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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쥐라기공원, 스타워즈의 상업적 성공을 보았고, 요즈음은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열풍을 보고 있다. 세계 영화계는 이제 재미있는 소재만 있으면 영화화해서 세계에서 막대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말이다. 엄청난 액수의 자본,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 또 그 내용을 영화화할 기술은 허리우드 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면 믿겠는가? 내가 그런 주장을 한다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오해 받기 딱 좋을 것이다.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영화흥행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 생각 하는가?

흥행을 몰고 다니는 배우를 꼽기도 할 테고, 제작이나 홍보에 필요한 자금을 생각할 수도 있겠고, 능력 있는 감독과 재미있는 스토리를 생각하기도 한다. 또 상상한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 카메라 촬영·편집 등의 기술을 생각하기도 한다. 또 만든 필름을 멋지게 편집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배우는 영화를 통해서 스타가 되고, 그 흥행성을 평가 받는다. 그래서 처음 출연하는 영화에서 반짝하고 스타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만일 그게 불안하다면 기존의 흥행배우를 기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 백인을 기용해야 하는 경우 미국이나 유럽에서 흥행할 수 있다면 기용하면 그만이다. 또 우리나라에 젊고 실력이 뛰어난 감독이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다음에 자금 문제는 문제가 없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화들이 대단한 성공을 이루어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영화만 만든다면 그 자금이야 우리나라 안에서도 충분히 모을 수 있다.

또, 기술적인 문제는 약간 뒤처져 있지만 그 격차는 불과 1~2년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 노력여하에 따라서 기간은 더 단축되거나,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불안하다면 허리우드의 기술진을 스카우트하는 방법도 있다. 마찬가지로 편집기술도 그렇다.

그럼 마지막 남은 것이 무엇인가? 바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재미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 우리나라에 넘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바로 삼류 저질문학이라고 천시하는 무협과 환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쓸데없는 것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면 출세할 수 없다며 공부나 하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학생들이 하는 공부보다 이런 상상력을 키우는 소설이 그들의 장래에 더 도움이 된다. 21세기에는 그러한 상상력을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해야 능력이 되는 시대다.

우리는 외국에서 많이 팔린 책이라면 그 책을 사서 읽으며 그 재미있는 내용을 감탄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상력이 부족하다며 “역시 우리나라는 안 돼”하고 말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삼류고 외국인들이 쓰면 좋다고 하는가? 실제로 20세기는 항상 선진국의 문물을 수입하면서 그 기능의 효용성이 감탄을 해오며 받아들였다. 그런 것들이 쌓이며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도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일제식민지의 잔재 때문이다. 일제식민지 시대에 일본인들이 “역시 조센징들은 안 돼” 하는 말을 광복 후에는 일제의 쓰레기들인 친일파였던 어르신들이 그 말을 변형시켜 “역시 한국인들은 안 돼”하며 우리의 사고를 경직시켜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21세기이다. 우리가 꿈속에서 그려왔거나, 상상 속에서 생각해 왔던 모든 것들이 현실에서 실현되거나, 영화나 게임 속에서 실현된다. 보다 재미있고 환상적이고 기발한 내용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공부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서, 시간이 없어서 그런 재미있는 상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영원히 미국의 문화 식민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보다 환상적인 상상을 하여 그걸 책으로 펴내고, 그걸 다시 영화나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무협소설은 60년대 초 중국작가의 것을 번역하여 소개되었는데, 옛날 중국의 시대상을 소재로 개인적인 야망과 복수, 의와 협을 일종의 환타지 세계로 표현하여 우리나라를 무협의 열풍으로 몰고 갔다. 70년대 말까지 이러한 번역무협소설의 인기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치솟아, 대학 도서관은 물론 만화방, 대여점마다 무협소설을 비치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80년대 초에 이르러 중국 번역무협소설은 번역 작품의 무분별한 선정, 졸속한 번역, 중복출판, 필명의 도용 등으로 인해 한국인의 창작무협소설에 자리를 내주었다. 창작무협소설은 빠른 스토리 전개에 강한 무공, 풍부한 아이디어가 담긴 기연, 다양한 애정이야기 등을 담게 되면서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창작무협소설은 고정된 출판부수(만화방, 대여점)로 인한 박한 원고료 수입으로 인해 한 작가가 평균 1~3개월마다 하나의 작품을 쓰게 됨으로 인해 졸속작품을 남발하게 된 것이다. 황당무계한 무공전개, 연속되는 기연, 앞뒤가 맞지 않는 엉성한 스토리, 말초적이고 퇴폐적인 애정묘사, 심지어는 중국무협소설을 베끼거나 여러 작품의 내용을 짜깁기하였다. 그러니 사람들의 인식에는 무협하면 삼류소설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게 하였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에 중국의 무협작가 김용의 '영웅문'이 번역 되어 다시 무협소설의 열풍으로 몰고 갔다. 무협소설의 인식을 바꾸자 하며 신인작가들을 대거 등용하여 새롭고 참신한 내용의 책을 내서 부흥을 꾀하다가 다시 전과 같은 흐름을 타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개인컴퓨터의 많은 보급과 통신의 발전으로 인한 빠른 인터넷의 등장으로 무협소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또한 서양의 중세 기사들을 소재로 한 환타지란 장르가 새로이 소개되어 무협소설의 영역을 많이 차지하고, 동양적인 무협과 서양적인 환타지 내용이 접목된 내용의 소설도 새로이 등장하게 되었다.

기존의 많은 무협작가들이 만화 스토리 작가로 전업을 하였으나, 많은 신인과 아마추어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덕분에 양질의 내용을 가진 소설을 읽는 인터넷 독자들이 넘치고 있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등의 통신업체들은 이런 무협과 환타지를 읽는 독자들 때문에 회원이 유지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느 식자는 이런 말을 한다. 무협소설은 국적불명의 소설로서 중국에서도 우리나라 같이 이렇게 읽히고 있지 않다며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소설이라면 우리나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우리나라를 소재로 해야 거나, 우리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해야 거나, 우리나라의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순수문학으로 가치 있게 인정한다.

물론 그런 문학도 필요하다. 하지만 왜 그런 제약을 해야 하는가? 소설은 누구나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거기에 글쓴이의 철학이나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차라리 무협소설이 윤리관이나 도덕심이 없는 현대소설보다 나은 면도 있다. 적어도 무협소설에는 협과 의, 권선징악이라는 동양철학의 사상이 담겨있다.

다시 말하지만 21세기는 우리가 상상한 모든 것들을 실현하는 시대이다. 보다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으로 독자들을 상상 속의 세계로 인도하는 소설이 많이 읽히며 상업적으로 성공한다. 21세기는 우리가 더욱 환상적인 상상을 하며 그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내야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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