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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장대환 총리서리와 3부 요인 등 광복절 행사 참가자들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8월 15일 장대환 총리서리와 3부 요인 등 광복절 행사 참가자들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대환 총리서리가 임명된 직후인 지난 9일,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노동자 서민들은 도둑을 피하려다 강도를 만난 꼴"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지상주의자로 알려진 장대환 총리서리가 인준 부결되었던 장상 전 총리서리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아직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시장의 논리를 신봉한다는 이유만으로 '강도'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표현은 아닐까. 당시 필자는 민주노동당의 논평에서 사용된 이같은 표현에 선뜻 동의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 14일 공개된 장 서리의 재산내역을 접하고 나서 민주노동당의 논평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 서리의 재산내역은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부동산의 경우 공시지가나 기준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주식의 경우 액면가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한 순재산액이 56억4700만원. 시가로 환산할 경우 장 서리의 실제 재산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그 내역을 보면 전국 곳곳에 부동산이 망라되어 있다. 아파트 2채에 건물이 3채, 전국 5곳의 토지. 재테크 차원을 넘어선 본격적인 부동산투기 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모두 13개사 주식 29억4400만원 어치를 갖고 있는 등, 장 서리 가족은 모두 42억9400만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이 가운데 5개에 달하는 매일경제 계열사의 주식은 그렇다 하더라도, 매일경제와는 무관한 8개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경제 정보를 다루는 경제신문사 사장으로서 적절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장 서리 본인과 부인 명의로 골프 회원권 5개와 헬스클럽 회원권 1개 등 회원권 재산만 5억6900만원을 신고해, 지나친 호화생활 내지는 회원권을 통한 재테크에까지 나섰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의 주거래 은행인 한빛은행으로부터만도 38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특혜 논란과 함께 그 사용처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하나 하나에 대한 시시비비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짚어질 것이다. 재산형성 과정의 이상 유무는 국회청문회에서 따지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한민국 총리서리의 이같은 재산내역을 알게 된 국민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재산형성 과정의 엄격함만을 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는 청빈해야 한다는 관념도 어쩌면 낡은 것일 수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재산을 잘 늘리는 것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능력 있는 총리서리를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나이에 경제신문사 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신분에서 재테크를 좀 왕성하게 했다고 해서 그리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문제이다. 요즘 세상에 재테크야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규모나 방식이 국민들과의 위화감을 낳을 밖에 없는 정도의 것이라면, 총리서리의 신분에서는 그 적절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번 장상 전 서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 그가 동료 교수들과 공동으로 구입한 부동산에 대한 투기 의혹이 논란거리가 되었고, 이 문제로 장상 전서리는 무척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 장대환 서리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규모를 보면, 당시의 논란은 서로가 아마추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장대환 서리가 갖고 있는 부동산 내역을 알고 나니, 그때는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정말 허탈해지는 심정이다.

아니, 허탈하고 말면 그래도 다행이다. 필자는 허탈감을 넘어선 절망감이 국민들의 가슴에 자리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장상 전서리때 아들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시비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위화감과 단절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장대환 서리의 재산내역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그 이상의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아파트는 왜 두 채나 필요한 것일까. 다섯 채나 되는 건물에서 벌어들이는 임대수입은 얼마나 되었을까. 전국 곳곳에 구입해 놓은 토지의 시세가격은 얼마에 이를까. 신문사 사장이 골프를 즐기는 것은 알겠는데, 왜 회원권이 다섯 장씩이나 필요했던 것일까.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들, 혹은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월급쟁이들의 생활로서는 정말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말 그대로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그 '다른 세상' 사람이 대한민국 총리서리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 서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의 어려움을 아는 총리가 될 수 있을까. 국민 앞에서 고통분담을 호소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는 있을까. 능력있는 사람에게는 세상은 좋고 살만한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국민들은 그런 총리를 기용한 이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혹시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총리를 할 만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인사들은 모두 그러한 배경을 갖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것만 따지다가 언제 능력 있는 총리를 맞을 수 있겠는가. 정말 그러한가. 지금 우리는 땅을 산 사촌을 보고 배아파하고 있는 것인가.

잇달은 총리서리 임명과정은 서민들의 가슴에 적지않은 상처를 주고 있다. 그것은 청와대가 오늘을 사는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대다수의 서민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연이어 총리서리 자리에 오르고 있는 것같은, 그래서 이 나라의 정부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끌고 있는 것만 같은 박탈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말끝마다 능력, 능력한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고, 모자라면 또 얼마나 모자라겠는가.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총리감을 찾는 일이었다.

청와대는 장대환 서리 임명을 발표하면서 사전검증을 철저히 거쳤다고 했다. 사전검증을 철저히 한 결과가 이런 것이라니,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은 아닐까. 한마디로 청와대의 민심 불감증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장대환 서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6일부터 열리게 된다. 사실 장대환 서리의 재산문제는 장상 전서리 때의 여러 시비거리들을 합한 것 이상의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지금 정치권은 총리서리를 연거푸 물아붙이는 데 대한 부담을 크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다시 총리서리를 공격하고 나설 때 현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흔들기로 비쳐질 부담을 의식하게 되어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또 다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나라의 총리는 어차피 서민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간택되는 것이라고 체념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 한번도 아니고 연이은 상황 앞에서 우리는 어려운 딜레마에 처해 있다.

장상 전서리의 경우에는 그가 최초의 여성 총리서리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부담을 안겨주었다면, 이번 장대환 서리의 경우에는 연거푸 인준 부결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부담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왜 이리 국민에게 부담만 안겨주는 인사를 거듭하는 것인지. 정말 임기말의 청와대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장대환 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상 전서리 인준안을 부결시켰다는 것과 장대환 서리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문제이다. 정치논리만을 앞세워, 이번에는 대충 넘어가자는 식의 발상은 온당치 못한 것이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총리이다. 국민상식의 잣대를 가지고 장 서리의 자격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책임이며 의무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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