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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즉 모럴해저드(Moral Hazard)와 비슷한 말로 '오럴해저드'(Oral Hazard)'란 말이 있다. 모럴해저드는 '행동의 잘못'을, 오럴해저드는 말의 잘못, 실언(失言)을 뜻한다.

대통령 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후보자의 오럴해저드는 자칫 치명적인 시비거리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야당 대통령 후보와 그의 부인도 오럴해저드로 언론으로부터 혼쭐이 나고 결국 민주당에도 맹폭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는 지난 주말인 5일 창원전문대학 문성체육관에서 열린 경남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후보연설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던 이 후보가 다시 연단에 서서 경남선대위 지도부를 비롯해 김혁규 도지사와 김봉곤 도의회 의장, 시장·군수, 도의원과 시·군의원들에게 박수를 부탁하며 “여러분만 믿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한나라당 입장으로 보면 물론 '격려'차원에 불과한 발언이었겠지만, 민주당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관권선거를 기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 후보측에 대한 관권선거 시비는 이보다 사흘 앞서도 제기됐다. 천안의 한나라당 연수원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부인들이 참석한 연찬회가 바로 그것이다. 한인옥 여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역사적 책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민주당으로부터 '관권선거 기도'라는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이다. 당초 이날 행사는 비공개여서 보도진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행사 말미에 참석키로 한 이 후보를 취재하려고 예정보다 일찍 연수원에 도착한 한 신문기자가 CCTV를 통해 이 발언을 듣게 되면서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한씨의 발언이 있은 모임엔 한나라당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부인 뿐 아니라 광역·기초단체장 부인들도 대거 참석했다”며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를 총동원한 한나라당의 관권선거 기도를 조사해 의법처리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이른바 '두 쪽 발언'을 두고 “한씨의 너무나 집요하고 위험한 권력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남편의 집권이 한씨에게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이뤄야 할 일인가. 야당으로서 겪은 일을 분풀이하기 위해 집권해야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현미 부대변인도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한씨가 해야 할 일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검찰에 출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한 여사의 발언은) 이 정권이 파렴치한 가정파괴범 김대업을 동원해 (병풍 조작으로) 가정을 파괴하려 한 데 대해 느낀 슬픔과 서러움을 표현한 것일 뿐이며, 행사 자체도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통상적인 활동”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에게는 모럴해저드(Moral Hazard)와 함께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오럴해저드'(Oral Hazard)라는 것이 새삼 강조되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뉴스(www.urinews.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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