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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주

ⓒ 안현주
버스를 타고 동대문을 지나던 오후였다. 차가 막힐 시간대가 아님에도 더디게만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승객들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고, 그 속에서 난 학창시절 방송됐던 '전격Z작전'에 Z카를 타고 밀려 있는 차량 위로 점프하는 상상을 하며 실없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버스 창 밖으로 시위대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붙어 있는 홍보물과 현수막을 보면서 최근 서울시의 처벌위주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다 분신하여 숨진 박봉규씨 관한 책임자 처벌과 무리한 노점단속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대임을 알 수 있었다. 버스는 얼마 머물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개인적인 일을 마치고 다시 시위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시위대는 사라지고 없었고 벽에 있는 홍보물과 바닥에 모아놓은 쓰레기만이 시위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위대는 가고 없었지만 하루벌이 때문에 시위에 참가하지 못하고 장사를 계속해야 했던 주변 노점상 아저씨들의 표정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리어카 위에 모여서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생선들의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뭐라구요! 안 들려요. 더 크게, 더 크게 말해봐요. 그래야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여러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죠.

ⓒ 안현주


▲ '비'의 얼굴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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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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