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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정식 명칭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부당노동행위라는 조항이 있다. 사용자가 조합원을 불평등하게 대우하거나 노동조합이 하는 노조활동에 개입하거나 방해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조항이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휴가를 제한하는 행위를 한다든지, 노동조합에서 집회를 하려고 하는데 이를 방해하고, 조합원의 참석을 저지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경우에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 10월 27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회에 교사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연가를 이용해서 참여하고자 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이 연가를 허가하지 말도록 지시를 했고, 이에 따라 각 학교장은 근무상황부에 결재를 거부하여, 형식적으로는 1만5천여 교사들이 '무단결근'이 된 상황이다.

전형적인 방식 - 학교장을 교육부의 방패로

학교현장에서는 이번 교사대회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다. 성과급을 반납한 교사가 전체 교사의 30%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현장의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의 학교장들도 전교조의 주장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전교조 초기와 비슷하다. 사실 전교조 창립 초기에 학교장 중 상당수는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탄압에 나서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후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문교부 관료들이 사용한 방식은 학교장을 교사 탄압의 선봉으로 세우는 것이었다.

당시 학교장으로서는 전교조 문제를 해결할 아무런 권한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교부는 해당 학교의 조합원 교사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교장을 직위해제시키면서 학교장을 교사 탄압의 선봉으로 밀어냈다. 이때 탄압에 앞장섰던 학교장과 전교조 사이의 갈등은 오랜 후유증으로 남았다.

이번 사태에서도 교육부는 다시 학교장들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 교사에 대한 휴가의 허가는 학교장의 권한이다. 학교장이 학교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각종 휴가를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휴가 교사의 수업을 다른 교사의 수업과 교체하여 배치한다. 이것은 각 학교의 수업계 담당교사가 하는 일이다. 출장, 연수, 휴가로 인해서 모든 학교에서 거의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러한 휴가 허가를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경상북도 교육청의 공문에는 "해당교원의 조퇴를 허용하여 불법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학교장에 대하여는 엄중 주의를 촉구하니…"라고 학교장들에 대한 협박(?)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장들은 근무상황부에 교장 결재란에 도장을 찍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번에도 지난 89년처럼 학교장과 교사의 갈등으로 만들면서 교육부는 빠져나가고 말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집회 방해는 부당노동행위

교육부의 이런 행동은 명백하게 부당노동행위에 속한다. 그 근거를 살펴보자. 우선 교육부는 노동조합이 조합 내부의 의사결정기구를 통해서 정한 노동조합의 집회를 방해하였다. 노동조합은 교육부나 교육청과의 산하조직이 아니다. 교육부는 정부조직법과 관련법령에 의하여, 노동조합은 헌법 제33조를 근거로 하고, 노동조합법과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조직된 독립조직이다. 교육부는 노동조합에서 개최하는 집회가 불만스러울 수 있으나, 이를 금지하거나 방해할 수는 없다. (일부 언론 보도에는 교육부가 전교조 집회를 '불허'한다고 보도하였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서 조합원의 참석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행위는 명백하게 노동조합법 제81조의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에 속한다.

조합원에 대한 연가 허가 거부는 부당노동행위

학교장은 며칠 전까지 학교 운영에 지장이 없다면 연가를 당연히 허가해왔다. 김선생이든 이선생이든 가리지 않고 연가를 허가해왔다. 10월 26일 전교조 조합원이 연가를 신청했다. 자신의 연가를 조합활동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업교체를 위해서 다른 교사들의 양해를 받았고, 학생들에게도 알려주어 혼란이 없도록 조치를 했다. 늘 그래왔으므로..

그런데 갑자기 학교장이 결재를 거부한다. 연가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것과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서 개인의 연가를 사용'하겠다는 것을 그 이유로 삼았다. 같은 날 다른 교사가 '가사정리'라거나 '집안일'을 이유로 해서 신청한 연가는 허가한다. 이는 명백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

조합원이 계속해서 연가 결재를 요구하자. 학교장은 '그 사유로는 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다른 사유로 적자'고 회유를 하기도 한다. 조합원은 '연가는 나의 권리이며, 이미 수업교체도 다 이루어져서 학생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는데 왜 그러시느냐'고 한다.

이때 학교장은 '상부지시'를 들먹인다. 그래서 전교조 조합원들은 근무상황부 결재란에 도장이 찍히지 않은 상태로 집회에 참석했다. 물론 수업교체는 이미 이루어졌으므로 학생들은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이 경우, 학교장은 해당 교사에 대해서 단지 '조합원'과 '조합활동'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다. 이것도 우발적인 것이 아닌 조직적인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다. 조합원은 '연가 거부'라는 차별대우와 '무단결근'이라는 불이익을 받았다. 이는 노동조합법 제81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속한다.

이와 비슷하게 철도공무원들에게 적용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례가 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조합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연가를 신청하였으나 이를 불허한 사건에 대해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사례이다.

노조원들이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 집회 및 서명활동 등을 한 행위는 단결의 목적에 부합되고 단결강화에 기여하는 행위로 …조합원이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하여 연가를 신청하였다면 업무수행상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가 등을 불허한 것은 노동조합활동뿐만 노동조합 내부문제에 상당한 영항을 미치는 간섭행위로서 노동조합 운영을 지배·개입하려는 부당노동행위라 할 것이다.(2000부노153. 중앙노동위원회 판정.2001.04.11)

숨길 수 없는 증거들 - 교사들의 역공

교육부의 공문, 학교장의 발언... 이 모든 것은 부당노동행위의 증거가 된다. 이제 교육부가 교사들을 징계하려 할 경우, 각 학교에서는 학교장과 교육감, 그리고 장관을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 고발이 줄을 이을 것이다. 학교장이 경위서를 요구하면, 조합원은 연가거부에 대한 확인서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교육청이 징계를 하겠다고 하면, 1만5천명이 각각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여전히 불법이며, 자신들이 '불허'하면 그 집회가 불법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번 집회를 '파업'이라고 하지 않았다. 단지 집회를 개최하고, 참석하는 교사들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연가를 내고 참석하도록 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공무원복무규정에 따라 연가를 신청했으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노동조합법 제81조를 위반하는 '연가허가 금지'를 지시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학교장의 집회는 출장, 교사집회는 불법

지난 10월 17일부터 18일 양일간 이른바 "공교육활성화를 위한 초중등학교장 연수회"가 열렸다. 이 '연수회'는 한국학교경영총연합회라는 사단법인이 개최한 행사였다. 공식적으로 '연수'에는 교육청이 주최하는 연수가 있고, 기타 기관에서 60일 전에 연수강사와 프로그램을 첨부하여 '연수기관지정신청'을 한 후에 '연수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서 하는 '직무연수'가 있다.

그런데 이번 사단법인 한국학교경영총연합회의 연수는 '그냥 연수'였다. 이 단체는 학교장의 권익과 압력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첫날은 서울학생체육관에서 기념식과 특강, 그리고 연합회총회를 열었다. 다음날은 세계도자기축제견학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날 행사 역시 '공교육'에 대한 것이 들어있었으나, 그 동안 전교조 등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아진 학교장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행사라는 것은 이날 행사를 참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전교조 신문에 의하면 △교육재정 확충, △무자격 초빙교장제 철폐, △교장선출보직제 반대, △교원정년환원, △학교경영자율성 보장을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였고, 특히 교장선출 보직제 등을 반대하면서 '교장 자격제도'를 강력하게 옹호했다. 또 교장들은 사단법인의 총회 행사 참여를 '연가'가 아닌 '출장'으로 처리하면서 출장비로 교통비와 4일치 숙식비(포항의 경우 31만9200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장의 권익향상을 위한 집회(한경총 총회 등)에는 2박 3일의 '출장'을 허용하면서, 평교사들의 권리인 '연가'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선전용 '학습권' 논쟁이 아닌 교육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전국의 수천개 학교 중에서 몇 학교에서 수업에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텔레비전도 어떻게 알았는지 하필 그런 학교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다른 99.9%의 학교의 '정상수업' 상황은 한 줄도 한 장면도 보도하지 않은 채...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언론이 돕고, 교육부가 친다면 교사들이 다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교육부가 정말 잘못한 일이다'라고 할 것은 또 예정된 일이다. 법으로 보아도 교육부는 그렇게 승산이 있는 싸움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앞으로 학교마다 교사 징계로 몸살을 앓을 모양입니다. 학생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교육부 관료들의 실책 감추기를 위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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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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