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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설산(雪山) 최재은(환단사상연구소장)씨와의 인터뷰 내용과 최재은씨가 보내준 원고를 참고하여 정리한 것입니다...필자 주

▲ 설산 최재은
ⓒ 이민영
이번 태풍 '루사'의 전라북도 최대 피해지역은 무주군 무풍면과 남원군 산내면이며 전국 최대 피해지역은 강원도 강릉 삼척과 경북 김천지역이다. 그리고 북녘 땅의 금강산관광지구로 개발된 온정리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1) 백두대간에 위치하고 있다.
2) 최근 개발 및 자연파괴가 심각한 지역이다.
3) 과거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천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다.
4) 과거 태풍의 경로상에 거의 들지 않는 지역이다.

이러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다분히 이번 태풍 '루사'의 피해가 천재라고만 보기에는 의문이 든다. 이 루사라는 태풍의 경로를 따라가면서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자연파괴의 자기무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풍도 움직이는 길이 있다!

우리나라의 태풍은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하여 경남 남해와 전남 고흥 사이로 상륙하는 태풍으로 우리 나라에 비와 바람 피해를 동시에 가장 많이 주는 태풍이다. 이유는 백두대간이라는 큰 산맥이 남부지방에 와서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의 중앙에 위치함으로서 전지역이 피해를 보는 경우이며 특히 태풍은 왼쪽으로 회용돌이를 만듦으로서 백두대간의 동쪽은 비 피해가 더욱 심해진다.

현재 루사의 상륙지점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1) 여수-하동-진주-경상내륙으로 해서 빠져나가는 백두대간 동쪽길을 선택하거나 2) 여수-구례-남원-운봉-경상내륙으로 가는 백두대간 서에서 동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3) 여수-구례-남원-장수-함양-경상내륙 다음으로 중간에서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상례이며 여간해서는 전라도 또는 충청도로 직선에 가까운 방향 선회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태풍 루사는 전라-충청-강원으로 백두대간을 전혀 넘지 않고 직진에 가깝게 전진하였다. 이러한 전례는 거의 없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루사'

태풍 루사는 전남의 고흥반도로 상륙했다. 그리고 북상하기 시작했는데 속도가 느리게 북상하였다. 이유는 고흥 반도는 북으로 존제산, 제암산, 제석산 그리고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 등으로 구성되는 호남정맥과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호남정맥은 보통 700고지 정도의 산맥으로 이러한 산맥과 맞닥뜨리면 보통은 동북으로 방향선회를 하면서 북상하는데 이번 태풍은 거의 정북상으로 북상하는 형태를 보이며 곡성, 순창과 남원사이로 뚫고 올라갔다. 나아가 거의 태풍진로로 선택되지 않는 임실을 경유하여 전주 동쪽 진안 서쪽으로 지나갔다.

이것은 호남정맥(고흥-승주)과 봉두산(전남 곡성)과 통명산(전남 곡성)을 넘어와야 한다는 결론이며 고리봉 문덕봉 풍악산을 잇는 천황산맥(전북 남원 서쪽)을 넘어서야 하며, 나아가 팔공산(전북 장수)에서 발원하여 무량산(전북 순창)에 이르는 산맥을 넘어서야 하며, 그리고 다시금 슬치(호남정맥-전북 임실)를 넘어서야 한다.

다행히 이러한 산맥을 넘어서면서 태풍은 그 크던 세력을 상당부분 상실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혀 예상되지 않던 전북 무주군 무풍면이 대환란에 빠졌다. 예로부터 십승지로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의 하나로 불리우던 무풍지대(無風地帶)가 싹 쓸려나가 버렸다.

그러더니 삽시간에 경상북도 김천 지방을 쓸어 버렸고(여기는 백두대간의 추풍령 구간이다.) 나아가 강원도 홍천 근방까지 백두대간 서쪽으로 북북진하던 태풍이 이제는 북진을 멈추고 동쪽으로 선회하여 대관령을 넘어서 동쪽의 강릉과 삼척을 쓸어내면서 속초 근방으로 빠져 나갔다. 문제는 루사의 위력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피해가 과거에는 비 피해 또는 태풍 피해가 거의 없던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무풍(無風)이 더 이상 무풍(無風)이 아니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세상이 망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십승지(十勝地)로 유명한 동네다. 옆으로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 그리고 경남 거창과 인접하여 있는, 어느 쪽에서도 들어서기 쉽지만 어디서도 적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조선시대 최대의 피난지이자 십승지였던 지역이다.

그러나 막상 무풍면에 들어서면 좁지도 넓지도 않은 들판을 낀 별천지와 같은 작은 소국(小國)을 형성하고 있는 지형이다. 관가로부터 멀리 있다는 점도 십승지로서의 큰 조건이었는데 사람의 손을 타기 시작하면서 무풍(無風)이 무풍이 아니게 된 것이다.

무주리조트와 구천동의 난개발은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이고 이번 태풍의 직접적인 피해를 불러일으킨 요인은 바로 최근에 진행된 무분별한 도로의 개발이다. 무풍면이 고립지역을 형성한 것이 풍수지리적인 강점이었다면 반대로 도로의 개설은 용맥을 끓음으로서 새로운 바람길과 물길을 요구하는 것이 되었고 태풍의 항로에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이다.

무주-김천간 도로는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길로서 삼도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용맥을 넘는 도로이고 길 옆으로 석산 파괴가 심각하다.

무풍-거창간 도로 또한 백두대간 자락으로 대덕산에서 덕유산으로 내려가는 고개를 깎아서 만든 도로로 산맥은 완만하게 깎였지만 대간맥을 중심으로 잘라서 상당한 파괴와 또다시 무풍에서 보면 동남방향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무풍-영동간 도로는 근자에 깎아서 만든 길로서 삼도봉 자락을 베고 백두대간 지맥을 끊음으로서 사실 도로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보였다고 보아야 한다.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무풍을 무풍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무풍의 참사는 결코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이다.

톨게이트비도 내지 않고 도로를 통과한 '루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장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영동의 강릉이다. 강릉의 참사는 무풍 보다도 더욱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왜냐하면 근자(1년 사이)에 강릉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에 가본 분이라면 모두 다 보았을 것이다.

대관령을 가보신 분이라면 아니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 보신 분이라면 섬뜩함을 느껴보시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허리 백두대간을 숭숭 뚫어서 끼워놓은 것 같은 고지에서 하늘 아래 있는 구름 밑으로 아련히 떠있는 강릉을 누르면서 찍어 내려오다 보면 섬뜩한 지금의 '루사'의 참사가 보이지 않았는지 말이다.(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을 꼭 가보길 바란다.)

백두대간의 맥을 자른 삽답령 고개길

삽답령은 어찌 보면 대관령보다도 지형상으로 더더욱 중요한 지점이다. 대관령의 훼손에 나아가 삽답령의 훼손은 강릉을 최고의 명당에서 최악의 험지로 내몰아 버린 것이다. 이러한 백두대간의 파손은 강릉에서 최대의 차량매몰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동해의 정기가 흐르는 국도7호선

나아가 강릉 시내에서 삼척으로 달려나가다 보면 동해안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파헤쳐 놓은 모습을 쉽게 보일 것이다. 나아가 국도 7호선을 확장 공사하는 공사장의 절개지는 마치 피를 뚝뚝 흘리고 서있는 산들의 몰골을 당장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급경사인 동해안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을 지 몰라도 수억만년을 통해서 형성된 지형을 하루아침에 댕강 짤라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처참한 노릇이다.

루사의 재앙은 백두대간의 분노

우리국토의 중심 줄기이자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여기저기를 마구 자르고 있다. 이번의 재앙은 곧 백두대간의 분노이다.

작년에 대전-통영간의 고속도로는 육십령터널이라는 고도의 걸물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덕유산과 지리산맥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대구-춘천간의 중앙고속도로는 조령을 뚫어서 경상도-충청도-강원도를 직결하는 큰길을 뚫음과 아울러서 숱한 산룡이 잘려나가 버렸다. 나아가 서울-강릉으로 뚫린 영동고속도로는 4차선으로 넓히면서 곳곳에 산을 끊고 굴을 뚫었다.

이번 태풍 루사는 이러한 인간이 백두대간을 파괴한 현장들을 따라서 휩쓸고 지나갔다. 태풍은 물론 '톨게이트비'도 내지 않고 말이다. 내가 인간이 부른 인재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백두대간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너희가 나에게 한 만큼 갚으리라고. 너희가 주는 만큼 꼭 돌려주겠다고 말이다.
첨부파일
leemy72_82006_1[1].hwp

덧붙이는 글 | 환단사상연구소는 민족의 고유사상(천지인 합일사상,성통광명, 재세이화, 홍익인간)을 연구. 정립. 보급. 선양하는 곳이며 또한 동양사상의 근거인 천문, 지리, 임학을 연구 교육하고 학문적으로 체계화하여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www.handan.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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