의 태도와 관련 "소유권 부지는 인정하지만, 우방국가의 중요한 유적지라고 생각하면 넘겨줘야 옳다"면서 "이런 처사는 프랑스나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대선 관련 사업인 '20·30 청년유권자네트워크'를 계획중이라며 오는 22일 결성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유권자네트워크에선 젊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각종문화 행사와 축제 형식으로 이뤄나갈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생팀과 청년생활의 팀으로 나눠 투표참여와 정책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며 "20·30대 유권자 TV토론회와 대학별 유권자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현재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천 사무처장은 마지막으로 "미 대사관 직원들과 축구 구장에서 온몸으로 한판 붙고 싶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백현석 예산감시 팀장
"쌍방향 메신저로 대선사업하겠다"


"메신저 통해 대선 사업 진행할 거예요"
조카를 안고 나타나 오해를 받기도 했던 백현석씨는 질문에 답하랴, 조카를 돌보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해 보였다. 현재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대선에 유권자를 참여시키기 위한 메신저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처음엔 이메일로 작업을 했으나 이메일로는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얻어낼 수 없어 메신저를 택했다고 한다. 이 사업과 관련 그는 "메신저를 활용, 선거관련 쟁점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낼 것"이라며 "대선 기간 중 메신저단을 구성, 하루에 한번씩 쟁점에 대한 의견을 나눠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광고감시운동을 벌일 예정이라며 "광고는 기업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기업이 그에 맞는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다"며 "거짓된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사업을 계기로 기업이 제대로 활동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KYC 천준호씨 (해트트릭)
"대선 앞둔 민주당, 계파만 있다"


축구시합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둔 천준호씨(천준호 대표와 동명이인)는 얼마 전까지 국회에서 국회의원 비서로 지냈다고 한다. KYC가 승리한 것에 대해 "전국 지부 축구대회 때문에 발을 많이 맞춰 봤다"며 스트라이커인가 라는 질문에 "원래 최종수비인데 얼떨결에 넣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이어서 "이번 '대화가 있는 축구대회'는 좋은 취지다"라며 "오랫동안 깊은 이야기는 못나누더라도 같이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둔 현 정국과 관련 "현재 민주당은 중심이 없고 계파별로 너무 얽혀있다"며 "다음주쯤엔 모든 준비체계가 확실하게 해결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모델 변정수씨 남편 류용운씨
"밤새 술마시고 '새벽축구'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결혼 후에도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세계에 모델로 명성을 떨치는 변정수씨의 남편 류용운씨다. 새벽의 창단멤버인 그는 축구가 좋아 KYC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현재 매체기획사 기업매거진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새벽' 초창기에는 6시에 못나올 까봐 밤새 술 마시고 축구하러 나왔다"면서 옛날을 회상한다. 그는 이번 '대화가 있는 축구대회'에 대해 좋은 기획이라며, "축구시합을 하면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대화가 있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살이 좀 찐 것 같다는 질문에 "어제도 술 마시고 축구하러 나온 겁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에너지시민연대 김태호 사무처장
"화석연료 과다 사용이 지구 온난화"


"지자체별로 '에너지 조례' 만들 것입니다"
부인과 함께 축구장에 나온 그는 에너지시민연대의 사업을 묻는 질문에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2000년 6월 만들어 졌다는 에너지시민연대는 환경문제의 핵심이 에너지 공급에 있다고 생각, 160개 단체가 연대해 출발했다고 한다. 현재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100년동안 2℃이상의 온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이런 온도차를 인간은 견뎌도 식물들은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그는 "식물 떼와 수목 떼의 멸망은 곧 지구의 멸망이다"라며 "화석에너지를 자제하고 대체에너지를 찾는 작업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각 지자체별의 근거와 지역주민들을 토대로 지자체에 맞는 에너지조례를 작성해 10개 지역에 재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또 '에너지 절약 100만가구' 운동을 벌여 7월과 8월을 대상으로 전력사용을 20%절약하는 가구에는 20%의 인센티브(혜택)를 줄 것이라고 한다.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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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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