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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주관적인 견해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음악성을 가장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장르는 R&B라고 말할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 리드미컬한 멜로디, 풍부한 감정처리가 돋보이는 보컬리스트의 음색, 시원하게 뻗는 고음처리 등은 골수 락 매니아를 제외한, 일반적인 국내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최근 2집 [nineteen plun one]을 발표한 박화요비의 경우 이런 조건에 부합되는 가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이번 앨범을 짚어보면서 우리는 전작에 비해 상당히 이국적
인 분위기가 물씬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이틀 곡인
'눈물'을 비롯해 힙합 리듬을 가미한 '운명', 역시 슬로우 랩이 가
미된 'I need your love' '자존심' 등은 1집과 달리 '미국적' 스타
일을 강조한 R&B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 본작의 첫 번째 싱글인 '눈물'은 전작의 타이틀곡인 'Lie'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박화요비의 가창력보다는 전체적인 리듬감에 특히 신경 쓴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본작에서 전체적으로 고음보다는 중저음을 앞세운 창법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본작의 이러한 변화는 그녀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너무나 성숙한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듣는 이들에게 난해함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나치게 '미국적' R&B 를 답습한 경향이 짙은데 최근 미국 팝음악계의 경향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화요비의 자작곡으로 내놓은 '운명'이나 코러스 화음을 앞세운 '아침이 온 것처럼'등은 이러한 예에 들 수 있는, 파퓰러한 감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곡들이다.

오히려 필자는 이러한 힙합 리듬이 가미된 곡들보다는 디스코 리듬을 차용한 '고백' 펑키한 멜로디의 'All for your love', 애절한 느낌이 물씬한 발라드 'Seraph'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전작 [My all]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록곡 가운데 다섯 곡을 작곡하며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잡혀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본작에 참여한 다른 작곡가의 곡과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그녀의 작곡 실력은 앞으로 더욱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슬픈 분위기가 물씬한 '난...'은 그녀의 자작곡중 특히 주목할만한 곡이다.

본작은 분명 전작보다는 진보했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중간단계형'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가창력에 좀더 독창적인 음악적 스타일이 결합한다면 그녀는 분명 최고의 '디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은 그녀에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맞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작품성을 기대하고 듣기보다는, 한 뮤지션의 꾸준한 발전과 정을 접해본다는 생각으로 들어볼 때 더욱 와닿을만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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