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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의 이상주 교육부장관
국정감사장의 이상주 교육부장관 ⓒ 윤근혁
교육부가 오는 10월 15일 전국 62만 여명의 초등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강행의사를 밝힌 초등 진단평가. 이 시험을 코앞에 둔 지난 24일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모여 표본만 뽑아 시험을 보도록 하는 '표집 평가'방식을 건의하는 등 반기를 들 정도다. 최근 이 같은 비판의 화살은 이상주 교육부장관에게 집중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두환 정권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출신인 이 장관은 진단평가와 교육행정시스템에 대한 고집을 꺽지 않고 있다. 진단평가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 16일 교육부 국정감사 답변에서 "진단평가는 저 자신의 교육 신념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니 의원님들이 이해해달라"고 부탁하며 "전교조 대표도 와 있는데 충분히 이해하길 바란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또 2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교조가 진단평가를 반대하는 것은 귀찮아지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현재 일선 교사들의 교육부에 대한 비판 정도는 위험수위에 와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교사들의 의견엔 귀를 막은 채 장관과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일방통행식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멀리는 지난해 성과금 지급과, 가깝게는 교육행정시스템 추진, 앞으로는 진단평가와 성취도평가를 강행하려는 일련의 과정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 폐지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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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초등학생까지 석차로 줄 세운다

교육행정시스템은 '최충우돌'의 전형

그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교육행정시스템의 총괄책임자인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과 이장관
그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교육행정시스템의 총괄책임자인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과 이장관 ⓒ 교육희망 안옥수
교육행정시스템은 말 그대로 '좌충우돌'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는 지적이다. 시행 2년만에 기존 시스템을 갈아치운 졸속 추진 방식도 문제였지만, 운용 당사자인 교사들 대부분이 반대하는데도 부득불 '9월 개통'을 고집하다가 결국 거센 반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예산낭비 비판과 정보인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엔 귀를 틀어막은 듯하다.

이 시스템 개통시기에 대해 최근 전교조가 학교 전산담당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을 벌인 결과 100명 가운데 2명만이 교육부 정책에 손을 들어줬다. 우리 교육행정 역사상 이렇게 큰 거부물결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전교조 이용환 정책실장은 "정작 교육정보화 시스템의 문제는 고치면 되지만 교사들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강행하려는 내려 먹이기식 교육부 관료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군사작전식 일제고사 강행

군사작전식 진단·성취도평가 추진도 '탁상행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뽐내는 듯하다'는 지적이다.

가을운동회를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이들은 곧 70년대식 일제고사를 치르게 됐다.
가을운동회를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이들은 곧 70년대식 일제고사를 치르게 됐다. ⓒ 교육희망 안옥수
진단평가에 대해서는 이미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 그리고 서울학교운영위원협의회도 반대 성명을 냈다. 심지어 시도교육청 교육감도 반대 건의문을 장관한테 보낸 상태다. 이제는 서울·경기 교육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교육위원회도 교육부 방침에 '쐐기'를 박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까지 하다.
결국 이 장관을 비롯 몇몇 일반직 관료들만이 70년대 일제고사 방식의 '경쟁 줄 세우기 깃발'을 들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 등 경제부처에 휘둘리는 평준화 해제 시도와 자립형 사립고 추진도 교육부에 대한 불신을 한층 높게 하고 있다. 강남지역 주택대책을 평준화 해제와 맞물려 놓은 '경제 숭상 교육 천시' 발상이 최근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좌충우돌 속에 일선 교사와 아이들은 아우성치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엔 연일 교육부를 '교육낭비부'라 비판하는가 하면 '교육부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말도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다. 25·6일 이틀 동안 이곳에 올라온 진단평가 반대 글만 100여 개나 된다.

관료개혁 위한 특단 대책 필요

이제 국민여론 수렴과 교육부 관료 개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개혁 방안을 담은 '교육은 살아있다'는 책을 쓴 김대유 교사(서울 서문여중)는 "교육부는 일반직 관료가 독점 체제를 굳힌 독과점 시장이며 교사들이 빠진 그들만의 나라"라면서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교육관료체제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뭉쳐서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교육현안 연속기획> '교육부는 귀를 막았는가?'를 시작하며 

현재 학교는 '눈에 보이는 아우성'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상주 교육부장관 취임 후 쏟아낸 일제고사 부활과 교육행정시스템 등 '책상머리 정책들' 때문입니다. 귀를 틀어막은 교육부라 비판받는 교육부의 귀를 뚫기 위한 노력이 전교조 등 교원단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현안분석을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27일, 연속기획-상> "교육부장관은 귀를 틀어막았나"(총론)
<28일, 연속기획-중> "2천만 학생·학부모 ONE-STOP 서비스"(교육행정시스템의 정보인권 침해)
<30일, 연속기획-하> "수학경시대회는 눈물, 일제고사는 코피"(초등 진단평가의 문제 취재, 거리 농성 중인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 기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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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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