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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구성의 쟈켓. 시원한 색조가 일품이다.
독특한 구성의 쟈켓. 시원한 색조가 일품이다. ⓒ 박주혁
조빙은 전작을 발매하고 나서 2년 간의 휴지기를 가진다. 그리고 4년만의 국제적인 발매작인 본작 Urubu를 발매한다(이 전에 녹음된 Elis & Tom은 브라질에서만 발매가 이루어졌다). 피아노 트리오편성에 퍼커션만 가미한 지극히 최소한의 연주와 클라우스 오거만이 편곡자겸 지휘자로 참여한 음반이다.

이 음반은 1972년 작 'Jobim'의 뒤를 잇는 장대한 작품이지만 전작에서 다소 간과되었던 브라질적인 원초성과 리듬을 찾는 데에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그 이외에도 브라질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한아름 받아들여서 지극하게 브라질적인 풍미를 지닌 그의 중반기 음반 중에 가장 도전적이고 또한 가장 실험적이며 민속적인 느낌을 갈무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찌 보면 Wave로부터 서서히 쳐들기 시작한 장대한 음의 건축가로서의 조빙과 클라우스 오거만의 모습은 마치 이 앨범에서는 어지럽게 뛰노는 음들을 우리 안으로 몰아가는 유능한 목동의 모습 같다. 페르시아 카페트 같이 한 음 한 음 어느 곳 하나 비거나 모자란 곳 없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들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작품인 것이다.

첫 곡 'Boto'부터 그의 이런 성향이 나타난다. 브라질적인 인테리어로 가미된 베림바우<1> 소리와 장대한 낙조(落照)처럼 퍼져나가는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 휘슬소리, 긴장감으로 가득 한 리듬 섹션, 조빙의 미묘한 펜더 로즈<2> 연주, 그리고 이 곡에서만 보컬로 참여한 미우샤의 목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며 원시적인 청량함과 긴장감, 조금은 민속적인 멜로디까지 이 모든 요소를 한 번에 잡은 곡이다.

낭만적으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의 현, 조빙의 벨벳 같은 목소리, 브러시를 이용한 드럼의 연주, 미려한 선율. 발라드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명곡 Ligia, 번민스러운 듯한 착잡한 톤의 연주와 멜로디가 흐르는 Corenteza, 바로 전 곡인 Corenteza와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 Angela에서는 대신 훨씬 규모가 커진 그리고 더욱 극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나 볼 수 있다.

사실 앨범내에서 오히려 Ligia보다 더욱 낭만적인 곡은 이 곡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7분대의 중장편에 속하는 곡으로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그의 본향 아마존에 관한 향수. 제목조차 Saudade do Brazil(Homesickness of Brazil)인 이 곡은 지극히 미려한 멜로디가 애수를 담뿍 머금어 전개되는 장대한 곡으로 브라질에 대한 조빙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명곡이다.

완벽한 구조, 군더더기 없는 전개, 훅으로 가득 한 멜로디라인 은은하게 흐르는 서글픈 합창과 바이올린 연주. 명연중의 명연이다. 다소의 음울한 전개를 지닌 짧은 소품 Valse, 앨범내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분수령이자 자신이 살 곳, 조금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이 그릴 건축물을 그려보겠다는 야심찬 의도에서 제작된 곡 Arquitetura de Morar역시 앨범내의 어떤 곡에 비해도 모자람 없는 훌륭한 구조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의 한동안 그는 브라질에 칩거하며 국제적인 활동을 잠시 접는다. 물론 80년대에도 브라질내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적절한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

마지막 국제적인 활동으로 기록될 이 음반에는 그가 평소 꿈꿔왔던 소편성의 악단과 장대한 오케스트라의 맞물림이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금은 전위적인 듯한 멜로디와 전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우울한 정서는 그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꽉 짜여져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던 보사노바의 모습을 조금은 벗어난 듯한 구조. 자유로운 전개와 우울한 톤은 더 이상 Ipanema해안을 느낄 수는 없다. 완벽한 프로작곡가로서 자리잡은 조빙의 모습. 굉장히 색다른 발견이다. 다소의 이채로움을 극복한다면 굉장한 명반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음반이다.

수록곡

01 Boto
02 Ligia
03 Correnteza
04 Angela
05 Saudade Do Brasil
06 Valse
07 Arquitetura De Morar
08 O Ho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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