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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추위가 일찍 찾아오자 가뜩이나 넉넉지 못한 사회복지시설들은 월동준비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겨우내 싸워야 할 동장군을 스스로 이겨내기엔 역부족임을 알기에 그저 기도만 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그들을 지탱해주었던 온정의 손길이 경제난의 여파로 뜸해져 월동준비가 제대로 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군 8989부대(중령 김진홍) 장병 20여 명이 지난 9일 나주시 다도면에 위치한 '부활의 집'을 방문해 장애인들에게 사랑의 온정을 나누는 봉사의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장병들은 청소, 소각, 세탁봉사, 물품운반 및 목욕수발 등을 통해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도왔다. 일거수 일투족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공군장병들은 이날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

안시주(22세) 일병은 "목욕탕으로 들어갈 때 한 분이 갑자기 손을 잡아서 놀래기도 했지만 이 사람들도 손이 따뜻하구나 라는 생각했다"며 "한 분 한 분 몸에 물을 뿌려드리고 비누칠을 해드렸더니, 목욕하는 동안 계속 고맙다고 환한 얼굴로 웃어주시는데 내가 이 정도밖에 해드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재윤(21세) 이병 또한 "장애인과 함께 얘기하고 목욕시키는 동안 처음의 낯선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층 더 가까워지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준(20세) 이병은 "장애인들이 입고 있는 옷은 거의 다 낡은 재활용 옷 같아 약간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앞으로 전역한 후에도 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도...

장병들의 대부분은 장애인 복지시설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만큼 우리 가까이에서 고통받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냉대 받는 장애인을 만나고 온 것이 충격이자 큰 보람이었다고 한다. 이 날 봉사활동을 다녀온 장병들은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자진해서 다녀오고 싶다"며 "이들을 생각하며 건강한 몸을 가진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부활의 집'은 노인·장애인 및 소외계층을 돌보기 위해 송종운 목사(43세)가 95년 3월에 개원한 복지시설이다. 송 목사 스스로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겪고 있지만 자신 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오던 중 장애자를 돌보는 '부활의 집'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 '부활의 집'에는 거동이 불편한 뇌성마비 장애자에서부터 정신지체아에 이르기까지 증상이 다양한 53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설명 공군부대 장병이 몸이 불편해 손수 목욕을 할 수 없었던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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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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