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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진


길을 나섰습니다.

낯선 하늘아래를 떠돌다가 어느 시골장터 한귀퉁이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늦가을 오후 햇살 사이로 조근조근 담소중인 두 주름진 여인네들.
잠시 넋을 잃었습니다.

사람냄새로 북적거리는 장날 오후..
햇빛에 반사된 하얀 머리칼은 눈이 부실만큼 환했습니다.
둘러싼 수건 속 머리가 어떨까 훌떡 벗겨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습니다.
아마 미장원에서 한껏 멋을 내어 '퍼머'라도 하였을까….

비녀로 여민 쪽진 머리가 무척이나 고왔던 새색시는
밭일에
부엌일에
그리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하루 하루를 쌓아가더니
어느새 검은머리에 새하얀 겨울이 내려앉았습니다.

한참동안
두 주름진 여인네는 모처럼 말동무가 된 듯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잃었던 넋쯤은 조금도 아쉬울 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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