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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재
나주시청사 꼭대기 4층 조립식 건물 끝자락에 자리잡은 나주시공무원 직장협의회를 찾은 것은 한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10일 오후 2시였다.

사무실에 있는 직협 간부들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면이 있지만 그래도 서먹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근무지들을 물어보다가 무언가 틀린 점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간부들이 공무원사회에서 말하는 일명 한직에 근무하고 있기에 의아해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하는 대답이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직협 간부들에 대한 좋은 보직으로의 인사는 직협에 대한 탄압이다"라는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나, 모든 공무원이라면 선호하는 좋은 보직을 탄압으로 간주하며 직협 활동에 전념하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주공무원사회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원한 캔 음료를 마시며 순간 언론인 특유의 동물적 감각이 발동돼 직장협의회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제반비용을 시에서 보조받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불쑥 질문을 던져 보았으나, 내가 기대 했던 그들의 답변은 나의 질문을 비웃는 듯이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자치단체장에게 1%라도 예속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회원들의 회비와 간부들의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그들의 단호한 답변에 다음 방문 때는 음료수를 한 박스라도 사들고 오겠다는 말로 대신하면서, 그들의 꼬투리를 잡아보겠다는 나의 질문을 부끄러워했다.

내친김에 이번에 단행된 인사문제로 화제를 돌렸더니 직협 간부들은 "지난 8일 이루어진 주요 부서에 대한 일부 인사는 청내 '비주류'와 '주류'의 자리바꿈에 불과한, 신정훈 시장의 개혁의지가 심히 의심스런 인사였다"며, 나아가 "대다수 직원들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는 그들의 말에서 앞으로 직협과 신시장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하면서 직협 나주시지부장 나상문 대행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공무원노동조합으로 전환했는데 노동조합 결성의 경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헌법 제33조는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갖되 공무원인 노동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가지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 법 66조와 지방 공무원 법 58조는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노동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도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98년 2월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점진적으로 보장키로 합의하여 '99년 7월부터 교원노조를 허용하고, 일반 공무원에 대하여는 우선 직장협의회를 허용하되 빠른 시일 내에 노조를 허용하기로 결성한 바 있으나 아무런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다가 2002년 6월 9일 창원에서 7월 28일 부산에서 11월 4일 서울에서 7000∼1만2000명의 공무원동지들이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공무원노동조합 쟁취의 강렬한 열망의 분출이 있자 뒤늦게 이 정부의 집권 말기에 와서 2001년 7월말부터 "공무원노동기본권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제헌헌법은 물론 89년 3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노동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특별법에 의한 아주 원론적이고 초보적인 논의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2002년 6월 5일 지부 전환(결성)을 완료하였다."

- 공무원에게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는 필요성이 무엇인가.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바로 서는 공직사회풍토를 조성하여 사회정의를 확립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OECD가입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부패의 정도와 지수가 높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부패문제는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것으로 국가발전의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으며, 특히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정부에 대한 신뢰성 상실과 청렴한 공직생활을 추구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

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회복은 공무원 자신의 권익보호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위한 주체로써 참 공무원, 민주행정, 바른 나라로 가는 길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및 잘못된 관행과 비능률성을 걷어내고 창의적이며 생동감 있는 민주적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진정으로 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며 스스로 부정부패에 빠져들지 않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으로서 공무원노조는 꼭 필요하다 하겠다.

스스로 변화하고 깨끗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외부의 그 어떤 시정이나 감사도 공직사회 내부의 진정한 변화는 이뤄낼 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행정과 바른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공무원노조는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 공무원노동조합의 정책방향과 사업기조는 무엇인가?
"공직사회 민주화(민주성), 신뢰받는 공무원상 정립(공공성), 공무원노동3권 쟁취(자주성), 공무원 권익향상(권익보호)의 바탕 위에 △관료주의 및 부정부패청산과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직사회건설 △공무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정치·경제적 지위향상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의 역사와 전통 계승 및 노동3권 쟁취를 그 활동의 목표로 하고 있다. 아래로부터 공직사회를 개혁하여 진정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사회 건설을 의미한다."

- 지난 달 5일 창립대회에서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했다. 직장협의회회장과 협의회원들이 중도에 사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조직구성원과의 단결과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회장과 일부임원들의 중도 사퇴는 있었으나 각자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 버리고 싶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기회와 교훈으로 더욱더 튼튼한 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 회장 선출은 협의회 규정상 6개월 잔여임기가 남아서 오는 11월 총회에서 선출할 것이며, 협의위원은 전원 선출하여 부지부장 임시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회원여러분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아무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앞으로는 조직구성원의 분열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 민선3기가 출범했다. 개혁 방향의 공무원노조가 개혁적인 새 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개혁의 참신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출마 당시 공약사항에 대해 차분하고 성실한 이행을 기대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소신을 갖고 합리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의 화합과 발전을 기해야 하며, 열린 눈과 귀를 통해 시민의 뜻을 반영하길 바란다.
특별히 바라는 것은 개혁의 동반자로 노조를 인정하여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으로 지역사회의 화합과 조직의 효율적인 관리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정구현을 실천하기를 바랄 뿐이다."

- 지방선거가 끝난 지난달 19일 "일부 정치공무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생살을 도려내는 당선자의 용단과 포용으로 열린 시정구현에 매진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정치공무원에 대한 시장의 용단과 포용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용단의 촉구는 다시는 정치적인 오해의 근간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공무원이 나와서는 안되며 이는 민선 1,2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문제점의 근간이 어디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 최고 책임자의 도덕적 가치가 우선 검증되어야 하며 묵시적 강요나 방조를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3기 시장은 과거문제에 대한 단죄에 집착하고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 정치공무원을 근절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의지와 함께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시켜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의 큰 틀이 마련될 수 있는 계기마련의 용단이 촉구된다 하겠다.
포용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민선 1,2기를 겪으면서 전시장과 현시장의 갈등 속에서 소모적이고 지역화합을 역행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일할 맛 나는 공직사회분위기를 조성하여 시민에게 감동행정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도록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조직개편은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차원이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전 직원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하여 배치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소를 제공하여 능률을 배가시키는 그런 큰 틀의 행정이 요구된다 하겠다.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차원의 조직개편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면 악순환의 연속이며 이는 결국 민선 1,2기를 겪으면서 대두된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며 잘못하면 나주가 수렁의 늪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기에 신중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접근하여야 하며 단죄만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기에 우리 노조는 최선책을 찾아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빠른 시일 내에 분위기를 일신하여 신바람 나는 공직사회 분위기로 전환하여 조직이 화합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형태로 정착될 수 있도록 더불어 같이 노력하겠다.

- 공무원 노조가 보는 정치공무원의 행태란 어떤 것이며, 구체적인 사례를 밝혀달라.
"정치 공무원이라 함은 보편, 상식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공무원이 굳이 선거철에는 오해를 받을만한 행동은 스스로 자제를 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는데도 충성을 빙자하여 오해의 근간을 제공함으로써 시중여론의 도마에 오를 정도로 보면 될 것이고 구체적 사례제시는 지금 시점에서 밝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공직사회의 민주화 신뢰받는 공무원상 정립 등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 나주시지부는 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
"우선 내부자정운동에 주력하고자 한다.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합리성을 바탕으로 시책결정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실무자의 권한과 책임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결재권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모순점도 없지 않았으며 개인의 친분 등 사적인 정이 우선되어 행정의 집행과 재량권의 문제로 행정의 불신이 초래되었으나 앞으로 이를 극복하여 공직사회 민주화를 실천하여 행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실현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시장과의 합의사항과 설문조사결과 나타난 문제점을 해소하여 잘못된 행정내부관행을 타파하고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언론개혁, 성과급폐지운동, 공무원노동기본권회복 등에 주력하여 시민과 함께 하는 공직사회개혁을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민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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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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