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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갑 대구시장은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지나달 2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문 시장의 뇌물수수는 그의 측근에 의해 고발되었고 검찰의 조사결과 태왕건설으로부터 9천여 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 동안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문 시장 비자금과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사와 처벌을 위해 1인 시위를 비롯한 강력한 대응을 해왔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시작되면서 대구시장 후보들의 '문 시장 구출' 전술이 구사되면서 대구의 양심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아니 대구의 특권의식이 발동하였다.

문 시장에 대한 보석요구는 최초 무소속의 이재용 후보 진영에서 나왔다. 이재용 후보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남구청장 7년을 거쳐, 이번 시장후보에 출마한 인물이다. 그는 문 시장에 대하여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나, 그간 대구에 기여한 바가 크며, 대구의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문 시장을 보석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역의 언론은 이재용 후보의 이러한 논평을 거의 비판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의 보도를 하였다. 이재용 후보의 과거 전력이나 그의 성향으로 볼 때, 그의 '문 시장 보석 요구 논평'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다. 그는 다음 날 문 시장을 '대구의 어른이며 개인적으로 선배'라며 대구 구치소에 면회를 다녀왔다. 아무리 선거를 앞둔 정치가의 득표 전술이라 할지라도 그의 행적은 반드시 비판의 도마에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분분하다.

한편 조해녕 한나라당 후보 진영에서도 이재용 진영의 '문 시장 보석 요구'로 인한 일탈표를 의식해서인지 최초의 태도와는 달리 문 시장 보석허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결국 문 시장은 두 시장 후보의 '문 시장앞 줄서기'전략 덕분으로 지난 27일 보석으로 풀려나왔다.

이제 문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법처리를 요구한 시민단체와 서명교수들만 그 모양이 이상하게 되었다. 대통령 아들 비리와 권노갑 사법처리, 최기선, 유종근 등의 구속 사례와는 달리 대구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대구에는 '법앞의 평등'이 유린되어도 된다는 말인가. 대구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는 총 4경기이다. 월드컵 4경기를 치르기 위해 비리 연루 시장을 보석처리해도 된다는 말인가. 오히려 뇌물수수로 구속까지 된 시장이 대구를 대표해서 외빈을 맞는 일은 오히려 대구 시민의 수치가 될 것이다.

만일 이재용, 조해녕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대구시장이 되어 재임중 비리에 연루된다면, 앞으로 대구지방법원은 선례에 따라 그들을 문 시장 경우처럼 보석으로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양 후보의 진정한 의도는 '문 시장의 보석'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월드컵 성공적 개최', '대구의 어른', '개인적인 선배' 발언도 결코 문 시장을 구하기 위한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 시장의 추종 세력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술적 행보라는 점은 어린아이도 알 정도이다.

그런데 문 시장이 보석된 이후에도 양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결국 그들이 열심히 한 것은 뇌물수수로 구속된 문 시장에게 다시 시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 것뿐이다. 이제 대구의 양심은 설 곳이 없다. 최소한의 법적 정의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 대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시민단체 등 양심세력은 할 말을 잊은 지 오래다.

최근 문 시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을 것이며 '퇴임 후 인기를 더끄는 미국 카터 대통령을 연상한다'는 말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누가 미국의 카터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구의 문희갑 시장의 차이를 없애주었단 말인가.

문 시장 보석 결정에 대한 시민단체의 성명이 있었으나 지역 언론은 이를 뉴스 취급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분권을 외치는 대구의 저명지식인 집단도 연일 시장후보들과 지방 분권을 외치고 있을 뿐, 대구의 자치와 양심회복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평도 없다. 그들은 대구도 광주처럼 정권의 희생자이며 피해자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구의 양심은 있는가. 진정한 지식인은 있는가. 정말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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