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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글날이었음에도 언론매체나 TV등에서는 흔한 기획특집이나 특집편성 없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거리에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걸어놓은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무관심하게 지나쳐갔다.

한글은 소중한 것이지만, 물과 공기처럼 너무 흔해 사람들은 그 소중함을 자각하기 힘들다. 우리의 선조들이 일제 강점기의 문화말살정책에도 그 수련과 고초를 겪어가며 지켜내온 세계적인 우수성을 자랑하는 한글이 이제, 외침이 아닌 내분으로 무너져가고 있다.

바로 "외계어" 때문이다. 외계어는 통신언어 이후에 생겨난 은어이며, 초등학교, 중학교 또래집단 사이에서 집단의식 고취와, 동질감 형성이라는 명목으로 번식하고 있는 언어의 암적인 존재이다.

통신언어는 "시간이 곧, 돈"이던 시간제 PC통신상에서 시간절감을 위한 다급한 목적에 사용되던 은어였으나, 외계어는 소리나는 대로 쓰기를 기본으로, 영어, 일어, 한문, 특수문자들의 조합으로 보다 알아보기 힘든 문체를 만들어 또래집단끼리 공유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때문에 이 알아보기 힘든 은어를 일반인들은 "외계어"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온라인상의 언어 파괴 문제는 과거 PC통신에서의 '효율적인 줄여쓰기'의 수준을 넘어 기존의 멀쩡한 언어를 파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집'을 '뒵'으로
- '친구'를 '튄구'로,
- '우리'를 '을히'로,
- '잘 모르지'를 '댤머르디'로,
- 높임말과 낮춤말의 체계를 무너뜨린 "xx님아"
- "ㅋㅋㅋ" "ㅎㅎㅎ"등의 축약형 의성의태어 등

심지어 한문과 특수문자까지 가미시켜 도저히 일반인들로서는 해석이 불가능한 게시물까지 나타나고 있다.

- "鉉⑨ㆀ②ㅃⓔㅿ4ⓤㆀ" (친구 많이 사랑하는)
- "2ㅹYo" (이뻐요)
- "번애쥬세孝" (보내주세요)
- "어릨 탸콰긐 뎌응 칑九들乙 ㉯드긐 설릌 家훀"
(우리 착하고 좋은 친구들을 놔두고 서울로 가요)
- "ズıλざ읍ㅎF_しち흐ロっㅉヴ횾_≥∇≤☆"
(지성이 오빠 너무 멋져요)

아래는, 외계어의 예문이다.

øよøぎㅎビλĦㅎコ_¤ ズıλざ읍ㅎF_しち흐ロっㅉヴ횾_≥∇≤☆ ゴıゴıㆀ
읍ㅎ℉_ズй_ザウてエ_øГøノでł_칀구등록_ㅎħ㈜λЙㅎゴ_。
요조夙女…♧ 칀그등록_ㅎħ㈜λıㄲうズı횽?_≥∇≤★
ㅎŊ㈜λıㄸйㄲじズı_글올ㄹらしıて℉_∽*
ロЙ흴_ゼつじĦ㈜λıㄲっズき¿?

이러한, 알아듣지 못하는 은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들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다. 맞춤법을 지도해야하는 일선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들의 경우, 작문이나 글짓기 숙제를 내주면 이러한 외계어나 통신언어 뿐인 노트를 받아들곤 한숨을 쉬곤하며, "이제는 아무리 쓰지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계어를 사용하고 있는 초등생, 중학생의 경우, "인터넷에서 친구들과 재미로는 사용하지만, 일상생활이나 학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올바른 철자법부터 알고 은어를 사용해도 고치기 어려운 마당에, 올바른 표기도 모른채 외계어부터 배우는 현재 초, 중학생의 경우, 그 외계어 "감염"은 더욱 더 고치기 어려운 것임이 분명하다.

이에, 인터넷의 각 커뮤니티 및 사이트들은 네티즌들의 자중을 촉구하며,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캠페인과 운동을 하고 있다.

"아이두넷"(http://www.idoo.net/broke.php?t=about)의 경우,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서명운동과 "외계어 반대" 배너를 나누어 주며, 많은 사람들이 언어파괴의 폐해를 직접보고, 고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이끌어 가고 있다.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사람들"(http://cafe.daum.net/antioutside)의 경우, 온라인에서의 언어파괴행위를 성토하고, 바른 우리나라말을 가르쳐 주고 바른말을 쓸 수 있도록 선도하고 있다. 또한 각종 언론매체에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언어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고, 외계어의 사용을 자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커뮤니티의 일반 컴퓨터 모임인 "컴맹마을"(http://cafe.daum.net/CPTown)의 경우에도 "아이두넷",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공조하여 외계어를 사용하는 네티즌을 계몽하고, 바른말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컴맹마을" 운영진의 경우, "외계어 사용자들이 왜 외계어를 쓰면 안되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면서, "그냥 장난으로 쓰는데 왜들 난리인지 모르겠다"는 철없는 네티즌들을 위해 갖은 노력으로 외계어를 쓰지말 것을 설득하고 있다.

외계어는 이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그 사용자가 죄가 있겠는가. 우리의 청소년들이 바른 언어를 통한 건전한 또래문화를 정착시킬수 있을때까지 인내심과 관심을 가져주고, 외계어가 나쁜 것이란 것을 타당하게 그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또한 그들이 외계어를 쓰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우리 또한 자중한다면, 우리나라 한글의 다음 모습은 좀 더 훌륭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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