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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신스지에(新世界)백화점 영상기기 판매장. 전시된 영상기기의 대부분이 DVD 플레이어다.
충칭 신스지에(新世界)백화점 영상기기 판매장. 전시된 영상기기의 대부분이 DVD 플레이어다. ⓒ 모종혁
판매장 관리주임인 천(陳 여 36세)씨는 필자에게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홈시어터 제품은 4000위안 안팎의 중국 브랜드 상품이 주로 팔렸지만, 올해 들어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적인 유명제품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한 달에 평균 90세트 정도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대중화가 시작된 홈시어터가 이미 중국에서는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홈시어터 옆에 전시된 영상기기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더욱 놀라운 광경을 펼쳐진다. 신커(新科) 부부까오(步步高) 창홍(長虹) 상광디엔(上廣電) 진정(金正) LG 필립스 파나소닉 소니 파이오니아 등 중국과 전세계 유명 브랜드의 DVD 플레이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광디스크시장의 주력제품이었던 VCD는 전시된 상품의 5% 정도이고 VCR 플레이어는 단 한 대밖에 없었다.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보는 한국은 반복기록형인 VCR이 영상제품의 주종을 이루었지만, 중국은 싸고 다양한 타이틀로 밑거름으로 읽기전용인 VCD가 시장을 주도했다.

이런 상황도 작년부터는 VCD가 급격히 퇴조하고 DVD 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씨는 "한 달에 판매되는 DVD 플레이어는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400대 정도로 800~1000위안 가격대의 상품이 주로 팔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브랜드별 판매량은 중국 브랜드인 신커 부부까오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한국의 LG가 3위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필자에게 귀띔했다.

법적인 대응을 주저케 한 중국시장 규모

1994년 처음 출시된 이래 중국은 세계의 VCD왕국이라 할 정도로 VCR시장이 성숙되기 이전 바로 VCD가 보급되었다. 실제 지금까지 중국 내에서는 8천만대 이상의 VCD 플레이어가 판매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다.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의 접근성, 중국기업 간의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공급과잉, 3~400위안의 저렴한 가격, 싸고 다양한 해적판 타이틀의 범람 등은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이다.

이런 등식은 DVD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중국은 지난 4년여 동안 줄곧 외국의 DVD 원천기술 보유업체들과 특허권 분쟁을 벌여왔다. 2001년 전세계 DVD 플레이어 판매량 2598만대 가운데에서 중국산 1050만대로 40.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중국기업들은 원천기술 업체들에게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올해 4월에 와서야 마쓰시타, 미쓰비시, 타임워너, 도시바 등 일본기업들과 중국 제조업체를 대표한 중국전자음향공업협회와 특허계약 조건을 합의함에 해결되었다.

그 동안 일본과 유럽의 전자업체들이 법적인 대응을 삼가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13억 인구의 엄청난 규모를 지닌 중국시장을 놓칠까 두렵기도 하지만 법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래 특허권 보호의식이 미약한데다, 핵심부품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국이 완성품의 생산대국이자 소비대국이라는 점이 외국기업들을 어정쩡하게 만든 것이다.

기업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던 특허권 분쟁이 사라진 뒤 중국 DVD시장은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전자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는 중국 중앙정부와 광둥 상하이 등지의 지방정부가 DVD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데다, 신커 부부까오 창홍 상광디엔 등이 중국 전자산업의 강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내 60여개의 전자업체들은 DVD제품의 국산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광디스크산업촉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광학 헤드 IC 등 핵심부품 국산화에 거액을 투자하여 이미 적지않은 결실을 거둔 상태이다.

'부창부수'와 같은 중국 DVD산업의 발전

중국 전자산업의 이같은 급성장은 소비시장의 급팽창과 맞물린다. 세계시장의 에어컨 2대 중 하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TV는 5대 중 2대, 세탁기는 3대 중 한 대가 중국산이다. 세계의 가전공장으로 올라선 중국이 이미 2000년에 일본을 제치고 전자제품 생산부문의 1위를 차지했다.

소비부문에 있어서도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굳힌 지 오래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인의 소비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중국 전자업체들은 피나는 경쟁 속에 성장하였다. 파이가 커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규모를 증가했고, 이익도 늘어나서 품질개선과 신제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성공한 기업들은 격렬한 인수합병을 통해 대기업화에 나서고 전체 가전시장에 있어 과점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과 한국의 전자업계가 걸어왔던 발전 여정을 중국기업들 또한 똑같이 따라하면서, 거대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세계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또한 30,40대 가장들을 중심으로 홈시어터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중국 또한 30,40대 가장들을 중심으로 홈시어터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 모종혁
상당한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중국의 대기업들은 새로운 파라다이스 DVD시장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중국 내에서의 DVD 플레이어 가격은 무려 100% 이상 떨어졌고, 품질이 급속히 향상되었다. 여기에 외국산 브랜드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디자인과 중국 전역을 꼼꼼히 커버하는 AS망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했던가. 하드웨어인 플레이어의 보급과 더불어 DVD 타이틀 또한 가격이 1년 사이 정품은 1/4로, 불법 복제품은 1/2로 인하되었다. 같은 문화권인 홍콩을 비롯하여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전세계 국가의 영화가 해적판으로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 극영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다규멘타리 뮤직비디오 등 종류 또한 다양해져 중국 DVD 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작년 '광둥르바오'(廣東日報)가 결혼하는 중국 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또한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대상자 중 80%가 VCD대신 DVD를 구매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중국 내 DVD시장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퍄샤오요의 놀라운 구매력

중국 DVD시장에 있어서 다르게 주목해야 할 것은 파샤오요'(發曉友)라 불리는 두터운 매니아층의 존재이다. 쓰촨(四川) 청뚜(成都)의 서남재정대학 교수 덩쥔(鄧軍, 58)씨가 그 대표적인 예.

1997년 6500위안에 중국산 홈시어터를 구입한 덩교수는 열렬한 음악·영화 퍄샤오요. 과거 4년여 동안 홍콩과 아프리카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덩교수는 자신 집안 거실의 한 면을 CD 음반과 DVD 타이틀로 채워놓았다.

처음 구입시 21인치였던 TV는 31인치 평면제품으로 바꾸었고 작년초에 산 DVD 플레이어는 완벽한 입체음향을 가능케 해서 덩교수를 만족시켰다. "한 달에 월급의 50%이상을 CD, DVD 타이틀 구입에 쓴다"는 덩교수는 "가끔씩 외국 친구들이 보내주는 정품 이외에 중국 내에서 구입하는 대다수 CD, DVD가 해적판인 게 아쉽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그는 또한 "정식 수입되는 비싼 정품을 구입하자니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큰데다, 최근에 발매되는 해적판은 정품과 품질상 별차이가 없어 손길이 간다"고 전했다. 지난 회에 소개한 한국영화 매니아인 왕양(왕양)씨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국에는 이러한 문화 파샤오요가 2억이 넘는다.

상하이 LG전자 DVD생산법인 노광석 대표는 작년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부품 및 원자재 기술 수준이 중국보다 한참 앞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DVD 플레이어의 핵심 기술은 사실 한국기업이나 중국기업 모두 일본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주고 사온다.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한국이 중국보다 크게 앞선 수준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LG전자는 올해 판매율 2위로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격화되는 경쟁을 이겨내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DVD 플레이어와 홈시어터의 하드웨어, 불법 복제판 DVD 타이틀의 소프트웨어가 멋진(?) 앙상블을 이루어 발전하는 중국 DVD시장. 이렇듯 팽창하는 DVD산업과 문화산업의 중국시장을 우리는 먼산 바라보듯 지켜봐야 하나?

다음 회에서는 중국 내에서의 불법 복제판 문제가 한국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중국이 해적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묘수가 있는지, 중국 문화산업에 대한 성공적인 진출방안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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