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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정말 희망은 있는가? 라고 반문해 보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 대전충남 민언련이 '지방신문 문제와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지방언론 개혁 워크숍에 참석한 한 지방신문 기자는 최근의 지방 신문의 위기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IMF이후 급격한 경영 악화와 취재 시스템의 붕괴, 이로 인한 지면의 질적 하락에 따른 독자 감소. 다시 반복되는 광고 급감과 경영 악화. 한마디로 최근 지방언론은 빈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최근 지방 3사(대전,중도,대전매일)의 경우 경영악화로 인한 체불 임금이 각각 20억원(중도일보 5억원 정도)을 넘어섰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오래 전부터 언론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통해 이미 예견돼온 것이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모 일간지의 경우 2000년 말 현재 총 부채 규모는 이미 100억원대를 돌파해 부채비율이 340%(339.87)에 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수익성 관련 지표 역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11.6%)과 경상이익률(-22.51%)이 99년 잠시 흑자로 보고됐을 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부분은 그 동안 지역의 대표적인 일간지로 알려진 이 신문의 유가 독자의 수가 약 2만명선(구체적인 독자수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2000년 지대 수입을 통해 추론, 2000년 지대수입 17억 3천만원, 월 구독료 7000원으로 계산)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올 상반기 광고주협회에서 조사한 각 지역별 신문 구독 현황에서도 대전충남 지역에서 채 2% 남짓한 구독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지방일간지들이 지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추정치이긴 하지만 계도지와 행정관서에서 보는 신문을 제외하면 실제 순수 일반 독자의 비율이 더욱 더 감소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경영난 가속, 마땅한 해법 못찾아

대전일보와 중도일보 노조가 최근 체불임금 해소 및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노조는 현 경영 위기의 책임이 사주와 경영진의 경영능력 부재에 있다고 판단, 회사의 가시적인 회생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주 퇴진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나머지 지방신문들의 어려움도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17일 국도일보가 휴간한 이후 복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충남일보도 지난 해 6월부터 9개월 동안 휴간하다 지난 3월 1일부터 복간했다. 대전매일도 지난 10월 말부터 휴간에 들어갔다. 대전매일은 새로운 경영주를 영입해 오는 12월 복간을 준비 중에 있으나 새 경영주를 통한 자본수혈이 누적돼온 내부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사주 언론관 부재, 편집은 지역과 동떨어져

그렇다면 지방일간지들이 이렇게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 학계 및 시민단체와 지방언론사 종사자간의 의견차이가 존재하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로 집약된다. 지방언론의 소유구조의 문제와 편집권 독립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언론사 소유구조의 문제는 지방언론이 지방언론 발전과 지역사회 공익을 위한다는 지방언론 고유의 역할보다는 모기업의 방패막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요약된다. 지방언론사 사주의 창간철학과 경영목적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지방언론의 문제와 과제' 워크숍에 참석한 경남대학교 정치언론학부 김남석 교수는 "많은 언론기업 투자자나 소유자들이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계속 언론기업을 유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언론기업을 유지함으로써 반사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정치적 투자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방 일간신문의 편집방향이 지역현안 문제보다는 중앙중심의 편집 행태를 보임에 따라 스스로 지방언론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지방 일간지도 중앙 일간지도 아닌 형태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는 "지방 언론이 지역 사회에 관심이 없다는 문제는 지역 언론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지역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안 읽는지 지역신문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충남 민언련 우희창 사무국장 역시 "지역 소식을 싣는 지방 언론사의 입장이 명확해야 하지만 현재 대전충남지역의 일간지들은 내용적으로 구분이 가질 않는다"며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신문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지적에 대해 지방 언론사 종사자들도 부분적으로는 인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지방신문의 문제와 과제'에 현직 언론인으로는 유일하게 지방신문의 문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던 대전일보 임순철 업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지방신문들이 그 동안 지역과의 밀착에 실패했다"며 "지방신문이 우리 지역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심어주지 못해 지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극복할 수 없는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특권버리고 자율통폐합 및 지역밀착으로 거듭나야

그러나 학계 및 시민단체, 언론 종사자들의 이러한 문제 인식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방신문 개혁은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적으로 지방언론개혁을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은 지방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 및 자율적인 통폐합, 지역밀착형 보도를 통한 지역주민을 위한 정보서비스 강화, 정간법 개정 및 지방신문 지원법 등의 제도 개혁 등을 통해 지방신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지방신문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 신문사 내부의 자발적 개혁 움직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주 및 언론 종사자들이 이를 쉽게 포기하려 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희창 사무국장은 "각 언론 종사자들이 자율적인 통폐합 등 돌파구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는 매우 소극적"이라며 "자리를 지키려 하기보다는 버리려는 사고의 전환이 없는 한 지방신문이 처한 위기가 악순환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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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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