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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이 콩을 모두 먹어치워 잡풀들만 무성한 밭으로 변한 모습을 한 농민이 가리키고 있다.
야생동물이 콩을 모두 먹어치워 잡풀들만 무성한 밭으로 변한 모습을 한 농민이 가리키고 있다. ⓒ 김준회
이곳 민통선 정착촌 마을주민과 출입 영농인들은 고라니와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의 피해를 견디다 못해 '야생동물 피해대책위(위원장 백운달)’를 구성,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내고 야생동물 포획 및 사살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또 야생동물 포획허가가 어려울 경우 농작물에 대한 피해보상 등 야생동물에 따른 피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농사 이외에 다른 경제수단이 없는 이곳 통일촌 등 파주시 서부전선 민통선 지역의 농민들은 해마다 야생동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3년 전만 해도 민통선 지역의 일부 못자리와 밭작물에 피해를 주던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이제는 거의 모든 농사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곳은 봄이면 고라니와 노루, 멧돼지가 못자리나 장단콩 밭을 파헤치고 가을이면 모든 야생동물이 벼와 감자, 참외, 옥수수, 고추 등 논·밭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히고있다.

민통선 지역에서 논과 밭농사를 짓고 있는 전환식씨(52·파주시 야동동)는 "3년 전부터 멧돼지가 못자리에 들어와 모판을 망가뜨려 해마다 새로 모판을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에도 1천여 평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는데 멧돼지들이 모두 먹어 치워 하나도 수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13일에도 농로 변에 심어져 있는 콩밭에는 이미 야생동물들이 콩을 모두 먹어치워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황폐화 돼 있었다. 또 콩이 있다해도 30∼40%의 콩은 이미 노루와 고라니들이 먹이로 사라져 버렸다.

민통선 마을인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통일촌 마을)에 사는 박영호씨(45)의 경우도 피해가 막대하다. 박씨는 올해 9만여 평에 콩을 재배하고 5백여 만원을 들여 차광막으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재배면적의 60%를 고스란히 노루와 고라니에게 바쳐야 했다. 이로 인해 5만4천여 평은 수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밖에도 노루와 고라니는 밭작물이 자라기도 전에 먹어치우는가 하면 아예 논의 벼를 깔고 잠자리를 마련해 벼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또 다른 골치 덩어리는 멧돼지. 멧돼지들은 논두렁까지 파헤쳐 농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이제는 통일촌과 동파리 마을 등 인근까지 출몰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백운달 대책위원장(56)은 “일정기간이라도 야생동물을 포획 또는 사살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거나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조치가 어렵다면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 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실정이니 만큼 생존권 확보차원에서 농민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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