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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는 교통때문에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해야 하는 현대인. 하지만 출근길을 서두르더라도 거울은 한번쯤 꼭 봐야 한다. 머리 정돈은 됐는지, 얼굴은 피곤에 지친 모습은 아닌지. 특히 성인 남자들이 꼭 점검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수염을 깎는 일이다.

세계 60억 인구중 반이 남자일텐데 그 많은 수가 무엇으로 수염을 깍을까. 여기 그 30억이 넘는 성인남성을 향해 면도기를 팔겠다고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기술자가 있다. 조아스전자(www.joas-elec.com) 오태준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면도기제조 아무나 할 수 없었기에 시작

오태준 사장은 1970년대 중반 해외유명브랜드가 국내 면도기시장을 점령하다시피한 그 시절에 면도기시장에 진출해 완전 국산화를 이루었다.

면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83년 당시 면도기업계는 필립스, 브라운 등 거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3∼4곳의 회사가 있었으나, 자체 브랜드개발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 사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기에 면도기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당시 외국제품을 수입해서 파는 회사가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사업가이기 이전에 기술자였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야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만들어서 파는 게 내 본업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때 당시 면도기 제조는 어려울뿐더러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인식됐기 때문에 나한테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조아스전자는 해외유명브랜드가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자체기술과 브랜드로 약 30%가까운 점유율을 지키고 있으며 디자인, 품질, 가격면에서 인정받아 미주, 유럽 등 세계 40여 개국에서 한국제품의 우수성을 선양하고 있다. 또한 업계 최초 CE(유럽안전규격), VDE(독일안전규격)를 획득했으며 현재 37개국에 상표등록이 돼있다.

고통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준 은인

현재의 조아스전자를 만든 것은 사회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여기는 학력과 직업이 아니었다.

오 사장은 가정환경이 어려워 건설노무, 소작농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나온 그는 73년 전자회사에 입사해 소형전자제품을 설계하면서 정밀가공에 자신감을 붙혀갔다. 10년동안 볼펜공장, 피아노공장 등 4군데의 회사를 다니면서 돈 안들이고 창업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항상 생각해왔고 그 와중에 국내 대기업들이 손을 안대고 있을뿐더러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정밀가공분야인 면도기가 떠올랐다.

“어려운거야 뭐 다 똑같은 것 아닌가요.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만 보지 말고 뒤집어 보면 좋은데 그걸 못하지요.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오면 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통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는 은인이지요.”

“성공요? 저에겐 무의미합니다”

그의 성공은 일을 즐기는 그의 습관에서 찾을 수 있다. 노는 것보다 기술개발이 더 재밌다는 오 사장은 즐거우니까 이 일을 한다고 한다.
딱히 취미도, 특기도 없다. 일이 취미고 일이 특기다. 부하직원들은 이런 사장의 모습에 ‘일 중독이다’, ‘체질이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디자인에서부터 기술검토, 제품개발까지 기술진들과 함께 일할 정도로 그는 열성적이다.

82년 성진전자 설립이후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오 사장에게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 단어 자체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성공요? 그 단어 자체는 저에겐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진행해 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고 또 그 과정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고 난 그것을 할 뿐이지요. 그리곤 어느날 조용히 퇴장할 뿐입니다. 쭈욱 진행해 가다가 퇴장하는거죠.(웃음)”

제품력과 기술력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 해볼만하다

조아스전자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역점을 둔 전략을 구사했다. 올해 매출목표를 150억 원, 수출은 1천만 달러로 잡고 있다. 조아스전자가 내수보다는 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필립스와 브라운 등 거대기업에게 안방을 빼앗긴 상태에서 내수시장을 공략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오 사장은 먼저 해외시장에서 거점을 확보, 기술력과 제품력을 높인 후 내수로 치중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했고 그 전략은 국내에서 3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다.

조아스전자는 최근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국내 최초로 여성용 제모기·면도기 개발을 완료하고 유럽 및 미주시장에 OEM으로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선전시 사징현에 1200여 평 규모에 공장을 가동 면도기와 이발기 생산에 들어갔다.

87년부터 주5일근무 도입

“지금 직장생활이야 많이 민주화 됐죠. 옛날에는 사장과 사원이 머슴하고 상전이었지요. 사장이 너 나가 하면 대들지도 못하지…”

72년부터 10년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그는 누구보다도 월급봉투를 받아가는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안다. 오 사장은 82년 기업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기업문화를 과감히 탈피했다. 처음부터 출퇴근 카드는 만들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업무는 개인의 능력과 자율에 맡겼으며 87년도에는 주5일근무를 전격 시행했다.

“86년도 회사에 주부사원이 많아지기 시작했지요. 그들이 가사일도 봐야하고 토요일 오전까지 묶여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지요. 특히 일은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만 먹고 신경쓰면 3시간에 할 것을 1시간이면 할 수 있다는 논리죠. 사실 제조업에서 주5일 근무를 실시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요.”
그는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사장과 사원이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근무여건이 개선이 돼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끝은 시작이고 시작은 끝을 예고한다”

82년 성진전자의 설립은 요즘으로치면 벤처기업을 창업한 셈이다. 최근 벤처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하나둘씩 쓰러지지만 그는 좌절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모험은 인류 역사속에서 누군가에 의해 계속 끊임없이 이어진 것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을 실행하다보면 난관에 부딪치는 것은 누구나 다 같지요. 하지만 좌절하지 말고 끝가지 가야합니다. 망했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끝은 시작이고 시작은 또 끝을 예고하는 것이고 끝은 또 시작을 예고하니 좌절하지 말고 다시, 그리고 계속 가야 됩니다.”

운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을 할때도 서서한다는 오태준 사장은 5년 안에 이 분야에서 세계 5대기업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것은 절대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취미도 특기도 일인 사업가로, 일이 체질인 기술자로 또한 사업에 대한 열정과 양심이 있는 경영자로 누구보다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이 현재의 조아스전자를 있게 해준 원동력일 것이다.

앞으로 조아스전자에서 생산되는 토종 전기면도기가 전 세계시장을 누비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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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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