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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늦은 밤 시간, 다섯살 된 딸아이를 재우고 소파에 앉아 함께 TV를 보던 아내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천정을 향해 주먹질을 해댑니다. 벌써 여러 날째 계속되고 있는 윗층 사람들의 늦은 밤 시간대의 소란 때문입니다.

한창 집 안에서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어지간한 다른 사람들의 소란에 대해서는 감히 뭐라 말할 엄두도 내기 힘든 게 우리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윗층의 소란은 이처럼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수준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그래도 아파트라는 공동의 생활공간 특성을 감안해 저녁 시간에는 딸아이가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것을 적극 제지하는 정도의 예의는 갖추고 사는 데 반해, 늦은 밤 시간에 계속해서 쿵쿵거리는 소음을 유발하는 위층의 행위는 너무 심하다 싶었던 것이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아내가 천정을 향해 주먹질까지 하게 된 것을 본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연히 위층과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나중에는 자칫 이웃간에 크게 얼굴 붉힐 일이 생기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터폰을 통해 경비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윗층에서 이 늦은 시간에 벌써 30~40분째 쿵쿵 거리는 소음을 일으키고 있는데, 일단 사실을 확인한 뒤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폰을 통해 직접 통화하거나 막바로 쫓아올라가 소란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그러다 보면 서로간에 감정적으로 부딪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경비실을 중재자로 내세운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 경비실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 받아보니, 윗층에선 그런 소음을 일으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얼마 전에 아래 아래층인 14층에서 우리 바로 아래층인 15층 아이들이 난동(?)을 부리는 통에 시끄러워 못살겠다며 항의전화가 왔었는데, 그쪽이 범인인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정 쪽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려온 것이 틀림없었기에 아래층이 범인인 것 같다는 경비실의 말은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경비실을 통해 위층과 아래층을 한바탕 들쑤신 결과 문제의 소음은 어느 순간 뚝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뒤늦게 귀가한 듯한 아래층 남자가 집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늦은 밤 시간에 소란을 일으킴으로써 이웃들의 항의를 유발한 아이들을 나무라고 벌주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아내와 나로 하여금 천정을 향해 주먹질을 하게 만들고 경비실로 항의 전화를 하게 만든 범인은 위층이 거의 분명한데,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공연히 아래층 아이들만 꾸지람을 듣고 벌을 서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파트라는 공동생활 공간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런 류의 문제에 종종 부딪치게 됩니다. 공동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 부족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인데, 공동생활 공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만 어느 정도 있어도 서로 눈살 찌푸리는 일 없이 훨씬 쾌적하게 잘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공동생활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로 인해 눈살 찌푸려지는 일을 당하지 않고 쾌적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그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주는 마음들로 하나의 커다란 생활문화를 만들고 가꿔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내 가족의 쾌적한 삶이 소중하듯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가족들의 쾌적한 삶 또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모두의 가슴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할 것입니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이런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방음재를 덧대는 등 방음 부문에 각별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판단입니다.

공동생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쾌적한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방음재를 통해 소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다 할지라도 또 다른 부문에서 여전히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는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소음을 방지할 수 있도록 좀더 아파트를 잘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이제 우리 삶의 보편적인 주거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아파트라는 대형 공동생활 공간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고, 더불어 쾌적하게 잘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적극 실천하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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