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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진


처음 만났을 때
온몸을 흙먼지로 뒤집어 쓴 채 마당 가득 쌓인 양파뿌리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한여름 붉은 더위에 지칠 법도 할텐데….
흘러내리는 땀방울만 귀찮게 방해를 할 뿐 그는 쉴 줄 모르고 일에 몰두했습니다.

1급 지체장애인 김광식 씨.

그는
어느 장애인 단체에서 주관한 농촌봉사활동에 자원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삿일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뒤틀린 몸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광식 씨는
"일을 한다는 게 증말 좋다 아입니꺼!"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툭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그는 무척 부지런합니다.
가야 할 곳이 있으면 새벽같이 길을 나서는 게 버릇처럼 된 이유는
버스도
택시도
휠체어에 의지한 그를 태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척이나 부지런하게 길을 나섭니다.

그는 참 열심히 삽니다.
노점상도 하고
떡볶이 장사도 하고
컴퓨터도 배우러 다니고
여행도 좋아하고
….

이젠 낡은 카메라 하나 장만하더니 사진까지 찍으러 다닙니다.
카메라 파인더 속 세상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는 참으로 열심히 삽니다.

"행님요! 내일모레 서울 갈낀데 안바쁘믄 함 보입시더!"
가끔 전화기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갓난아이 시절 길가에 버려졌던 그는 올해 서른 네 번 째 삶을 그렇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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