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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봄날이 계속되고 있다. 따스한 봄바람이 자꾸만 내 품속을 파고든다. 폴폴 나는 흙먼지가 코끝에서 향긋하다. 오늘은 종일 똥을 만졌다. 똥을 퍼내서 밭에 있는 거름자리에 붓고 섞는 작업이었다. 이를 다시 밭에 뿌리는 작업이다. 거름을 뒤집자 허연 김이 모락모락 솟아났다. 지난달에 넣었던 똥은 그새 잘 썩어가고 있었다. 고참 똥들이 신참 똥들을 맞았다. 출처가 다르고 연륜이 다른 똥들이 사이좋게 섞인다.

이 똥이 다시 생명이 되어 내 밥상에 오를 것이다. 내 몸이 비로소 생태계 순환의 건실한 통로로 자리잡는 순간이다. 이 똥들은 콩 깍정이나 짚, 깻대들과 섞여 썩어 가면서 토양미생물의 좋은 먹이가 된다. 7년째 농약이나 비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우리 밭에는 토양미생물이 버글버글하다. 흙 1g에 250만 마리나 된다는 이 토양미생물의 배설물인 무기질이 내 곡식들을 키워내고 그 곡식이 내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어느 한 곳도 막히지 않고 잘 소통되는 구조다. 그 발원지는 뭐니뭐니해도 우리집 뒷간이다. 똥통이다.

똥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

▲ 똥과 오줌이 분리되어 따로 담긴다.
이른 아침 뒷간에 가서 똥통을 꺼내 리어카에 싣고 밭으로 가면서 모아 두었던 오줌통도 몇 개 싣고 갔다. 겨울동안 모아 둔 오줌이 잘 삭아 있었다. 오줌을 거름에 뿌려주면 거름이 잘 썩는다.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들은 똥오줌이 함께 뒤섞여 있어 똥차를 불러 한번 퍼 내는데만 요즘 4만 원씩 한다. 그 똥을 밭에다 버리면 똥차는 면허가 취소되고 밭주인은 고발된다.

똥은 순전히 쓰레기인 것이다. 똥이 우리집에서는 귀중한 자원이지만 대부분의 똥들은 더러운 오염원이다. 수세식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더 고약한 게 수세식 화장실이다. 정화조를 거치긴 하지만 그래봐야 법적인 산소요구량을 충족시킨 희석수에 불과하다. 대장균 덩어리인 분뇨가 물에 섞임으로써 이를 분해·발효시키는 박테리아가 산소로부터 차단되어 다 죽어버리고는 수인성 질병의 병원균들을 더욱 번성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수세식 화장실이 위생적이라는 말은 화장실 안에서의 말일 뿐 환경적으로 보면 당치도 않은 말이다. 비싼 돈 들여 만든 수돗물을 낭비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수세식 화장실은 복합오염의 주범이다.

모든 사람들은 똥 공장 공장장들

▲ 똥을 잘 부식시켜 만든 거름을 밭에 깐다.
잘 발효된 거름들을 퍼다가 밭에 골고루 뿌렸다. 이번 달 말경에 파종 할 감자밭에 먼저 뿌렸다. 거름 속에서 똥 덩어리가 굴러 나오기도 했다. 이게 누구 똥일까 잠시 굴려 보다가 호미로 땅을 파고 묻었다. 통감자 묻는 기분이다. 이곳에 곧 감자를 이런 식으로 묻을 예정이다. 작년처럼 집 안에서 감자눈을 쪼개 재에 버무려서 움을 틔운 다음 호미로 구멍을 파고 심을 생각이다.

올해는 밭을 갈지않고(무경운) 직파를 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로타리를 치면 밭에 있는 지렁이와 미생물들이 죽어난다. 땅속에서 썩어 갈 풀씨들이 위로 올라와 잡초가 더 무성해지는 폐단도 있다. 특히 지렁이는 땅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땅속 깊이까지 산소를 공급하는 일등 농사꾼이다. 이런 지렁이가 우리밭에 자리를 틀기까지 몇 년 걸린 것이다.

지난달 이곳 귀농학교 동문들의 신년 영농계획 간담회 자리에서도 밭두렁에 불을 안지르는 것과 밭을 갈지 않고 대신 밭 모서리마다 대칭적으로 숯을 파 묻는 기 농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어쨌든 올해 우리집 농사의 일등공신은 뒷간 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손수 만든 생태 뒷간

▲ 위생 변기를 넣어 청결을 유지한 뒷간. 뚜껑을 덮으면 아주 감쪽같다.
우리집 뒷간은 똥과 오줌이 자동 분리되게 설계를 했다. 내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것이다. 뒷간을 따로 안 만들고 집 안에 들였으면서도 냄새가 안 난다. 작년에 손수 황토집을 지으면서 무주의 아는 목사님의 생태뒷간을 내 나름대로 개량하여 만든 것이다. 똥을 누고는 재나 왕겨를 뿌려 주기 때문에 똥속의 탄질비(C/N 비)가 조절되고 공기속의 산소와 잘 결합하여 부패를 촉진시키는 호기성 박테리아의 활동이 촉진된다. 이것이 냄새를 안나게 하는 비법이다. 똥에 오줌이 섞이게 되면 아주 골치 아프다. 오줌이 똥 속의 호기성 박테리아 활동을 막아버리므로 똥이 썩지를 못하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뒷간을 만들면서 암송했던 똥통에 대한 시가 있다.

황금꽃의 비밀


누렇게 빛나는 것이
모두 황금이라면
여기 황금이 있다 황금꽃의
비밀이 있다.

일찍이 눈부신 하늘을 이고
푸른 잎새였다가 붉은 꽃이었다가
달콤한 열매로 익어
그리하여 구수한 밥이 되었던
아름다운 생명이

허기진 중생의 뼈가 되고 살이 되고 가죽이 되고
터럭이 되고
마음이 되고 넋이 된 후
마침내 똥이 되어
누렇게 빛나는 것

찬란했던 한 생명이
중생의 밥이 되길 마다하지 않고
그 밥 또한 똥이 되길 주저하지 않은 자리에
눈부시게 피어나는 황금꽃이 있다
거룩한 똥 속에 새 생명을 낳는
연금술의 비밀이 있다.

이 병철(귀농운동본부 본부장)


작년 가을에는 똥 벌킹재로 은행잎이 좋다고 하여 은행잎을 많이 긁어 모아뒀다. 은행잎은 냄새를 없애는데 아주 탁월했다. 샛노란 은행잎을 한 웅큼 쥐고 노란 똥위로 뿌려주면 똥이 은행잎 사이에서 운치를 발한다. 이때 당연히 바짝 마른 은행잎이어야 한다. 덜 마른 것을 뿌려주면 똥의 수분함량이 높아지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이런 똥의 성질도 모르고 똥 한번 싸고 물을 평균 9 - 12리터씩 쏟아 내리는 수세식 화장실은 대표적인 반환경 시설이다.

똥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야

▲ 탈취와 벌킹용으로 숯과 왕겨를 담아 둔 통.
작년에 집 준공검사 현장 확인을 나온 면직원이 정화조부터 찾길래 안 만들었다고 하니까 그러면 준공검사 어렵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었다. 내가 만든 화장실로 들어가서 구조와 원리를 설명 드렸더니 신기해 하면서 사진을 몇 장 찍어 내라고 하고는 합격시켜 주었었다.

이세상 사람들은 다 똥 공장 공장장들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은들 좋은 똥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몸뚱아리는 병든 몸이다. 똥이 다시 음식이 될 수 있도록 자기똥의 운명에 대해 관심갖고 책임져야 비로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축에 낄 수 있다. 싸기만 하고 물 한번 내리고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교양있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어느 한 곳이 막혀서 순환되지 못하면 병이 생긴다. 사람도 그렇고 부모자식간에도 그렇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자연환경은 더 그렇다.
똥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 똥의 쾌적한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똥에 물을 섞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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