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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 남해는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섬 전체가 짙은 유자 향기로 그윽하다. 남해유자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토질이 유자 성장에 적합하여 유자 향기가 짙고 과피가 두꺼우며, 배꼽이 볼록해 전국적인 명성이 높다.

약용, 식용, 향수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유자는 치자, 비자와 더불어 '남해삼자'할 만큼 유명하다. 귤처럼 생긴 유자는 맛이 시고 쓰지만 향기가 좋아 유자차와 유자술을 만드는 데도 널리 쓰이고 있으며 관상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옛 의서인 '본초강목'에는 '유자를 먹으면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볍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할 만큼 유자의 효능은 다양해 껍질은 물론 씨앗까지 버릴 것이 없다. 유자는 다른 감귤류에 비해 신맛이 강하며, 비타민C와 카로틴 등도 3배 정도 풍부하며 유기산이 많아 간과 위·폐의 기능을 도와주는 과실로 알려져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작용이 있어 냉증에서 오는 신경통·근육통·류머티즘 등의 해소에 좋을 뿐 아니라 풍의 개선,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유자는 배농(排膿), 배설작용이 있어 몸 속에 정체되어 있는 이물질을 깨끗이 청소해준다.

또한 유자 껍질에는 혈관벽을 유연하게 하는 성분이 풍부해서 뇌졸증과 심근 경색의 예방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유자를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컵에 유자즙 20%, 뜨거운 물 80%를 섞은 후 티스푼으로 1술 정도의 꿀을 타서 아침저녁으로 매일 1∼2잔씩 계속 마시는 것이 좋다.

유자즙은 향기가 매우 좋아 마시기 쉽고 맛도 있다. 유자즙은 냉증과 냉증에서 오는 각종 통증 해소와 피로회복에 효과가 뛰어나다. 기침이 나거나 감기 초기 증상일 때 유자즙을 뜨거운 물에 타서 하루에 4번, 아침과 점심·저녁, 그리고 잠자기 전에 마시면 다음날이면 기침이 멎고 감기 기운도 사라진다. 유자즙을 오래 보관하고자 할 때는 종이 필터에 걸러 냉장고에 냉동상태로 해두는 것이 좋다.

과즙을 짜고 난 유자는 그물망이나 천주머니에 넣어서 목욕할 때 욕조에 띄워두면 그 향기로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피로가 저절로 풀린다.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높고 겨울철에 손발이 트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또 노인들 중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피부가 가려운 피부소양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같은 증상에는 유자목욕을 하고 난 다음 가려운 곳을 유자로 가볍게 문지르면 피부가 촉촉해져 가려움이 해소된다.

추운 겨울에 유자목욕을 하면 온몸이 후끈후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유자에 함유된 정유성분의 기능에 의한 것이다. 유자의 정유성분은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일종의 기름성분으로 욕조의 표면에 부유하고 있다가 사람이 들어가면 물과 함께 흔들리며 몸의 표피 세포 아래에 있는 진피세포와 모세혈관을 자극해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신경통, 류머티즘의 경감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유자에는 사과, 배, 바나나보다 칼슘이 10배, 레몬이나 오렌지보다 비타민이 3배 이상 많고 항암성분인 플라보노이드계가 함유되어 있고 노화억제기능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항산화성분이 들어 있다.

또한 항 알레르기, 항염증 및 기타 항균작용을 지니고 있어 체질개선 및 병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다. 유자의 약리효과로는 칼슘이 많아 어린이 골격 형성과 골다공증 예방효과가 있으며, 비타민C는 피로회복과 스트레스해소, 피부미용, 식욕증진, 괴혈병과 감기예방, 일부 항암효과가 있다. 연산, 수산, 능금산 등 유기산는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등 통증완화, 피로회복, 혈액순환 촉진에 큰 도움을 주어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올해 유자 작황은 봄철 심한 가뭄으로 결실이 잘 되지 않아 좋지 않다. 아는 사람에게 미리 부탁해야 유자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남해유자를 맛보았던 사람들은 반드시 남해유자를 찾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남해유자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유자가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폭락했다. 한 때 '대학나무'라고 불리며, 남해의 주 소득원으로 각광받았던 유자는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과잉생산이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다름 아닌 남해 유자의 명성을 알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값싼 다른 지역의 유자가 남해로 역 유입되고 남해유자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찾으면 대부분 타지에서 역수입된 유자가 대부분이다. 물론 시골에서 소규모로 가져온 유자는 예외이다.

두꺼운 과피와 배꼽이 볼록해 남해유자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남해에서 구입한 유자는 모두 남해유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남해에서 유자를 구입할 때도 반드시 '남해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싼값이라고 사면 후회할 수 있다.

샛노란 색깔이 고급스럽지만 우둘투둘하니 못생긴 것이 날것으로 먹으면 신맛이 난다. '남해유자'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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