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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이 약 300여권의 책들이 <운동본부>에 전달됐다. ⓒ오마이뉴스 김영균
"이문열 씨의 발언을 읽고 들으면서, 심히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아무튼 제가 소장하고 있던 책 11권을 보내 드리오니 님께서 이문열 씨께 반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님께서 하시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습들을 척결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경기도 일산시 정모 씨)

'홍위병' 발언으로 한동안 물의를 일으켰던 작가 이문열 씨의 책을 모아 '항의'의 뜻으로 본인에게 돌려보내자는 뜻으로 시작된 <이문열돕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전국적인 성원을 얻고 있다.

애초 부산 해운대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화덕헌(37) 씨가 주변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운동본부>는 지난 8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그 취지를 밝히고 시작됐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초기에 큰 성과는 거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오마이뉴스>를 통해 운동본부의 활동 내용이 소개되면서 부산을 비롯한 대구, 청주, 대전, 전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책 모으기'가 진행되었고 15권 남짓한 책으로 시작한 운동이 한달 사이 약 300여권으로 늘어났다.

특히 교사와 회사원, 가정주부 등 다양한 계층들이 <운동본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보낸 책들에는 다양한 사연들도 함께 실려와 이문열 씨의 '홍위병' 발언에 반대하는 독자들의 반응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서 책을 보내온 정모 씨는 "이번에 이문열 씨의 <삼국지>를 처분하고, 김구용 씨가 번역한 삼국지를 새로 사겠다"며 "(이 운동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충남 예산 Y여고에 근무하고 있는 박모 씨는 같은 학교 교사들의 책을 모아 보내면서 "선생님들에게 <운동본부>의 취지를 설명드렸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시고 격려해주셨다"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글을 화 씨에게 보내왔다.

직원연수원, 헌책방 책들도 보내와

기업 '직원연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회사원은 "이번 <운동본부>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자료실장과 논의한 뒤 연수원 도서관에 있는 이문열 씨의 책을 보낸다"며 화 씨에게 책을 보냈다.

▲경기도 일산시 정모 씨가 보내온 편지
ⓒ오마이뉴스 김영균

이 외에도 대전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자신의 가게에 있는 책을 팔지 않고 <운동본부>로 보내왔으며, 부산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남기성 씨는 직접 15권의 책을 싸들고 화 씨를 찾아오기도 했다.

이번에 모인 책들은 이문열 씨의 초기 작품인 <수호지>, <영웅시대>, <오디세이아 서울>부터 최근 완간된 <변경>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품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문열 씨의 <삼국지>를 한 질로 보내온 독자에서부터 이문열 씨가 직접 쓰지 않고 외국 작가들의 작품만을 묶은 <이문열-세계명작산책>까지 다양하다.

화 씨는 "어떤 분들은 단순히 '이문열'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도 책을 보내주신 분들이 많고, 98년 <21세기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경우 단순한 수상집으로 이문열 씨의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이 함께 포함됐지만 아낌없이 보내주신 분도 있다"며 "이문열 씨가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오는 10월 말까지 책을 모은 다음 11월 3일 이 책들을 이문열 씨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화 씨는 또 책을 전달할 만한 적절한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화 씨는 "책을 모두 엿장수에게서 '엿'으로 바꿔 이 씨에게 전달하는 의미심장(?)한 방법과 헌책방에 넘기지 못하도록 잘라서 던져 넣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다"며 "책이 좀더 모이면 전달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운동본부>는 이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명함'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등 앞으로도 여러 과정을 통해 <운동본부>를 알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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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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