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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사람들은 몸 씻기를 해왔다.

몸 씻기는 피부분비물과 먼지를 떨어내고자 하는 자연스런 생리적 욕구였다. 인간사회에 잉여생산물이 나오고 그에 따라 유한계급이 생겨나면서 목욕은 단순한 생리적 욕구만이 아니라 정신적 만족을 주는 쾌락의 한 형태가 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의 거대한 대중목욕탕에서 자유인들이 노예의 시중을 받아 가며 목욕하는 장면에서, 클레오파트가 한 번 목욕하는데 염소 1만 마리에서 짜낸 신선한 우유로 목욕을 했다는 역사 기록들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소위 상체를 춥게 하고 하체를 덥게 해 혈액 순환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는 ‘반신욕’이라는 목욕법이 장안의 화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덥게 해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초 네덜란드의 명의(名醫) 불하페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이 원리를 응용해 만병을 고치는 목욕법이 몸의 절반만을 따뜻한 물에 담근다는 일명‘반신욕(半身浴)’.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 정도 미지근한 물에 가슴(명치 부근) 아래만 20~30분간 담그며, 이때 어깨나 팔 부분도 물 속에 넣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다소 한기를 느끼지만 서서히 몸의 중심에서부터 더워져 땀이 흠뻑 배어 나오며, 감기나 불면증에는 물론 심장병, 고혈압, 어깨 절림, 요통, 생리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시중 서점가에는 반신욕과 관련된 책자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 책자에 따르면 만병의 근원은 상반신 체온이 높아지고 하반신 체온이 낮아지는 체온의 상하차, ‘냉(冷)’ 상태에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신욕은 하반신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혈액 순환 장애를 초래하는 이 냉을 없애면서 수축된 혈관을 열어 피가 부드럽게 흐르게 돼 혈압도 내려가게 된다. 이는 곳 땀을 통해 몸 속에 쌓여있는 독소가 빠져나가 몸 전체 상태를 향상시킨다는 것.

그러면서 이들 책자에는 전신을 고온으로 뜨겁게 달구는 사우나나, 뜨거운 물에 온 몸을 푹 담그는 전신 욕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으며, 이를 인절미를 센 불에 구우면 겉만 까맣게 타고 속은 딱딱한 채로 있는 것처럼, 물이 너무 뜨거우면 피부표면이 방한벽을 만들어 오히려 몸 속으로 열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고 사례를 들고 있다.

또 사우나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상반신이 뜨겁게 하체가 차가운 냉 상태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신욕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우선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 정도 미지근한 물을 욕조에 준비한다.

물에 들어갈 때는 먼저 발에 더운 물을 끼얹는다. 상반신과 하반신의 체온 차이를 어느 정도 바로 잡기 위해서다. 너무 추울 때는 욕실 안을 더운 김으로 충분히 따뜻하게 해놓는다.

욕조에 들어가선 가슴(명치부근) 아래까지만 물에 담근다. 명치 아래쪽이면 어디까지든 상관없으며 중요한 것은 명치 위쪽을 오랫동안 뜨거운 물에 담그지 않는 것이며, 어깨나 팔부분도 물 속에 넣으면 안 된다.

너무 춥다 싶으면 20~30초 정도 어깨까지 물에 담가도 된다. 20분간 꾹 참으면 몸 속부터 따뜻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나 얼굴, 가슴, 팔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면, 전신욕을 할 때보다 몸이 더워져 욕실 밖에 나와도 한기를 느끼지 않게 된다.

욕조에서 나와 몸을 식힌 뒤 다시 욕조에 들어가는 것을 반복할 수도 있다. 효과를 높이려면, 욕실에서 나와 우선 양말을 신고 하반신에 속옷을 두껍게 챙겨 입는다. 평상시에도 하반신, 특히 발부분을 차지 않도록 하고 상반신은 되도록 얇게 옷을 입는 게 좋다.

질환에 따른 방법과 효과

어깨가 결리는 사람은 반신욕을 하면서,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제치거나 하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목덜미에서 어깨부분으로 가볍게 손 마사지를 하면 근육긴장이 풀려 전신의 피로가 없어진다고 한다.

급격한 온도변화는 허리에 좋지 않고 특히, 요통환자라면 무리하게 움직이거나 정좌할 필요가 없다. 요통이 있으면 욕조 속에서 등을 구부리고 두 발을 안는 자세가 가장 적합하다.

치질통에는 예로부터 엉덩이만 담그는 좌욕이 좋다고 전해 온다. 그렇기 때문에 항문 부근에 생긴 사마귀 같은 치핵(核)의 아픔을 줄이려면, 하반신만 담가 항문 주변을 충분히 따뜻하게 해주는 입욕법이 좋다. 다만 항문 주위에 농양이 있다면 더운 목욕물이 닿지 않도록 한다.

특히, 반신욕은 하반신의 장기기능을 좋게 만들어 여성들의 생리불순이나 생리통ㆍ갱년기 장애에 특히 효과적이며, 감기가 걸렸을 때는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궜다가 나와 갑자기 한기를 느끼는 전신욕은 피해야 한다. 설사나 복통일 때는 발만 더운 물에 담그는 족탕(足湯)이 좋으며, 삐거나 타박상을 입었다면 상반신은 상관없지만, 하반신일 경우 환부를 덥게 하는 것은 좋지 않고 식사 후나 술을 마신 직후 목욕은 원래 나쁘다. 하지만 혈액순환을 돕고 혈압을 내리기 때문에 서서히 따뜻함을 느끼는 반신욕은 상관없다.

혈행개선에 탁월한 반신욕

요즘 젊은이들은 몸에 너무 꽉 끼는 옷을 즐겨 입는다. 그런 옷차림은 하체의 방광, 요도, 남녀 생식기, 특히 자궁의 혈행을 방해하고 통풍도 어렵게 한다.

인간의 체온은 피의 온도로 조정되는데 심장이 가슴에 있기 때문에 하체는 아무래도 체온이 낮다. 심장에서 멀기 때문이다.

나이 든 분들이 ‘무릎에 바람이 든다. 다리가 저린다’고 흔히 말하는데, 이는 하체의 피의 흐름이 동맥경화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맑은 피가 잘 순환되어야 영양분을 함유한 혈장, 인체방위병인 백혈구,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60조 개의 인체세포에 원활히 공급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잘 때 완전 나체로 자고, 옷을 다 벗은 채 체조하는 공기욕이나 삼림욕 등을 하면 피부 자극과 혈액순환에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37‘38도 정도의 미온수에 인체의 명치 부위까지 20∼30분간 담그는 반신욕은 사람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으나 땀이 듬뿍 흐를 정도는 되어야 노폐물이 배출되고 몸이 거뜬해진다.

목욕탕 안 공기는 항상 따뜻해야 하고 상체가 추울 때는 20∼30초 간 상체까지 물에 담근 후 전신이 따뜻해질 때 반신욕을 계속하면 된다.

탕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먼저 발과 다리에 탕물을 몇 번 끼얹어야 하며, 반신욕 후에는 빨리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양말, 아래 내의, 윗 내의 순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

반신욕을 하게 되면 여성의 냉, 자궁질환, 방광염, 요도염, 어깨 절림, 무릎 신경통, 퇴행성 관절염, 류머티즘, 생리불순, 생리통 등 기타 여러 난치병 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로가 풀리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며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반신욕 효과에 대해 양방 의사들은 "들어본 바 없다", "민간요법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대체의학으로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박 모씨는 "물의 압력이나 부력을 달리해 전신 혹은 하반신 등 특정부분을 물에 담가 근육ㆍ관절을 치료한다는 개념"이라며 "혈액순환을 통한 치료로 자연요법과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했다.

반신욕을 즐긴다는 김모(42·사업) 씨는 "예전에는 매일 사우나를 찾았으나 요즘엔 친구의 소개로 퇴근 후 집에서 반신욕 함으로써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20∼30여분간 반신욕을 하고 나면 얼굴과 등 주변에 흐르는 땀으로 인해 과음 등으로 인한 피로가 한꺼번에 말끔히 씻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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