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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동해기후변동예측연구'의 일환으로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인접한 한국측 수역에서 해양관측을 실시하고 있었다. 오전 12시 59분경 한 대의 항공기가 다가와 조사선을 몇 바퀴 선회한 후 조사선이 일본측 수역을 침범할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한 듯 유유히 일본영공으로 사라졌다. 일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해양경비용 항공기 73대 중 1대이다.

그리고 지난 12월 21일 오전 11시. 일본의 어업지도선 2척이 부산 근해 한국측 영해를 2.6km나 침범한 후 5분여만에 돌아갔다. 우리 측 어업지도선이 레이더로 포착해 해경에 신고, 해양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일본 선박은 우리 영해를 벗어난 뒤였다.

해양수산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본측에 항의했지만, 일본측은 그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우리 측 레이더에 포착된 일본측 어선의 침범 자료는 있지만, 일본측이 자신의 선박이 아니라고 부인하면 사실상 입증할 방법이 없다.

일본측 수역에 근접한 한국선박에 대한 일본 해상보안청의 신속한 사전대응과 우리 영해를 침범한 일본선박에 대한 우리 해양경찰청의 때늦은 대응과 실속없는 항의. 이 두 사건은 우리나라 해상경비의 현재에 대한 단적인 예와 함께 과연 우리는 '우리의 바다를 지킬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한일, 한중어업협정의 발효로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남한면적의 4.5배인 44만7천㎢에 달하지만, 이 면적을 경비할 해양경비함정은 236척이 전부이다. 그나마 EEZ 경비가 가능한 200톤급 이상의 함정은 50척에 불과한 실정이다. 1척이 8940㎢의 면적을 책임져야 한다. 이 정도라면 1척이 남한면적의 1/10의 면적을 책임져야만 하는 꼴이다.

여기에 늘상 몰아닥치는 폭풍주의보 속에서도 바다에 떠있을 수 있는 1000톤급 이상의 대형함정은 불과 11척뿐이다. 그렇다고 11척이 항상 감시하는 것은 아니다. 함정의 수리, 교육, 훈련 등을 감안하면 실제 5척 이상의 함정은 출항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낙후된 해양경비함정과 함께 해양경찰청은 9대의 헬기와 최근 일선에 배치된 1대의 해상수색용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비행시간이 3시간 남짓인 헬기. 돌아오는 시간과 비상사태를 감안하면 1시간 가량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차라리 해상경비용 헬기라기보다는 인명구조용 헬기에 더 적합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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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기후변동예측연구중인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들 ⓒ김윤배


그렇다면 우리의 상대국인 일본은 어떠한가? 익히 알려진 대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우리의 해양경찰청과 상대격인 일본의 해상보안청이 보유한 함정은 519척(한국 236척)이다. 이 중 EEZ 경비가 가능한 200톤급 이상의 순시선은 118척(한국 50척)이며, 특히 1000톤 이상의 대형함정은 무려 50척(한국 11척)으로 한국에 비해 월등한 작전수행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한국이 1대인 것에 반해 일본은 29대의 해상수색용 비행기와 44대의 헬기로 광활한 일본 EEZ 영역을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월 21일 일본의 우리 영해 침입에 대한 우리의 때늦은 대응에 반해 지난 10월에 있었던 일본 해상보안청의 신속한 대응능력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본에 비해 열악한 장비수준과 함께 지적되고 있는 것이 조직의 개편과 강화에 관한 부분이다. 양국의 해양경찰조직을 비교하면 일본의 경우 해양경찰 총수의 직급이 장관급인데 반하여, 우리 해양경찰청장은 치안정감(1급)이다.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에서 해양경비업무가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부처라는 것을 감안하여 장·차관급을 임명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 일본은 한일어업협정 실무자회의에 해상보안청 관계자를 참석시켜 일본수역 내에서 한국어선의 위반조업문제를 논의하게 하였다(1996년 1차회의 3명, 2차회의 1명, 3차회의 5명, 1997년 1차회의 2명, 2차회의 5명, 4차회의 2명, 5차회의 1명, 6차회의 4명, 7차회의 2명, 1998년 1차회의 1명, 2차회의 1명, 3차회의 2명, 4차회의 2명).

해경조직의 문제와 함께 지적되고 있는 것이 해경업무의 능률화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자체교육시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해상보안대학교, 해상보안학교 등 전문교육기관을 해상보안청 내에 두고 있다. 해상보안대학교는 해상보안청의 간부직원을 양성할 목적으로 1950년 10월 이래 동경에 설치되어 4년6개월 과정으로 매년 50명 정도를 모집하여 운영하고 있다.

해상보안청의 일반직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해상보안학교는 선박운항시스템과정, 정보시스템과정, 해양과학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949년 6월에 동경에 설치되었다. 이밖에 해상보안관으로서 필요한 지식·기능을 연수시키는 해상보안학교 모지분교와 해상보안청의 항공요원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해상보안학교 미야기분교를 해상보안청 내에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양경찰의 재교육과 전문가양성을 위해 업무와 크게 관련이 없는 경찰학교 등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이다.

지난 11월 29일, 박봉태 신임 해양경찰청장은 언론을 통해 "한-중, 한-일 어업협정 발효 등 한반도 주변해역의 해양질서 재편과정에서 해양주권을 확보하는 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해상치안의 총수로서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어선들의 영해침해 행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양경찰 총수의 의지에도 비롯하고 과연 '우리의 바다의 주권을 지킬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얼마나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상경비능력의 강화를 위한 장비보강과 조직의 재편이 시급하다.

일본은 지난 2001년 1월부터 7월까지 순시선을 동원하여 43차례에 걸쳐 독도영해 주변에서 순찰활동을 벌여왔다. 이러한 일본 순시선의 독도영해 주변 순찰활동은 지난 93년 45회, 94년 63회, 95년 82회, 98년 90여 회로 매년 그 행위가 늘어가고 있다.

일본 순시선의 독도영해 주변 순찰활동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일본의 순시선 출현 때마다 독도현지에서 경비중인 경비대를 비롯한 해경, 해군이 입체작전으로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폭풍주의보 속에서도 독도영해 주변을 선회하고 있는 일본의 대형함정을 막기에는 한국의 소형함정이 너무 초라하다. 폭풍주의보 속에서 독도영해를 홀로 배회하는 일본의 대형함정. 언제까지나 그들은 독도영해 밖에서 배회만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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