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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을 벽소령 산장에 묵기로 하고 미리 예약을 했으나 날이 저물어 연하천 산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안내실에 문의하니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다. 벽소령을 예약했다고 하니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리라고 한다.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자리를 배정 받을 수 있었다.(18:00) 지리산 주능 종주를 하려면 공휴일이나 연휴에는 보름 또는 한달 전에 평일에는 1주일 전에 산장을 예약해야 한다. 평일인데도 만원인 것을 보니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겠다.

연하천 산장은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이다. 숙박료 3000원과 담요 임대료 1000원을 지불하고 자리를 배정 받았다.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고 취사도구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삼삼오오 모여 식사 준비로 부산하다. 코펠에 쌀을 씻어 버너에 불을 피워 놓고 나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뜰 앞에 흐르는 냉수에 담긴 캔 맥주가 구미를 당긴다. 3000원을 지불하니 가져다 마시라고 한마디 던지고는 장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도심의 상인과 너무 대조적이다.

앞뜰에 마련된 통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산장에 들어가 자리를 펴고 침낭 속에 드니 팔다리가 욱신거리며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벌써 코 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한 탓인지 공기가 건조하고 탁하다. 한참 뒤척이다 산장 밖으로 나와보니 반달은 숲에 걸려 빛을 잃고 산정은 정적으로 덮여있다. 샘터를 찾아 쪽박에 물 한잔 떠 마시고 연거푸 심 호홉으로 청량한 공기를 마셔 본다.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 料得少人知(요득소인지)

중국 소강절(邵康節)이 청야음(淸夜吟)이라는 詩를 읊을 때 이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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