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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8일 산내학살 희생자들이 묻혀 있는 대전 낭월동 골령골 골짜기는 하루종일 흐느꼈다. 이날 학살 현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희생자 위령제를 엄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 유가족 등 4백여명이 모여 드는 등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위령제는 영령천도대제에 이어 추념사, 추모시, 살풀이춤(조희열) 등이 이어져 억울한 원혼을 달랬으며 꽃상여를 앞세우고 500여m에 이르는 학살 현장을 따라 추모 행진도 가졌다.

특히 구슬픈 상여 소리로 참석자들을 울린 성보경씨가 이곳 골령골에서 두 형을 잃은 유가족인 것으로 알려져 슬픔을 더욱 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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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가족들은 상여가 닿는 학살지 곳곳마다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뚫려 유골이 파헤진 현장을 둘러보며 연신 설움의 눈물을 찍어냈다. 특히 3학살지 주변 수천여기의 유골이 큰 비에 한꺼번에 유실됐다는 안내자의 설명이 이어지자 탄식을 쏟아내며 발을 구르기도 했다.

ⓒ 심규상
<유가족들은 "더 이상의 학살 현장 훼손을 막고 삼태기만한 봉분 하나라도 만들어 향 한 자루라도 피울 위령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수사회문제연구소 이영일 소장은 "산내 학살 현장의 경우 진상규명과 이를 위해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 현장보존이 시급하다고 본다"며 "전쟁전후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한 통합특볍법을 제정에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내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초 부터 중순까지 보름간에 걸쳐 대전형무소에 수감중인 정치범과 대전충남북 일원 보도연맹원 등 7천여명을 한국 군·경이 산내로 끌고가 집단 학살한 사건을 일컫고 있다.

유가족 울린(?) 스님들의 보시행렬
구슬땀 흘리며 극락왕생 축원

이날 위령제 현장에서 눈길을 끌은 것은 수십여명의 스님 행렬. 대전승우회와 보문산에 위치한 불광사(대한불교조계종) 등에서 이날 행사를 위해 참여한 것.

스님들은 식이 열리기 전 1시간여 동안 원혼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영산천도제를 엄수하고 바라춤 등 추모공연을 벌였다.

또 먼 길을 달려온 유가족들을 위해 도시락 등 음식을 손수 마련해 내놓았다. 스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3학살지까지 이르는 가파른 길을 따라 내내 불경을 외며 축원을 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스님들의 행보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자발적 참여에 의한 말 그대로 '보시'였다는 데 있다. 즉 위령제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자체 갹출하고 이 돈으로 천도제에 쓰이는 제물을 자체 장만한 것. 또 바라춤 등 공연을 위해 한달 전부터 모여 발을 맞춰 왔다고.

뜻하지 않은 스님들의 큰 '보시'에 감격한 유가족들이 허리 굽혀 감사의 뜻을 전하자 스님들은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불경 외고 목탁 두드리는 일"이라며 "유가족들이 흡족해 하니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불광사 주지스님 일문일답.

-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언론을 통해 학살과 관련된 내용을 듣고 억울한 죽음으로 한이 많이 서린 곳임을 알게 됐다.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을 좋은 극락세상으로 천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인연이 닿아 참여하게 됐다."

- 오늘 선보인 영산천도대법회는 어떤 행사인가
"불교식으로 원혼들을 달래주고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축원하는 의식이다. 한밭불교회와 대전승우회 소속 스님들이 제대로 준비해 선보였다."

- 산내학살 문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돌아가신 분들의 학살된 이유, 숫자, 당시 상황등이 정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원인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출발 아니겠나."
/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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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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