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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다수는 한국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더불어 불만이 가득하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정치인에게 필요한 정치자금에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돈과 연결된 각종 범죄에 몇몇 의원들이 개입돼 국민을 분노케 했고, 많은 의원들이 연루의혹으로 국민의 신망을 저버렸다.

어느 나라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은 필요한 게 사실이다. 국민들 역시 이 부분은 인정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되는 것이다. 즉,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고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아주 기본적인 요구이다.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 확보 절실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이 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목적과는 달리,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은 고사하고 민주정치를 더욱 진흙탕으로 몰고 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된다. 특히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해 수표사용을 의무화해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회계보고시 일정액 이상의 수입은 그 내역을 구체적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각종 예외조항과 애매한 규정들로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기 어렵다. 즉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애매한 규정을 명확히 해 누가 봐도 합법과 불법이 구분되게 하고, 이에 따라 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단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 정책실의 김미영 간사는 "정치자금의 범위는 좀더 폭넓게 하되 지출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고보조금 제대로 사용해야

지난 81년부터 20년간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총 4450억 원이나 된다. 각 정당의 전체수입 중 국고보조금이 39.6%인 반면, 당원들이 내는 당비는 4.8%에 불과하다. 지난 6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2000년 국고보조금 회계보고서'에 의하면, 각 정당들이 국고보조금 516억 원을 사용하면서 증빙서류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부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대회의는 국고보조금 회계보고 증빙서류 중 전체의 75.5%가 부실증빙서류라고 밝혔다. 정당별 부실 운영비율은 한나라당이 81.6%, 민주당 73.7%, 자민련 60.8%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고보조금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감사는 지난 7월에 단 한 번 실시됐다.

국민이 인정하든 안 하든 국고보조금은 정치인에게 있어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정치자금이다.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3조에는 '보조금이라 함은 정당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국가가 정당에 지급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이 개개 의원들의 정치활동을 위해 제대로 배분되지 않고 있어 불건전한 정치자금이 조성된다는 지적이 있다.

새천년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정당에 막대한 국고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거의 모른다"며 "정당에 주어진 돈을 총재가 자기 돈 쓰듯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일침을 놓는다.

정치인이 지역의 각종 행사를 챙겨야 하는 한국의 정치구조에서 단번에 정치자금을 줄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분명히 해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없애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 스스로를 옥죄는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천정배 새천년민주당 의원 인터뷰

"정치자금 실명제 도입 필요"

천정배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정치자금 문제는 정치개혁의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해 굉장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다. 천정배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자금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어본다.

- 한국 정치에서 정치자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국의 정치와 선거가 고비용 구조라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또한 정치자금의 조달과 지출에 있어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필요한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 문화나 관행, 그리고 제도적으로 정치인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정착돼 있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 해결책은 무엇인가?
"고비용 정치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정치자금과 선거자금을 많이 쓸 수 없게 철저히 막아야 한다. 또한 정당활동비로 많은 자금의 지출이 허용되고 있는데, 이것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 밖에 궁극적으로 국민의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잘하는 정치인은 도와주어야 한다.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데 합법적인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치자금 입·출금 시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계좌에 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100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지출할 때는 수표와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선관위의 실사권 강화 역시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정치자금 실명제가 필요하지만,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정당의 당비납부 실적이나 득표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이른바 '매칭펀드' 주장에 대한 입장은?
"환영한다. 한국의 정당은 1인 정당 또는 지역정당이라는 소리는 듣는다. 민주당 170만 명의 당원 중 당비를 내는 당원은 극소수이다.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 중심으로 정당이 유지되어야 한다. 당원 스스로 참여하고 공천권 등 권한을 가져야 한다. 진성당원을 기초로 당원이 주인 되는 당내 민주화의 풀뿌리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정치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달라. 또한 정치인이 건전한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정치인은 자금 조달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게 현실이다. 돈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쓰다보면, 의정활동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정치인이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끔 국민의 마인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정치인 중에도 정도를 걷는 분이 많다. 바르게 의정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지원이 되도록 옥석을 구분해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위 기사는 <월간 경실련>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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