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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계 큰 별 이주일씨가 향년 62세의 일기로 지난 27일 오후 3시 15분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코미디계 큰 별 이주일씨가 향년 62세의 일기로 지난 27일 오후 3시 15분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코미디계 큰 별 이주일씨가 우리들의 가슴 속에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웃음' 대신 그를 보내기 아쉬워하는 '눈물'로 가득했다.

코미디언 이주일(62·본명 정주일)씨는 지난 27일 오후 3시 15분께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17일 한양대학병원에서 처음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한 지 11개월만이다.

하얀색 국화로 둘러싸인 영정 사진 속의 이씨는 중절모를 쓰고, 검고 큰 뿔테 안경에, 백발이 되어버린 수염을 한 모습으로 그 앞에 있는 이용식, 이덕화, 김학래, 최병서, 한무, 이봉원 등 코미디언 후배들에게 금세라도 "콩나물 무쳤냐"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여"라며 웃음을 선사할 듯하다. 그래서 더욱 그를 놓아주기 싫은 듯 많은 사람들이 눈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국립암센터 영안실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두환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총재,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등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조화로 가득했다.

이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보건복지부장관, 청와대 복지수석 등 정부인사와 전유성, 주병진, 심형래, 이성미, 이경애, 박미선, 김용만 등 코미디언 후배들, 설운도, 이선희, 김자옥·오승근 부부, 이병헌, 현숙 등 연예인들의 추모 행렬이 새벽까지 끊이지 않았다.

이씨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로 각계각층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이씨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로 각계각층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고통 속에서 투병생활을 해오던 이씨는 지난 7월 31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국립암센터 입원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그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면서 버텨왔다. 그는 지난 22일 호흡곤란이 더욱 악화되어 '기관지 삽관 시술'까지 받았으나 결국 의식 불명 상태에서 쇠약해진 심신을 붙잡아두지 못했다.

이씨의 주치의인 이진수 국립암센터 병원장은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후 지난 22일까지 입 안에 호스를 넣어 폐에 산소를 공급해왔으나 26일 오전 3시경 의식을 잃고 호흡에 이상이 왔다"면서 "결국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사망원인은 폐암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내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제화자(64)씨와 장녀 정미숙(37)씨, 차녀 정현숙(33)씨가 있으며, 빈소는 국립암센터 영안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국내에서 공식 운영되고 있는 한국연예인협회,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등 모두 9개 연예·예술단체를 대표한 '연예예술인장(3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9일이며, 장례위원장은 이덕화씨가 맡았다.

장례 당일인 29일 오전 9시에 국립암센터에서 영결식을 갖고 오전 10시에 이씨의 어머니 묘소가 있는 강원도 춘천 경춘공원 내 가족묘지로 향한다. 장지로 향하는 중간에 이씨가 생전에 살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집에서 노제를 지내고, 성남 영생관리소에서 이씨가 생전에 원했던 대로 시신을 화장한다. 장례는 서울 봉은사 노전 주지스님의 집도로 불교식으로 진행될 예정.

우리의 영원한 웃음 '이주일', 국민훈장모란장 수여

고 이주일씨의 고등학교 9년 후배인 MBC 9시뉴스 엄기영 앵커는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고 이주일씨의 고등학교 9년 후배인 MBC 9시뉴스 엄기영 앵커는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눈물의 인생' 속에서 '웃음의 황제'로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 는 이주일씨의 빈소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국내의 코미디언 대부분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또 방송을 끝내고 곧바로 숨가쁘게 달려온 연예인들과 방송인들, 각계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오후 10시 30분경 이씨의 빈소를 찾은 MBC뉴스 엄기영 앵커는 "큰 노정의 한평생에서 '서로 잘나지 못했다'라고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주장했지만 마지막 타는 가슴으로, 몸 전체로 대중편에 서서 함께 하다가 갔다"면서 "더욱 갈수록 웃는 일을 잃어가는 시대에 그의 빈자리가 더욱 커보인다"고 MBC 9시뉴스 마지막에 전한 애도의 말을 추모의 말로 대신했다.

방송을 마치고 화장도 지우지 못하고 바로 빈소를 찾았다는 엄기영 앵커에게는 이주일씨가 고등학교 9년 선배로 절친한 사이였으며, 최근 엄 앵커가 이씨를 만났을 때 "요즘 뉴스 시청률 올라갔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으며 물었다고 전했다.

탤런트 김자옥씨는 "좋은데 가셔서 아드님을 만났으면…"이라며 슬픔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외에도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씨 등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들을 비롯한 많은 조문객들이 "이씨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29일) 이씨의 빈소를 찾는 각계각층의 인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송 및 신문의 연예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편 이주일씨 연예예술인장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석현(전 연예협회장)씨에 따르면 이씨의 유족들과 논의를 거쳐 대학의 연극영화과에서 코미디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으로 '이주일장학재단'을 설립하도록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서는 이주일씨에게 28일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할 방침이다.

고 이주일씨 장례식장 이모저모

▲ 국립암센터 장례식장 '금연지대', 애타는 마음에 '흡연지대'로

'폐암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한 이주일씨의 빈소가 마련된 국립암센터는 전지역이 '금연'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장례식장도 마찬가지. 하지만 조문객들의 발길이 계속되면서 장례식장 주변은 '금연지대'가 아닌 '흡연지대'로 바뀌었다.

빈소를 찾은 사람들은 이씨가 생전에 마지막까지 '금연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남긴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는 말을 기억 못하는지 장례식장 입구 앞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이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 주로 이씨의 장례를 취재하기 위해 온 취재진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자 자리를 지키기 지루했던지 연예인들도 무리져 나와 담배를 피웠다.

▲ 이주일씨 장례식장은 취재 전쟁터·조화 전시장

이주일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공중파TV 3사 방송 보도진과 각 일간신문사, 스포츠 신문사 등 연예 담당기자, 카메라 기자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3사 방송사는 장례 첫날인 27일 저녁부터 앞다투어 특집방송을 내보냈으며, 생방송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는 열띤 취재를 벌였다.

이에 질세라 각 신문사의 기자들도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만 했다. 빈소 앞으로 길게 늘어선 조화 앞에 앉아 기다리면서 "어! 누구다"라는 소리만 들리면 출입구 쪽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 플래시를 터트렸다.

하지만 모든 조문객들이 취재기자들의 질문과 플래시 세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소위 '떴고' '뜨는' 연예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들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녀도 취재대상은 아니었다. 장례 둘째 날인 28일 아침까지 이씨의 빈소를 찾은 사람이 1000여명이 되니까 기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은 선별 작업이 이뤄졌다.

한편 이씨의 빈소 앞에는 조문객과 취재진 못지 않게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바로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조화. 보낸 사람의 비중에 따라 그 위치를 달리 했으며, 취재진의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잘 잡히도록 신경전이 펼쳐졌다.

영안실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화가 이씨의 영정 옆에 자리 잡았으며, 김종필 자민련 총재,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의 조화들이 앞쪽을 차지했다. 또 방송국 대표와 언론사 대표가 보낸 조화와 조용필, 나훈아 등 슈퍼스타급 연예인들이 보낸 조화도 눈에 잘 띄도록 놓여졌다.

한 기자가 조화에 적힌 이름을 일일이 적으려 하자 장례 관계자는 "조화를 보내온 사람들의 명단이 마련돼 있으니까 적을 필요 없다"고 할 정도.

▲ '우리도 얼굴 한번 비쳐 주시죠'

빈소 앞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고 줄서 조문객에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인 개그맨들과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 이들은 취재진의 카메라 근처에서 자주 서성였다.

가장 먼저 이주일씨의 빈소 앞을 지키기 시작한 후배 연예인들은 MBC 소속의 신인개그맨들. 이들은 밤새 자리를 지켰으며, 대부분의 조문객들이 돌아간 후까지 남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늦게 찾아온 SBS, KBS 소속 후배 개그맨들도 빈소를 지키고 있는 선배 코미디언들에게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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