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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제가 살고 있는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에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그저께 시작된 비가 그치지 않고 가랑비와 장대비 사이를 번갈아가며 내리더니 오늘이 되어서야 멎었습니다. 이 지역신문인 <스타-텔레그램>(Star-Telegram)을 보니, 폭우가 있는 곳이면 늘 그렇듯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1면 중앙에 실린 한 장의 사진입니다. 소방관 한 명이 아이들과 물장난을 하는 사진 아래로 붙어 있는 설명 - 소위, 캡션이라고 하는 - 역시 인상적입니다. '알링턴 소방관 무어(Moore)가 마이클 텍셀(Michael Texell)과 그의 여동생에게 물을 튀기고 있다. 알링턴 소방관들은 데이비스로(路)의 불어난 물에 갇힌 어느 차로부터 전화를 받고 출동했었다. 소방관들이 그 길을 통제한 이후 아이들이 물 속에서 장난을 시작했고, 이 지역에서 성장한 무어 소방관은 어린 시절에 그도 같은 장난을 하며 놀았다고 말했다.'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일간지에 실리는 - 그것도 1면에 - 사진이라고 하면 감정이나 느낌을 배제된 뭔가 딱딱하고 엄격한 사진이라는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는 저로서는 참 신선하게 느꼈습니다. 그 아래 설명은 말할 것도 없구요. 사진 속 지명과 더불어 인물의 실명을 사용한 자세한 설명은 친밀감을 주기까지 합니다.

<스타-텔레그램>이 지역신문이라고 해서 혹시라도 동네 '생활정보지'쯤으로 오해하실 분이 계실지도 몰라 덧붙이자면, 이 신문은 '퓰리처'(Pulitzer)상을 받은 적이 있고 창간한 지 96년이나 되는 알려진 지방지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미국신문과 한국신문의 단순 비교를 하려거나, 모든 신문 사진이 이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두 나라간의 문화나 정서적인 측면이 많이 다르고 신문의 내외부적인 요소도 같지 않겠지요. 그러나 한국신문에서 폭우와 관련된 사진을 떠올려보면,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서울시청을 배경으로 물에 잠긴 채 달리는 차량들 같은 도식화된 사진 아닙니까?

물론 신문사진이라는 것이 기사와 상황에 따라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신문이 우리 생활 영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고, 기사가 우리 삶의 크고 작은 소식들이라면 신문사진 역시 때로는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좀 풀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중립성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신문 속에서 좀더 창의적이지만 덜 격식을 갖춘 사진들을 보고 싶은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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