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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보세요 거기 보길도죠? 민박 예약한 사람인데요, 찾아갈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완도 화흥포항이나 땅끝에서 배 타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예? 배 타고 들어간다고요?"
"섬인데 배타고 들어와야죠, 그럼 뭘타고 들어 옵니까."
"보길도가 섬이라구요!"

여름철이라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나는 이름이란 것과 이름 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제도 비슷한 전화가 왔습니다.
"거기 가려고 하는데 기차역에서 가깝나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보길도까지 철교가 놓여진 걸까.
"기차역에서는 먼데요"
"그럼 버스는 자주 다니나요?"
"섬까지 무슨 기차가 다니고 버스가 다녀요."
어이없어서 퉁을 놓습니다
"예! 거기가 섬이에요."
사람들이 이름난 것을 쫓는 모양이 이 지경입니다.


(2)

관광버스 몇 대가 연달아 들어옵니다.
송대관의 네박자 가락이 저물녁의 정적을 깹니다.
버스는 세연정 앞에 도착했지만 중 노년의 관광객들은 내릴 생각을 않습니다. 얼큰하게 취해, 관광 버스 속의 춤판은 끝날 줄 모릅니다.

세연정 부근 공용 화장실을 나오는데 관광 버스에서 내린 얼굴 붉은 초로의 관광객이 길을 막아 섭니다.
"말 좀 물읍시다. 윤선도 가는 배는 어디서 타는 게요."
"예?"
"아, 윤선도엘 가는 배는 어디서 타냐구. 여기가 보길도라며, 보길도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윤선도엘 안가 볼 수 없지 않어, 보길도에서 아주 가깝다는데."

이 늙은이가 지금 이 젊은이 하고 농담 하자는 건가.
하지만 중늙은이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없습니다. 내 참, 농담이 아니군.
난 모르것씅께, 딴데 가서 물어 보씨요.
윤선도가 보길도만큼이나 유명한 섬인데 너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중늙은이는 뭐라고 뭐라고 투덜거리며 화장실 안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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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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