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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오페라가 있다면 중국에는 중국만의 오페라를 칭하는 경극이 있다. 동방가극인 중국의 경극은 우리나라의 탈춤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화려한 분장과 의상, 표현면에서는 춤과 노래가 동시에 진행되고 기교도 있다. 허의성(虛疑性)의 동작을 많이 사용하여 강렬한 인상을 주는 중국의 경극을 소개한다.
경극(京劇)의 유래
경극은 중국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고 대표성을 띤 극중의 하나이다.
경극이 언제 형성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학자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기본적인 견해는 ‘피’와 ‘황’의 두 극의 합주와 노래하고 읊는 음운이 베이징화 됐다는 견해에 일치를 보고 있다.
경극의 전신은 휘조(徽調:안휘성에서 유행되던 곡조)이며 통칭 피황극이라 부른다. 한때 평극(平劇)이라고도 불렀다가 후에 경극으로 고쳤으며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
중국 제5세대 영화감독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는 바로 그 역사의 무게에 눌려 죽어간 인민들의 문화와 그 영혼에 바치는 베이징 오페라 진혼곡이다.
영화는 1925년 중국 군벌시대의 베이징에서 시작해서 마오쩌둥이 죽은 이듬 해인 1977년에 끝난다. 데이(장국영)와 살루(장풍의)는 어린 시절 경극학원에서 만난다. 데이는 매춘부였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오고, 두살 위인 살루를 만나게 된다. 소년 데이는 여자역을 맡게 되고, 살루는 남자역을 한다. 그리고 한나라 고조 유방에 쫓겨 사면초가 속에서 자결한 초나라 항우와 그의 뒤를 따른 우미인의 이야기를 담은 경극 ‘패왕별희’의 주역을 맡게 된다. <패왕별희>는 이중 이야기 구조로 세워져 있다. 영화의 첫 시작은 1977년 다시 무대에 오른 데이와 살루를 보여주고 회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1925년 군벌시대의 중국과 1937년 일본군 베이징 점령, 1945년 국민당 정권, 1949년 중국 공산당 해방, 1966년 문화혁명으로 이어져 다시 77년으로 돌아온다. 첸 카이거는 중국 근대사를 ‘패왕별희’의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싸움으로, 역사와 인민의 대결을 대담하게 이분법으로 나누어 그려낸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며 경극 세계의 두 주인공 패왕과 우미인이 역사 앞에 내던져져, 더이상 주인공이 아닐 때의 슬픔을 통해 인간이 인간이 아닐 때의 그 잔인한 억압과 제도의 야만, 그리고 역사의 오류를 베이징 오페라 스타일의 스펙터클로 보여준다.
낭만적인 이야기는 역사 앞에서 모서리를 만들고, 현실은 우미인에게, 데이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부역에 동원시키고, 배신을 맛보게 하고, 그리고 배신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패왕 항우와 우미인은 그 모진 역사의 시련을 겪어오다가 결국 파산한다. 그 파산은 바깥에서 온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만들어져 강요당한 고백의 형태로 나타난다. 거기서 첸 카이거가 보는 것은 그 끔찍한 역사의 무게이다. 곧 이것으로 그는 현대의 경극, 중국 근대사의 베이징 오페라를 ‘패왕별희’로 담아낸 것이다.
경극의 페이스 페인팅
경극에서 얼굴에 색을 칠하는 것을 페이스 페인팅이라고 한다. 이 얼굴에 색을 칠하는 것은 경극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얼굴에 칠한 색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 배역과 운명을 결정한다. 또한 연극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붉은색 얼굴은 긍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데 충성과 용기를 대표한다.
검은색 얼굴은 중성으로 용맹하고 지혜로운 자를 대표한다. 푸른색 얼굴과 녹색얼굴 역시 중성으로 민간영웅, 녹림호객을 대표한다. 황색얼굴과 백색얼굴은 부정적인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데 흉악한 자를 대표한다. 금색과 은색얼굴은 신비함을 나타내고 신, 귀신을 대표한다. 얼굴색 이외에도 얼굴분장 묘사형식 역시 유사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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