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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자 <김대중 칼럼>
7월 13일자 <김대중 칼럼>

김대중 대통령의 개각과 관련한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의 글 '막가는 끝내기 정치'는 실로 그의 "막가는" 수준 이하의 욕설 내뱉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치기에 찬 글을 버젓이 '칼럼'이라고 써대는 그의 정신적 폐허 상태는 분노를 넘어, 이제 퇴장길에 들어선 노(老)언론인에 대한 연민을 자아낼 뿐이다.

민족적으로 의미 있는 건설적 제안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그리고 김대중 정권의 일이라면 그 어떤 가치 있는 일이라도 한사코 흠집내기로 일관해온 그의 악의에 찬, '극우적 포퓰리즘'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편집인의 '극우적 포퓰리즘'

김대중 정권의 정치적 선택은 날이 갈수록 악수를 두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 보인다. 그의 이번 개각은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칭찬 받기 어려웠다. 개혁을 마무리 지으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의 현실을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그 악수가 "심술과 고집과 무리와 앙갚음 같은 것이 배어 있다"는 식의 인격 모독적인 언사로 규정될 일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대중 정권의 정치적 판단능력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대신문의 편집인이라는 인물이 일국의 대통령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 감정적 증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그것을 마치 사실인양 해도 좋은 것일까? 도리어 김대중 편집인의 글에서,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심술과 앙갚음이 고집스럽고 무리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보다 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김대중 정권에 대한 변호의 여지가 없다해도, 김대중 편집인의 글과 같은 것이 그 어떤 비판의 대상이 되지 못할 때 우리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그가 사용한 "심술, 고집, 무리, 앙갚음"이라는 말속에는 김대중 정권이 지향해온 가치 일체를 철저하게 폄하하고 소멸시키려는 반역사적 기도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김대중 편집인의 글쓰기에서 일관되게 추구되어오고 관철되어온 전략적 원칙이다.

김대중 정권의 가치 일체를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반역사적 기도

김대중 정권에게는 분명 비판받고 정리되어야 할 것이 있으나, 그렇다고 전적인 부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김대중 정권의 역사에서의 위치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의 길을 지켜내려는 노력만큼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대중 편집인은 이를 포함한 김대중 정권의 역사 일체를, 마치 옹고집의 노 대통령이 보인 심리적 이상 현상 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귀결지으려는 대단히 교활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왜 그런가? 김대중 정권의 정책 가운데 그 어느 것도 계승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한 포석이자, 그로써 식민사대주의 세력의 파시즘적 캠페인을 성사시키기 위한 작업인 것이다. 그의 글이 담고 있는 핵심은 개각인사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김대중 정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훼손하기 위한 전술적 동원의 소재에 불과한 것이고, 정작의 초점은 남북관계의 유화국면을 파괴시키는 것에 있다. 그로써 대결주의에 정치적 운명의 한 축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이 땅의 극우세력의 판세를 넓히는 것에 그의 글의 목표가 겨냥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권의 마지막 7개월에 대해 기대를 접고 있다면서 "그저 7개월 남짓 남은 임기를 대과 없이 잘 마치고 조용히 초야에 묻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적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꽤나 생각해주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그에게 과연 있을까? 다른 누가 아닌 김대중 편집인 자신이야말로 먼저 이제 무수한 사람들의 삶과 영혼에 상처를 주고 역사를 이그러뜨려 온 곡필을 그만 두고 조용히 초야에 묻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대야말로 이제 초야로 돌아가시라. 우리는 김대중 편집인의 글쓰기에 이미 기대를 접은 것만이 아니라, 제발 그만 두라고 한 지 오래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언론인의 글쓰기는 그만의 고유한 작업이기는 하나, 그것이 국민들의 수긍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지 김대중 편집인처럼 "내 멋대로 칼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건의 진상이나 정확한 내용을 묻기보다는, "...라면"이라는 식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자기가 만든 전제로 자기가 원하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모함의 공식이다. 그의 어법대로 내가 그에 대하여 이렇게 쓴다면 어떻게 될까? "김대중 편집인이 이토록 김대중 정권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한나라당의 집권 시 중책을 내정받은 것 때문이라면, 그의 글쓰기 행위 일체는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 운운" 김대중 정권이 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흠을 내고 훼손하기에 전력을 다하는 김대중 편집인, 그에 우리는 이미 식상했다.

자기가 만든 전제를 기정사실화 한
"...라면, ...이다"는 전형적인 모함의 공식


그는 이어 이렇게 적고 있다. "그러나 그 남은 7개월 남짓을 어떤 식으로든 휘젓고 간다든지 자신의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국정에 반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김대중 편집인이야말로,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어떤 식으로든 휘젓고 간다든지, 자신의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지면에 반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그러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서해교전 이전부터 어떻게든 전쟁확대를 선동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 선두에는 김대중 편집인이 서 있다. 김대중 정권에 대한 그의 모든 시각은 대북 적대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는 데에 일차적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는 작은 충돌이 보다 큰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제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태도이탈"이라면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구경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서해교전의 정황을 보다 정확하고 면밀하게 분석하려는 노력 없이 처음부터 "북한의 계산된 도발"이라고 단정하고 여론몰이를 해온 조선일보는 김대중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전쟁행위의 경계선으로 끌고 가기 위해 집중포화를 쏟아내었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한번 본때를 보이란 말인가? 국민의 생명을 무한대의 위험으로 이끌고 가려는 그의 몰상식한 발상과 반 생명적 자세는 김대중 편집인의 '대북 적대적 편집증'의 증세가 얼마나 깊은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인물의 주장에 끌려가는 사회는 절망적이다.

그는 월드컵 이후의 정치를 제멋대로의 청와대와 편집증 대통령, 그리고 막가는 끝내기 정치가 망치고 있다고 힐난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의 책임 못지 않게, 한반도의 현실을 보다 악의적으로 망치고 있는 것은 제멋대로 현실을 곡해하는 조선일보와, 대북 적대적 편집증에 사로잡힌 김대중 편집인, 그리고 그를 따르는 부류의 막가는 김대중 정권 끝내기 언론이다.

김대중 편집인이여, 제발 물러나시오

개혁에 대한 쉬임없는 흔들기를 해오면서, 평화에 대한 민족적 염원을 파손하고 미국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민족적 주체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대주의 식민세력의 본영인 조선일보의 편집인 김대중.

김대중 정권의 몰락이 곧 그대와 같은 반역사적이고 민족 분열적이며 사대주의적 식민언론의 수장에게 역사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대중 정권의 실패가 그대의 논리가 옮음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며, 따라서 남북관계의 극우적 경직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도리어 바로 그대와 같은 자가 언론인으로 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이토록 역사의 진실에 혼란을 겪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일에 의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정과 부패로 역사적 명예를 상실해가고 있는 김대중 시대에 대한 대안이, 역사의 진실과 민족적 소명에 대한 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조선일보 김대중과 그의 아류나 동맹세력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이여, 제발 이제 그만 물러나 주시오. 퇴장할 때를 아는 것은 아름다움이기도 하오. 그것이 그대가 지금 할 수 있는 역사에 대한 최선의 공헌이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 그리고 그대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세력들과 끝까지 싸워나갈 작정이오. 그것이 역사의 대의에 충실한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에 말이오.

덧붙이는 글 | [김대중 칼럼] 막가는 ‘끝내기 정치'

우리는 이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별 기대가 없다. 그저 7개월 남짓 남은 임기를 대과없이 잘 마치고 조용히 초야에 묻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 남은 7개월 남짓을 어떤 식으로든 휘젓고 간다든지 자신의 불쾌한 심경을 여과없이 국정에 반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엊그제 발표한 개각의 내용이 사람들을 불안하고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엔 남은 임기를 여·야 및 정치권과 마찰없이 잘 마무리하고 월드컵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국내 단합의 분위기를 살려내겠다는 배려의 흔적이 없다. 개각의 언저리에는 「너희가 뭐라해도 나는 나대로 가겠다」는 식의 심술과 고집과 무리와 앙갚음 같은 것이 배어있다. 그래서 퇴장길에 들어선 노(老)대통령, 자식을 둘씩이나 감옥에 보내고 있는 「개혁 대통령」의 말로(末路)를 측은하게 여기거나 연민의 눈으로 보던 사람들의 실망을 다시금 자아내고 있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여성 총리의 등장을 환영하는 듯 하지만 사실 「여성 존중」이라기보다 「여성 이용」이라는 얄팍한 포퓰리즘에 장상 총리서리가 희생되고 있다는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기껏해야 7개월짜리 총리 자리를 그것도 험한 인준 과정을 고려하지도 않고 선심쓰듯이 내준 처사를 고맙게(?) 받은 당사자가 안쓰러워보일 정도다. 여성 총리가 그처럼 시대적 당위였다면 김 대통령은 왜 여성 총리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기회를 다 제쳐두고 이제 부담만 잔뜩 짊어질, 그래서 자칫 「실패한 여성 총리」로 남을 수도 있는 시점에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인가. 새삼 「DJ의 머리」에 식상해진다. 

법무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 그리고 정통부 장관에 이르러서는 김 대통령이 국민 여론이라는 것,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라는 것조차 이제 괘념치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법무부장관의 경질이 자식들의 구속과 기소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인사권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자질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약값 인하와 관련해 다국적 제약기업의 로비로 복지부 장관의 목이 달아났다면 그것 역시 막가는 인사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신임자에 대한 부담과 배려 때문에 일을 잘하고 있는 정통부 장관을 경질했다면 도대체 어떤 인사들이 그런 분위기에서 일하겠는가. 대통령의 고유권 인사권은 국민들의 수긍이 있을때 가능한 것이지 「내멋대로 인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제까지 자신이 총재였던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와 당대표마저 개각의 내용을 수긍하기는커녕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과 청와대는 무슨 문제만 생기면 DJ의 민주당 탈당과 절연을 내세우지만 국민에게는 그것이 정치적 중립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일종의 화풀이처럼 들릴 뿐이다. 대통령은 집권당을 떠났어도 집권당이라는 정치권과 무관할 수 없고 국정을 위해서는 감정을 죽이고 이성을 살려야 하는데도 김 대통령의 「탈당 운운」에는 『나보고 나가라고 했잖아』라는 치기가 엿보일 뿐이다. 

문제는 나라와 국민과 앞으로 7개월이다. 이 긴박하고 중요한 시기를 우리는 「고장난 리더십」 속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 서해사태에서는 과거의 DJ답지 않은 「태도이탈」을 보였다. 특히 국방당국이 서해교전에 관한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의 계산된 도발」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국군통수권자로서 국민에게, 또 북한에 이렇다할 말 한마디없이 입다물고 있다. 전상자에 대한 국민의 성금이 답지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구경꾼이 되고 있다. 

이런 대통령,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날카롭게 대립해 있는 여·야, 청와대와 여당, 청와대와 야당등이 혼재(混在)하며 제멋대로 튕기고 뻣대는 앞으로 7개월, 나라가 어디로 갈지 그것이 걱정이다. 그리고 모처럼 얻은 국민 대단합의 기운이 이런 제멋대로 청와대, 「편집증 대통령」과 막가는 「끝내기 정치」로 훼손되는 것이 못내 아쉽다.(200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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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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