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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별첨 도표는 호주 통게청 자료에 나타난 2000년 6월 30일로 끝나는 1년간 (1999-2000년 회계 년도) 호주가 받은 주요 국가별 이민자 숫자이다. 그 해 총 이민자 수는 91400으로, 3년 전의 77330명에 비하여 증가세였다.

이 3년동안의 주요 아시아 국가별 동향을 보면, 중국이 4340명에서 6810명, 인도가 2790명에서 4630명, 필리핀이 2770명에서 3190명으로 늘어났다.

90년대 초 년 1만명 선에 육박했던 홍콩인들의 호주 이민은 1997-1998년에 3190명, 1999-2000년에는 1470명으로 크게 줄었다. 대만도 90년 대 초 4000명 수준에서 1997-1998년 1520명과 1999-2000년 1700명으로 줄었다. 베트남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호주에 살면서 지난 15년동안 아시아 국가별 호주 이민 유입 패턴을 유심히 지켜 봐 온 나는 늘 해오던 지적이 있다. 한국인의 호주 이민 규모는 어떠한 기준으로도 너무 적으며, 이런 자료를 근거로 한인사회가 호주 정부에 건의서 한번쯤 내봐야 하는데, 안하고 어쩌다 이민 장관을 만날 기회가 오면 이미 알려진 정책 설명이나 일방적으로 듣는 게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10여년 동안 한국인의 호주 이민 유입에 대한 공식 숫자를 알려면 여기 통계청에 돈을 내고 자료 요청을 해야 한다. 한국인 호주 이민 숫자는 너무 적어 공표된 국가별 분류에는 `기타'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어서, 꼭 필요하다면 컴퓨터에서 빼내는 작업을 따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자료 없이도 짐작할 수 있는 수치는 지난 10여년 간 계속 년 5-600명 선이다. 여기에는 상당수의 입양아, 그리고 방문 비자로 호주에 들어온 후 영주권을 받은 한인들이 들어 있다. 서울의 호주 대사관에서 이민 비자를 받고 들어 오는 사람은 이 보다 훨씬 적다는 말이 된다. 일부 뉴질랜드를 거쳐 들어오는 반면 매년 영구 출국하는 동포들이 있다.

그러니 어느 교민 기업인의 말 대로 "한인 인구가 여간해서 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간 간 협정에 따라 뉴질랜드 시민권 소지자는 호주에 입국하면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획득했으나, 최근 이에 대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도표에 나타난 뉴질랜드에서의 이민 숫자에는 상당수의 교포가 포함되어 있다.

왜 느닷없이 호주 얘기인가? 대선, 경제, 남북관계, 교육과 같은 굵직하게 보이는 분야만 중요하다는 시각을 갖기 쉬운 고국의 네티즌들에게 '먼' 호주로의 몇 백 명의 이민, 그 땅에 조성된 몇 만 명의 한인 사회가 크게 와 닿지 않을 줄 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현상은 전체와 부분으로 되어 있다. 부분이 모아 전체가 되고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국가 이익도 모든 분야 적은 이익을 모아 커진다. 국가 이익. 이는 모든 정치인과 관료의 입에 붙어 다니는 말이지만, 오늘과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서 어느 작은 구석도 허술하게 다뤄서는 이룩될 수 없는 목표이다.

호주, 오스트랠리아. 대부분 한국인의 시야에서 먼 이 나라와의 관계에서 한국이 챙길 수 있는 장기적 이익은 무엇일까? 신문과 책을 봐 조금 안다는 사람들,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의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넓은 땅, 깨끗한 자연 환경, 풍부한 천연자원, 사람 수보다 더 많은 면양 등일 것이다.

매년 거의 20만의 한국인 방문객 (대부분 관광객과 유학생)이 여기를 다녀간다. 한국의 중공업 발전을 의미하는 자동차, 선박 등 철강 제품의 원료인 철광석 대부분이 그리고 한국인의 식탁에 올라가는 상당량의 소고기가 호주 산이다. 포항제철에서 쓰이는 철광석과 코크스가 주로 여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한국의 무역수지 대차대조표 면에서 본다면 모두 외화 지출 항목들이다. 호주는 인구가 적어 우리의 큰 공산품 수출 시장이 될 수도 없다. 이에 비하여 우리의 원료 수입의 필요는 월등히 크니 양국간 무역은 늘 한국의 심각한 역조다.

그러나 호주는 한국이 이민을 꾸준히 늘려 캐나다와 함께 미국 다음으로 큰 서방 지역 한인사회를 만들어 나갈 잠재력이 큰 나라이다. 내가 볼 때, 이 나라와 관련 한국이 가장 먼저 착안해야 할 국익은 이 잠재력을 개발하는 장기 전략의 수립이지만, 이 점은 한국과 현지 한인 사회에서 모두 관심 밖이다.

해괴하게도 대한민국의 대 호주 외교정책, 재외 동포 정책, 그리고 현지 한인사회의 발전을 논하는 어떤 보고서나 그 흔한 학술 세미나에서 언급되는 일이 없다. 내가 호주에 사는 동안 각각 9명의 한국 대사와 총영사가 거쳐갔지만 이런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것은 물론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한국이 이민을 통하여 해외에 민족 사회를 갖는 게 왜 국가 이익인가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해외 여러 곳에 유태인 사회를 둔 이스라엘의 사례만 봐도 안다. 투자, 무역, 송금, 여행 수입, 고급 두뇌 유입과 같은 일반적 이득 외에 미국의 경우 이 나라에 형성된 유태인 커뮤니티가 미국의 외교정책을 고국에 유리하게 이끄는 사례를 지적할 수 있다.

호주는 미국과 같은 '슈퍼 파워' (강대국)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호주 속의 한인들이 이 나라 정부를 움직여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고국을 돕기는 어렵다. 그러나 호주 한인들의 규모를 10만, 20만으로 늘려간다면 이른바 이민에 의한 대한민국의 영토 확장 효과는 분명 커진다.

오늘의 기술과 정보 기반 사회를 생각해볼 때, 말서스의 인구론은 아나크로니즘이 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좁은 국토와 인구 과밀, 그에 따른 극심한 생존경쟁의 숙명을 타고난 한국인에게 이만한 규모의 교포 사회가 또 하나 나라 밖에 있고, 또 그런 출구를 키워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한국의 대단한 국익이 아닐 수 없다.

1970년도 초부터 거의 빈 손으로 들어온 파월 기술자로부터 시작, 대부분 개인들의 피 땀나는 노력으로 정착한 서민들이 중심이 된 호주 한인 사회의 인구는 약 5만으로 늘어났다. 현재 중국, 일본, 구 소련, 유럽은 이민을 내보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남미 지역은 한국인들이 매력을 잃은 지 오래다.

한인 '차이나 타운'

이민을 많이 보내는 한국의 국익은 나간 국민들이 현지 사회에 뿌리를 잘 내리면서도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데 있다. 해외에서 오래 살아 봐 하는 말인데, 이 목표는 해외 현지 한인사회의 인구가 일정 규모에 달하지 못하면 길게 봐 무망한 목표이다.

이민자들은 세대가 지나가면서 자연히 현지 사회에 가까워지고, 그에 비례하여 고국과의 관계는 멀어지기 쉽다. 그들이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자기 민족 집단이 큰 정치세력과 내수 시장으로서 존재하고, 그 안에서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그런 비빌 언덕이 없는 2, 3, 4세들을 향하여 민족적 정체성만을 역설하는 것은 자살을 권하는 결과가 된다.

실제를 봐도, 동족 인구가 적고 그나마도 여러 지역으로 분산된 지역에 사는 한인 젊은 세대들은 모국어를 잊어가고 있고, 따라서 민족 정체성 유지의 구호는 허구가 되고 있다.

현지에 뿌리를 내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1980년 말 '사업 이민' 명목으로 100여 가구의 비교적 부유한 한국인들이 호주로 이민 왔었다. 호주 한인 이민 역사상 큰 사건이 였지만, 성공 사례로 남지 못했다. 대부분 정착에 실패, 상당수가 (가족은 남겨놓고 혹은 전 가족이) 되돌아갔다. 이 이민 프로그램도 중단되고 말았다.

실패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들어와 기대야 할 동포 시장의 취약성이다. 어떤 교포들은 한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르는 동포간 마찰 등 문제들을 경고하고, 또 하기 쉬운 말로, 한인들은 좁은 자 민족 시장을 벗어나 호주 시장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참으로 안일한 태도이다.

시드니 지역 교민 신문의 광고 난을 바라보면 여기 한인들은 독 안에 갇힌 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구 5만 정도 (일시 거주자 등 유동 인구를 포함한 추산, 이 중 3분의 2가 시드니 일원에 집중되어 있다)의 작은 동포 시장을 대상으로 별의별 서비스 상품을 파는 가계들이 매일 새로 문을 연다. 이 지역 한인 전화부에 실린 교민 업체만도 2000여 개인데, 업종으로 봐 거의 대부분이 교민 상대이다.

이 많은 업체가 모두 살아 살아 남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다. 상당 수가 쓰러져야 한다. 살아 남는 업체도 영세할 뿐만 아니라 서로 가격 덤핑을 하게 되니 교민 경제의 성장은 어렵다.

호주의 대부분 서비스산업 분야가 공급 과잉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부 3D 분야를 빼놓고는, 인종과 언어, 상거래 습관, 자본과 기술, 어느 면으로나 불리한 한인 기업의 경쟁력은 취약하다. 호주 시장을 공략할 경우에도 일부 동포 시장을 업고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

호주 내 중국인과 월남인 사회는 좋은 사례연구가 된다. 언제 가봐도 동족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시드니 중심 가의 '차이나 타운'은 역사가 오래다. 짧은 이민 역사에도 인구 유입이 컸던 월남인 사회도 시드니 외각 카브라마타에 비슷한 상가를 조성했다. 그 외 시내 여러 곳에 월남 거리가 형성되어, 엊그제 들어온 동족들이 거기에서 일 자리를 쉽게 구한다. 모두 일정 규모에 달한 동족 인구 덕택이다. 이에 비하면 시드니의 한인 인구는 어정쩡한 규모이다.

호주 한인 이민의 길을 넓혀야 할 전략을 한국 정부와 한인사회가 정책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은 또 다른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요즘 한국에서 1960- 1970년대 식 이민 '러시'는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 발전에 따른 생활 수준의 향상, 전쟁 위기감의 진정 덕택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시적 분석이고 땅 집고 헤엄치는 기득권층의 얘기일 뿐 어려운 서민들의 정서는 전혀 다르다.

그 점은 해외 현지에서 더 잘 느낄 수 있다. 미국은 말할 것 없고, 호주에서도 보면, 10여 년을 가족과 헤어져 불법 체류로 숨어 지내다가 체포되어 강제 추방 당하거나 동족간 이민 사기에 말려 말이 묶이는 동포들이 많다. 당사자 개인으로는 패가 망신이고, 전체로 봐서는 심각한 국가 위신의 추락을 의미한다. 이런 이민 관련 참상과 비리를 보고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내버려두어도 되는가.

이와 같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국가 이익과 실질적인 국민의 복지 증진의 문제가 대한민국의 정책과 일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사정은 주류 언론의 태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지만, 한국의 경우 언론에서 자꾸 '때려야' 비로소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대권, 남북관계, 경제, 외교, 군사, 교육 분야의 정책을 거의 매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로 다룬다. 이런 분야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분야도 자세히 따져보면 작게 보이는 다른 분야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큰 분야도 작은 분야가 잘못되어 있으면 빈 껍데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든 국가 주요 분야 정책을 분석하는 심층 보도가 일 기간에 50번 나간다면, 해외 한인들을 다룰 정책에 대한 동질의 보도는 당연히 한두 번은 있어야 하는데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주류 신문과 텔레비전이 가끔 해외 한인사회 관련 긴 기사와 다큐를 내보내지만, 언제 봐도 비슷한 '성공' 아니면 '실패한' 이민자 생활을 이분법으로 묘사할 뿐이다. 정책을 깊이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보도가 드믈다.

거의 모두가 '코메리칸의 낮과 밤'유의 일부 정보가 들어있지만 크게는 흥미 중심 보도이다. 늘 같은 시나리오에 따른 작품 같아, 시간과 인물과 장소를 대입하면 별로 차이가 안 나는 내용들이다. 그 외는 사건이나 행사 중심 단발용 기사들이다.

정책 중심으로 쓰인 긴 기사를 많은 독자가 읽을 수 있게 하자면 주요 월간지에 실려야 하는데, 그런 글을 쓸 수 있다고 제의하면 '좋긴 좋은데, 누가 읽지요'라고 반문한다. 그보다 재벌 총수들의 골프 뒷얘기, 출세한 사람(굵직한 직함 소유자와 벼락 부자가 된 사람)들의 가문 얘기가 더 환영 받는다.

그러니 일반 국민이 교포 문제에 대하여 갖는 관심은 '누가 해외에 나가 거부가 됐다더라', '이민 가면 고생한다', '안가기 잘했다','자녀 교육을 위하여 이민 나갔다는데, 자식 잃어버렸단다','뭣하러 이민 가'와 같은 안일한 개인 이익 중심의 가십이 주로다.

국가 전체의 이익이나 해외로 돌파구를 결사적으로 찾아야 하거나 이미 해외에 나와 떠도는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사람이 없다.

1997년 말 이른바 고국의 IMF 때 경제 위기를 견디지 못하여 해외 교포 사회로 뛰쳐 나온 한인들을 취재하고 간 한국의 주요 텔레비전 팀이 만들어 내보낸 다큐도, 다시 그런 위기가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한번 돌이켜 볼 만한 사례다.

이들 다큐는 예측한 대로 기약 없이 떠나온 사람들의 처절한 처지와 그들이 현지 한인사회에 대하여 갖는 원망을 잘 그려냈을 뿐이다. 몇 만 불을 없애며 취재하고 제작한 프로그램이라면 해외 한인사회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정책 부재와 취약상, 그리고 장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현지 전문인들을 찾아 듣고 보도하는 내용이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이민은 자선이 아니다

여기 이민성에 대고 왜 코리언의 이민은 그렇게 적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언제나 같다. 호주는 이민을 전세계적 쿼터 (global quota)에 따라 받는다.

미국의 경우와 같은 국가별 쿼터가 없어, 한인 신청자는 모든 다른 나라 신청자들과 똑같은 선발 기준에 따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달리 말하면, 한국인 이민자가 적은 것은 다른 나라 신청자들보다 자격이 못해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일부 맞고 일부 안 맞다. 몇 년 전 호주 정부는 난데없이 호주에 와 있는 2만 명의 중국 유학생들에게 사면령을 내려 영주권을 내주었다. 그로부터 본토 중국인들의 호주 이민이 매년 크게 늘도록 했다. 평소 이민을 까다롭게 다루는 정부가 왜 그랬을까? 장래 호주의 대 중국 관계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포석임이 틀림 없다.

90년 초 홍콩 이민이 년 1만명 대로 크게 늘어난 이유는, 이 식민지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여기를 떠나려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이민을 정책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홍콩 정세도 안정되어 떠나올 부자가 드믈다. 홍콩 이민이 준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민을 늘릴 수가 있단 말인가? 대부분 교민들은 자녀를 많이 낳는 방법말고는 무슨 뾰족한 수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 몇 가지 구체적 제안을 해보고 싶다.

첫째로, 호주 정부를 향한 이민 로비를 꾸준히 펴나갈 필요가 있다. 로비는 대부분 한인들이 잘못 이해하는 대로 실세 정치인과 관료들을 뒤로 찾아가 돈 쓰는 활동이 아니다. 이들이 잘 모르는 실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바라는 방향으로 정책결정을 이끌어 내는 떳떳한 활동이다.

이민은 자선이 아니다. 인구 문제를 해소하고 내수 시장을 키우려는 국익 때문에 받는 것이다. 경제 이익이 중요하다. 그러니 이민 로비는 이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예컨대 호주 한인사회의 경제에 착안하여, 이민사회 경제가 크지 못하면 실업자도 늘어나고, 한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입도 어려워져 호주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건의서에서 강조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 서비스 산업이 과잉인 호주에서 구매력 부족으로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아 비는 일이 흔하다. 이미 들어와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한인들이 영주권을 못 얻어 떠나는 사례가 늘면, 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점도 부각시켜야 한다.

물론 호주 정부는 각 이민자가 민족별 단위 경제를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상과 같은 고충을 일관되게 건의하면, 이에 화답하여 당장에 몇 천명의 한국인 이민을 늘려주는 일은 없어도, 현지와 한국에서 제출 된 신청서의 허가, 문제가 된 가운데 조용히 구제되는 사례는 늘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호주가 받는 주요한 이민 항목이 이른바 기술 이민과 고용주 초청 (employer nomination) 이민이다. 이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정부가 정하는 자격 인정 (qualification recognition)이다. 이 제도에 있어서 한국은 `제값'을 못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간호사와 그 외 여러 기능 분야에서 이민 심사에 통과하는 한국인 신청자가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같은 영연방 회원국가 그리고 한국보다 서양 물이 먼저 들어온 필리핀의 신청자들보다 훨씬 적은 것은 영어 실력 외에도 호주가 한국에서 받은 경력과 자격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결과다.

그간의 경제 발전, 세계기능올림픽에서 딴 메달 수 등에서 볼 수 있는 대로 한국은 과학기술 수준에서 이런 나라들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민을 받는 많은 나라들이 자격 인정에 있어 오래된 잣대를 아직도 적용하고 있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이익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 또한 이민 로비에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은 호주의 세 번째 큰 수출시장이다. 한호간 모든 공식 회담에서 이 점이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되지만 이민이 외교 교섭 사항으로 거론된 적이 없다. 왜 한국의 대사들은 이민 문제가 상품 무역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둘째로, 현존하는 호주의 이민 선발 기준을 선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이민 계획'을 면밀히 검토. 연구하여, 정보를 널리 알리는 일이 절실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호주 정부는 수익성 높은 유학 산업 육성과 전문인력 확보란 일거양득 정책을 위하여 국내에서 일정한 학위를 취득한 외국 유학생들에게 영주권 받는 길을 넓히고 있다.

최근 이민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여론들이 득세하고 있어,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 년도부터 년 120000 전후의 상당한 쿼터 증가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에 대하여 이민을 계획하는 젊은층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이민을 늘리는 한 방법이다. 국내와 해외에 산재해 있는 한인 경영 이민 대행 업체들이 그런 역할을 사실상 맡고 있으나 영업인 이들의 활동이 책임있고 체계적일 수가 없을 것이다.

셋째로, 이민을 신청하는 한국인 일반에 대한 신뢰성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사례를 통한 자업자득이지만, 이 분야 한국인들의 평판은 좋지 않다. 그간 보도를 통하여 공공연하게 알려진 한국인들 간 이민 사기 건 수만도 많다. 그리하여 이민성 직원들의 한국인들이 신청하는 서류에 대한 신뢰도는 대단히 낮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이민 허가를 받는 한국인의 수는 줄어든다.

남한의 78배 땅덩어리

위에서 한국인 이민 대상지로서 호주의 큰 잠재력을 말했다. 면적이 남한의 78배인 호주의 인구는 2천만이 채 안된다. 서구 사회에 속하는 이 나라에서도 인구의 자연증가율 둔화와 고령화가 심각하다. 4방이 바다인 이 나라의 국방과 경제 발전을 위하여도 이민에 의한 인구 증가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가 이민을 급격히 늘릴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민족 동질성의 유지와 경제적 고려이다. 이민에 따른 다문화, 다민족 국가 (multi-racial, multi-cultural)인 호주는 동양 사회에서처럼 민족 감정을 잘 내세우지 않지만, 앵글로색손 백인 중심의 현 체제를 이민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호주인의 4부의 1일이 비영국게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들 대부분이 2차대전 이후 유럽을 떠나온 그리스, 이태리 계 등 백인들이었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이 지역으로부터의 이민 행렬은 끝난 지 오래다.
그리하여 호주 이민의 주요 진원지는 점점 아시아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몇 넌간 호주 인구 중 아시아 계 비율이 7% 전후로 크게 늘어났다. 공식적으로 말은 하지는 않으나 호주는 이 비울에 민감하다. 영국 여왕에 대한 충성심에서 볼 수 있듯이 중장년층 영국계 호주인들은 대부분 백인 국가로서의 강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호주의 이민 정책의 두 근간은 인도적 고려와 경제적 고려에 따라 사람을 받는 원칙이다. 지금은 어느 나라에서나 경제가 우선인지라, 지난 20년 간 호주 이민 정책도 이 두가지 가운데 경제 쪽으로 무게가 크게 기울어 졌다. 호주가 가장 먼저 받는 이민자는 돈 있거나, 고 교육 많이 받아 영어 잘하는 전문인과 기술자이다. 인도적 고려는 주로 가족 재결합과 정치적 피난민을 위한 것인데, 그 쿼터가 미미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점은 오늘의 국가 간 이민 현상의 매우 아이러니컬한 측면이다. 이민을 받는 나라가 원하는 인력은 이민을 나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고, 정말 이민을 나갈 사람은 이민을 받는 나라가 원하지 않는 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민을 많이 받아야 하는 나라는 이민의 문턱을 무조건 높일 수 없고, 갑자기 크게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 년 전 나온 호주의 한 연구 보고서는 2000년대 중반에 가서는 호주 이민의 주요 진원지는 중국이 될 전망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 역시 한국인의 이민 대상지로서 호주가 유망성을 점치게 한다.

호주의 이민 정책은 이런 상반된 요청이 절충되는 선에서 결정된다. 매 회계년도 초마다 정부는 그해 받을 총 이민의 수와 그 안에서 받을 세부 이민 계획과 선발기준을 정하여 발표한다. 이와 관련 우리에게 크게 시사하는 바는, 이런 이민 계획의 골격은 국익에 맞게 짜여진 만큼 그간 장관은 물론,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크게 바뀌지 안더라는 사실이다.

산업 중심지인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다운 언더' (Down Under)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지구 아래' 쪽에 위치하고, 인구마저 외소한 호주사회는 어디를 가나 한산하다는 게 방문자가 느끼는 첫 인상이다. 그러나 한국과의 비행거리는 불과 9-10시간이며 같은 시간대여서 1일 권이라고 불러도 된다. 아열대 기후 권이며, 천연자원이 풍부하여 한국인이 많이 갈 수 있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캐나다와 함께 미국 다음 가는 큰 한인사회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다.

재삼 지적하건대, 고국의 재외동포 정책에 이런 고려가 완전 빠져 있는 것은 그것이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차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국이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실익 있는 많은 영역을 소홀이 하고 있다는 증거다. 해외 한인사회 육성을 위하여 배정된 정부 예산이 한민족 정체성 유지 또는 고국과 해외 한인들과의 유대 강화라는 명목 아래 본국과 해외 현지에서 하기 쉬운 일회용 '정치'나 '친목' 행사에 부스러져 쓰여지고 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한다. 행사는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민 역사가 불과 30년, 그리고 이민이 계속 유입되는 호주 한인사회는 1세 중심이며 어쩌면 너무 고국 지향적인 것이 오히려 문제다. 호주 한인들에 관한 한, 민족 정체성은 아직 걱정 안 해도 된다.

해외에서도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한다며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난 한인 단체들 또한 마찬가지다. 대사배 골프 대회, 체육대회, 미스 코리어 대회와 같은 행사를 주최하는데 어렵게 염출된 재원이 쓰여진다. 정부를 대표하여 나와 있는 공관의 대 교민 관계도 이런 추세를 부추기는 편이다.

덧붙이는 글 | 별첨 도표 (1999-2000년도 주요 국가별 호주 이민자 수)

보스니아 헬즈고비나              640
중국                           6,810
피지                           1,860
구소련과 발틱 국가들           1,010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     1,470  
홍콩                           1,470
인도                           4,630
뉴질랜드                      21,890
필립핀                         3,190
남아프리카                     5,690
대만                           1,700
영국                           9,200
미국                           1,060
월남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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