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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대선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그 당시 경제여건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경제여건이 같다면 대선 바로 직전에는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보이고 대선 이후에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게 가장 근접한 답일 것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은 기업수익, 할인률(국채수익률) 그리고 불확실성이다. 기업 수익이 늘어나면 주식 투자자들이 그만큼 더 배당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게 된다. 한편 주가는 미래의 기업수익을 일정한 할인율로 현재 가치화한 것이다. 따라서 할인율의 대용변수로 사용하는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면 기업 수익의 현재 가치가 높아져 주가가 상승한다.

이외에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 정도이다. 기업수익과 국채수익률이 같다면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주가는 하락한다. 왜냐하면 불확실성이 높을 때 투자자들이 주식 사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대선 전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고 또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여건이 특별히 좋지 않는 한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선 후에는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과거 세 차례 대선 1년 전후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1987년 대통령 선거 전후에 주가가 상승했다. 1987년 12월 대선 이전 1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273(1986년 12월 말)에서 525로 무려 92.6%나 상승했고 대선 1년 후에도 72.8%(1998년 말 907)나 올랐다.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당시 소위 '3저 호황'으로 우리 경제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1986∼1987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8%로 1980∼2001년의 평균 6.8%보다도 훨씬 높았다.

1992년과 1997년 대선 전에는 주가가 조정을 보이거나 하락했다. 특히 1997년 대선 때는 주가가 1년 전보다 42.2%나 떨어졌다.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었지만 당시 외환위기를 당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 빠졌었다.

그러나 이 두 번의 경우에도 대선 1년 후에는 주가가 올랐다. 1992년과 97년 대선 1년 후 주가가 각각 27.7%, 49.5%씩 상승했다. 대선 후 경기가 완만한 회복국면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주가 상승폭이 컸던 것은 주식시장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된 데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12월 대선 전후에는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가? 증시 주변 여건으로 보면 대선 전후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우리 경제가 지난해 3분기를 경기 저점으로 현재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증가하면서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부터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경기가 본격적으로 확장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환율,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변수도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4%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여기다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등 기업수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투자 효율성이 증대되고 있는 반면 구조조정으로 부채가 줄어들었고 금리 하락으로 금융비용도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수급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거래소의 경우 유상증자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4%로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식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전체 자산 가운데 4.5% 정도로 낮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저금리 추세에 따라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기금도 앞으로 빠르게 진전될 인구구조의 노령화에 따른 연금 수요 증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주식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러나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선거 이전에는 주가가 좋은 경제 등 주변 여건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도 뚜렷한 경제정책에 대한 방향이 밝혀지지 않는 한 같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 3월부터는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면서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에 접어들고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주가가 경제여건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시장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관되고 투명성이 높은 경제정책을 펼치면 주식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국면을 보일 것이다. 지난 15년 이상 우리 주가는 주로 400과 1000 사이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기업들이 이익을 내고 있어서 주가가 앞으로 장기 박스권을 벗어나면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정권에 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OhmyNews2002(2002.5)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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