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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주)지오마케팅 대표이사 사장
김은영 (주)지오마케팅 대표이사 사장
'버려지지 않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이 물음에 아무런 고민 없이 당연한 듯 '지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노란색 딱정벌레가 그려진 지도를 만드는 ㈜지오마케팅(www.beetlemap.com)의 김은영(39) 사장이다.

지난 10월 2일 저녁 김은영 사장을 만난 자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이었다. 약속 장소에 온 그녀는 가지고 나온 지도를 펼치고, 자신이 있는 장소가 지도에 잘 표시돼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김은영 사장이 만드는 지도는 보통 평면지도와 달리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 예쁘게 그려진 입체지도이다. 접으면 한 손에 쥘 수 있는 지도는 일러스트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졌다. 그녀가 만든 지도를 펼치고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위를 직접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 지도는 '비틀맵'(Beetlemap)이란 이름도 있다. '비틀맵'에는 "회사가 없어져도 상품으로써 없어지지 않는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는 김은영 사장의 마음이 담겨 있다.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이름을 붙일 정도로 지도에는 볼거리와 읽을거리 등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생명이 있는 지도였다.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배낭을 매고 이곳저곳을 다니게 됐어요. 나도 모르게 지도가 쌓이더라구요. 특히 파리를 여행할 때 맥도널드에서 만든 입체지도인 맥맵(Mac Map)을 봤어요. 앞면에는 파리의 지도 위에 맥도널드 위치가 표시돼 있고, 뒷면에는 파리의 관광지 정보가 정리돼 있더라구요. 바로 이 거다 했죠."

여행하기를 유난히 좋아하다 보니 지도를 만들게 됐다는 김은영 사장의 세상 보기는 남달랐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그녀는 지난 97년 지오마케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이네켄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에서 영업업무를 했다. 그곳에서 3년만에 영업 이사에 오를 정도로 일하는데 남과 다른 '능력'을 보였다. 그녀는 '능력'은 바로 세상 보는 방식이 남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이 기회다"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일에 다 잘 할 수는 없죠. 내가 못한다 해서 순간 망신스러울지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개구리'가 될 필요는 없죠.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위축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많은 경험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며, 그럴 때 기회는 찾아옵니다."

적극적인 생각이 김은영 사장을 영업사원에서 영업이사로, 그리고 25명의 직원을 이끄는 여성 CEO로 성공하는 데 바탕이 됐다.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은 김은영 사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김씨는 특히 영업을 하면서 '브랜드' 개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가르침을 줄 스승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때가 88년인가요. '브랜드'에 관심은 있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화번호부를 펼쳤죠. 쭉 넘기며 찾다보니 당시 '코오롱 연구소'가 눈에 띄었죠. 일단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죠. 그랬더니 이영직 소장님을 소개시켜줬어요. 곧바로 통화를 하게 됐고, 바로 그날 저녁 만나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했죠. 그때 만남이 제 인생의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이들의 만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김은영 사장은 자신만의 '마케팅' 방식을 만들었다. 바로 '실천의 법칙'이 그녀가 만든 '지오마케팅'이다. 그녀는 5년 내, 버려지지 않는 유용한 상품의 지도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김은영 사장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는 정보가 가득한 지도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계획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가방과 지갑이 말해준다. 지도가 그려진 가방과 지갑을 들고 다니며, 또한 그녀가 건네는 명함에도 회사의 위치를 표시한 '비틀맵' 지도가 그려져 있다. 김 사장에게는 지도는 생활이었다.

"앞으로 지도를 상품화할 겁니다. 컵, 옷 같은 가정용품, 팬시용품 등 일상 속 상품 어디에나 다 지도를 그려 넣을 수 있죠. 그리고 그것을 파는 것이죠. 지도가 '브랜드'로서 상품이 되는 거죠. 결국 지도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고, 모든 것에 지도를 담을 수 있답니다."

내 분야가 아니라도 관심을 가져라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인 태도와 모든 것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영 사장.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인 태도와 모든 것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영 사장.
김은영 사장은 "먼저 하셨군요"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누가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상품을 발굴해내어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먼저 내놓는 것이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라며 세상 모든 사물에 지도를 담아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

김 사장은 특히 '누가 지도에 이름을 붙일까'라는 생각보다 '어떤 정보를 담아 무슨 이름을 붙여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까'를 고민한다. 일종의 '변용(變容)을 통한 창조'를 위해 노력한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에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은 나에게 의미가 되었다'고 했듯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와 사물들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내게 커다란 의미가 될 것입니다. 비록 내 분야가 아니지만 알아두면 언젠가는 하나의 의미로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성공은 남보다 더 많은 고통을 느끼고, 더 많이 생산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고민하십시오."

그녀의 '비틀맵'을 들여다보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녀의 힘찬 목소리에서 지도는 단순한 그림정보가 아닌 생활 속에서 꿈을 꾸고 이뤄나가는데 함께 하는 '작은 세계'로 다가왔다. 그 세계를 담은 '비틀맵'을 손에 쥐고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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