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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여론과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20일간에 걸친 국정감사가 열렸다. 그러나,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과 공방 속에 정작 정책감사를 충실히 준비했던 의원들의 질의는 쉽게 묻힐 수밖에 없었다.

국감이 열리기 전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아무리 정책감사를 열심히 준비해도, 언론이 잘 다루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정기국회를 맞아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정성을 쏟아 내놓은 주요 정책자료집들을 소개한다.

매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때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정책자료집을 생산해 내놓는 상임위 중 한 곳이 국회 교육위원회다. 교육위는 올해에도 사립학교의 실태와 제도권 교육의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룬 많은 보고서와 정책 자료집을 생산해냈다.

그중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민주당 설훈 의원이 펴낸 <지식정보화 시대와 사립전문대학의 현실>이라는 정책보고서다. 총 350여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으로 돼 있다.

지난 9월 국감을 앞두고 발간된 이번 자료집은 크게 ▲전문대학의 현실과 위기 ▲교육여건과 재정 구조 ▲사립전문대학 운영의 문제점과 원인 ▲재정운영 개선방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린 120여개의 표도 유익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전문대학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면서 "4년제 일반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다시 전문대에 입학하는 최근의 상황을 볼 때 전문대학의 내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발간 목적을 설명했다.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79년 127개 대학, 학생수 7만 8천여명으로 출발한 전문대학은 20여년간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해 2001년에는 158개 대학, 92만5649명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학생수가 12.1배 늘어난 반면 교원 수는 출범 당시인 5236명보다 불과 1.2배 증가한 1만1897명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설의원은 "2001년도 전문대학의 학생모집 미달인원이 4천6백여명에 이르고, 향후 고등학교 졸업생이 더욱 줄어드는 만큼 대학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전문대학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이 자료집에서 지적하고 있는 사안 하나 하나는 사립전문대학들이 저마다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21세기에 살아남기가 녹록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정책자료집에서 지적한 주요 내용들로, 각 학교마다 상황과 의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자리걸음 - 전임교원 확보율

97년 40.6%에 그쳤던 법정정원 대비 전임교원의 확보율은 99년 39.4%로 떨어졌다가 2001년 40.6%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더욱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교원확보율 산정방식을 법정정원 기준에서 재학생 기준으로 변경함에 따라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자료집은 지적했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교원확보율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정책당국이 그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등록금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서비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원칙적으로 교육과 직접 관련된 분야에 사용돼야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립전문대학들은 등록금을 이 같은 용도로 지출하기보다는 외형 확장을 위해 지출하거나, 차기년도로 이월시키고 있다는 게 설의원의 지적이다.

학생등록금 수입 총액과 인건비, 관리운영비, 실험실습비, 학생경비, 연구비, 도서구입비 합산액을 비교한 '교육비 환원율'은 이같은 실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료집에 따르면 사립전문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은 96년 70.2%, 98년 73.4%, 2000년 80.2%로 대체로 증가 추세이나 아직은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 이에 반해 등록금 총액을 초과하여 교육에 투자하는 학교는 지난해 현재 14개교(10.2%)에 불과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사립전문학교의 등록금 의존율은 96년 77.2%에서 2000년 70.2%로 매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입의 3분의 2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17개교는 5년 연속으로 등록금 의존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79개교에서 182명의 친인척 근무

사립전문대학에서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 이사장과 이사의 친인척 문제는 운영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이에 따르면 79개 사립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해 본 결과 2001년 현재 대학당 2.3명씩 총 182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에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친인척은 모두 54명이었으며, 법인 사무처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은 1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은 모두 118명으로 이 가운데는 학장과 부학장이 전체 친·인척의 23.6%인 43명(학장35명)이며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은 18.1%인 33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모 전문대학의 경우, 이사장의 처(이사), 아들(부학장), 딸(조교수), 며느리(조교수 등), 사위(부교수), 조카(부교수), 조카사위(교수), 6촌(행정4급)을 비롯 16명이나 포진해 있었다. 사유화 목적이 없다면 굳이 학장과 부학장직에 친·인척을 집중 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게 자료집의 분석.

이외에도 자료집은 사립전문대학교의 ▲열람실 및 도서보유 현황 ▲예·결산 공개 범위 및 방법 ▲학내 민주주의 실종 등에 대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의원은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국고보조금을 늘리거나, 간접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각 전문학교들도 외부 기부금 유치, 예산 편성의 효율화 및 대학 민주주의 확립 등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의원의 한 관계자는 "국립대에 비해 사립대의 비리가 많고, 특히 사립전문대는 그 정도가 심하다"면서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보장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교원공무원법 처리 논란과 야당의 반대로 정기국회 내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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