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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밀리 자연학교 채규철 교장
ⓒ 한정원
ET 할아버지 채규철(65세)씨가 지난 23일 안양에 왔다.

'사랑의 나눔’ 최정규 돕기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채씨는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으로, 농촌운동을 하다 덴마크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던 지난 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얼굴을 비롯한 온 몸이 녹아버렸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치른 27차례의 수술을 했지만 그는 일그러진 얼굴과 한쪽 눈 실명, 문드러진 양쪽 귀, 칼퀴 같은 손으로 살아남았다. ET 할아버지라는 별명은 ‘이미 타버린 할아버지’라는 뜻의 스스로가 지은 별명.

세상 사람들의 야유와 손가락질, 다방에 들어서면 동전을 던져주며 등을 떠미는 종업원, 세상의 멸시와 천대를 술로 달랬던 나날들. 젊은 엘리트 운동가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삶을 찾았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 세상을 향한 감사로 바뀌었다. 전 재산은 물론 사랑하는 자식들까지 다 잃으면서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던 욥의 맹세처럼 죽을 때까지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는 욥이 되기로 했던 것.

11년전 세운 두밀리 자연학교를 비롯, 환경운동에도 힘써 제1회 풀뿌리 환경상을 수상했다. 또한 천대와 멸시 속에서도 인생을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나갔고 장애인인권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그 집앞을 지날 때마다 그 분들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나도 형편이 나아지면 남을 위한 좋은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다져왔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내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나아지지 않는게 아니라 욕심이 자꾸만 커졌다. 그 때를 기다렸다면 나는 평생 나만 위해 사는 불행한 삶을 살고 말았을 것이다.”

남을 돕는다는 것, 그것은 내 주머니를 채우고 남는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 중에서 나눠갖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다. 앞 못보는 시각 장애인 부부가 자신들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대문 앞 등을 다른 사람들이 어두울까봐 켜 놓았고,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형편이 좋아지면 나도 남을 위한 좋은 일을 해야지 했었다고.

그가 안양에 온 것은 불의의 화상으로 장애를 입은 최정규(19세·안양2동)군을 돕기 위한 전시회가 7월 29일까지 안양문예회관에서 열리기 때문.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어 아직 우리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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