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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시민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벌없는사회> 대토론회가 20일 오후 세종대에서 열렸다
학생 시민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벌없는사회> 대토론회가 20일 오후 세종대에서 열렸다 ⓒ 석희열
2000년 1월 정식 출범 후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벌철폐운동을 다각도로 벌여온 <학벌없는사회>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는 20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대 군자관에서 <학벌없는사회 전국 학생모임> 학생 등 80여 명의 시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벌타파와 학벌주의 극복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7월 월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병호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사회의 질곡의 중심에는 늘 '학벌'이 자리하고 있었다"면서 "학벌의 병폐는 바로 국가계급,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상 특권 신분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내는 국가의 관리 선발시스템에서 그 씨앗이 발아하게 된다"며 고시제도 등 국가의 관리 선발제도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발제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학벌주의 극복 방안들을 설명하고 있다
발제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학벌주의 극복 방안들을 설명하고 있다 ⓒ 석희열
학벌에 대한 개념을 '특정대학을 나오는 것이 지위 획득에 가장 결정적인 관문이라고 보는 집합적 태도'로 정의한 김 교수는 "학벌주의는 공정 경쟁의 룰을 부정하는 점에서 자본주의 일반에서 나타나는 학력주의와는 다른 것"이며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는 단순히 의식과 제도가 아니라 하나의 지배체제, 즉 권력재생산기제"라는 점에서 그 폐해가 특히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학력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자격기준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신뢰부재의 사회에서 학력은 물신화되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좌절을 안겨다준다"면서 "한번 획득된 학력 혹은 특정학교의 졸업장이 일단 획득된 이익을 지속시키는 진지구축의 방편으로 작용할 때 학벌주의가 발생하게 된다"고 학벌주의의 발생 배경을 설명했다.

발제문에서 김 교수는 "학력과 자격증의 장악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학력 차별이 사실상 준신분적 차별로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놓았다"고 한국사회의 특성을 분석한 뒤 "한국에서는 학력차별과 더불어 서울대와 비서울대,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대, 국내 학위자와 미국 학위자간의 차별이 실재하고 있다"며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 카스트는 우리사회에서 심각한 상태에 있으며 급기야 서울대 폐지론까지 나오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이 발제에 대한 토론을 하며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이 발제에 대한 토론을 하며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석희열
문화자본으로서 학력이 '학벌사회'의 기반이 된 배경에 대해서 김 교수는 △초기단계에서의 국가의 체제유지, 인력양성을 위해 특정 국립대학 육성 전략 △국립대학, 오래된 대학이 하나의 기득권 구조로 정착 △기업 및 모든 사회조직에서 '특정 졸업장'의 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 △다른 평가체제의 부재, 시험 물신주의, 사회적 신뢰의 결여 △모든 학부모와 학생의 행동을 그러한 방향으로 정형화시켜내는 효과 등을 들면서 고시열풍과 학벌주의의 상관성을 설명했다.

학연, 학벌 회로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고 있는 '학벌'의 문제를 극복하는 정책대안에 대해서 △대학서열화 구조 타파 △학벌이 아닌 능력에 기초한 지위 획득의 사회적 기제 마련 △사회 전체적으로 자체평가 시스템의 개발을 통한 각종 시험제도의 개선 △서울대 학부폐지와 분리 △자생력 없는 사립대학의 난립을 막기 위한 사립대학 통폐합 △평가와 재도전을 위한 기회의 다양화 등이 정책적 및 사회적 대안으로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로 참가한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김영삼 정책연구국장은 "학벌은 현대판 문중이며, 학벌사회의 더 큰 문제는 획일화된 서열에 따라 부와 권력을 너무도 불평등하게 배분하는 데 있다"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학력과 학벌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학벌없는사회> 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발제에 대한 토론를 하고 있는 김영삼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발제에 대한 토론를 하고 있는 김영삼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 석희열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학벌문제는 이미 교육문제를 넘어선 정치문제이며 사회체제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대학 평준화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학벌문제가 공론화 돼야 한다"며 "학벌 기득권층은 새로운 학벌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더러운 행진을 멈추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학벌없는사회 전국 학생모임> 언론담당 고종호씨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으면서 내 삶을 결정해주는 것이 학벌"이라며, '학벌'에 의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력서에서의 학력란 폐지와 함께 언론에서 인물을 보도할 때 학력 표시를 중단해 줄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본격적인 대중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학벌없는사회>의 소식지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antihakbul.org) 접속이나 전화(02-738-7827)를 통해 신청하여 받아볼 수 있으며 후원계좌(국민은행 031-21-0897-224, 농협 029-02-211955)를 통한 시민들의 후원금도 접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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