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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대구에서 열린 '2001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한 한·일 공동세미나'에 참석한 츠즈끼 스미에(都築 壽美枝. 49) 교사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일본 후쿠야마 아시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스미에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몇 년 전 '후쿠야마 왔다갔다 회(會)'를 결성하고 한국을 자주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번 방문 역시 '왔다갔다 회' 회원들과 함께 미군 폭격장인 매향리 등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21일 방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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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에 교사가 이날 세미나를 통해 발표한 주제는 '히로시마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 교재와 운동의 폭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이다.

ⓒ이승욱
그는 이날 일본의 교육현장에서 올바른 한일간의 역사를 청소년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는지를 한국인 청중들에게 직접 선보였다.

그가 말하는 '평화교육'은 지금까지는 '피해자 입장의 교육'이었다면 전쟁을 책임지는 자세로 가르치고 배우는 '가해자의 시각에서 본' 평화학습이다.

미군의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수 만 명이 목숨을 잃어버린 지금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공포심'보다는 그 책임국가로서, 그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신들의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언뜻 생각할 때 스미에 교사를 역사교사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역사교사가 아닌 뜻밖에 보건체육 담당교사이다. 그가 한일간 역사를 생각하면서 더욱 '정신대 할머니'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권과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한 성교육을 위해서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난징대학살의 부녀자를 상대로 한 살인과 강간범죄, 그리고 일본군의 성병 만연과 사기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군사 작전상' 설치한 위안소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정신대 할머니들(맨 앞줄)과 세미나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모습ⓒ이승욱
스미에 교사는 이런 역사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일본의 청소년들이 전쟁에 대한 문제, 성에 대한 고민, 남성우위의 신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그는 과거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전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반복되는 전쟁과 성폭력을 가르치고 앞으로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후쿠야마 연락회' 대표,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 후쿠야마지구 부지부장 등 다양한 진보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등 극우세력의 활동이 표면화돼 위기감을 느낀다"면서도 "한일 양국간의 상호비판과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미에 교사는 오는 30일 한국에서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다음은 스미에 교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이승욱
"일본에서 '왔다갔다 회(會)'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일본에서 중학교 교사로 교직원 노동조합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데 거기 선생님들을 모아서 한국과 일본간을 교류, 방문하는 모임이다. 이번에 방문이 다섯 번째 방문이 된다. 이번에도 '왔다갔다 회' 회원들과 함께 21일부터 26일까지 미군폭격장 매향리와 제주4.3항쟁 현장 등을 방문했고, 오늘은 강연회 때문에 대구에 방문했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한국 분인데 충북 제천이 고향이다. 그래서 그곳을 가보기도 했다."

- 한국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얘기하자면 길어진다. 외할머니가 한국 분이고 그런 가정적인 영향이 가장 컸다. 또 어머니가 일본에서 자라시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알게 됐다.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들에 대한 운동을 시작하면서 한국과 일본간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활동들이 연관되면서 여러 가지 한국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이 들었다."

-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후쿠야마 연락회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단체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면...

"관부재판은 위안부 끌려갔던 피해자 세 분,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일곱 분이 92년부터 강제징용과 정신대 문제를 일본정부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던 소송을 말한다. 야마구치 지방법원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했는데 그 판결 이후 히로시마현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면서 이 재판부터 단체를 만들어 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단체는 여러 재판의 공판이 있을 때마다 방청석을 단체 회원들이 꽉 메워서 재판부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넣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재판이 끝나면 피해자 할머니들 모시고 목욕도 하고 위로를 하는 활동도 한다. 또 이 문제를 일본 내에 알리기 위해서 소식지를 내고 강연도 벌이는데 최근엔 한국과 일본에 16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관부재판뿐만 아니라 조선인 피폭자 문제, 중국인 강제노동자 문제 등 세 가지 재판이 있는데 각 지원단체끼리 연대해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 최근 빚어지고 있었던 일본 우익단체들의 역사왜곡과정을 보면서 들었던 심정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 식민지 지배했던 것과 전쟁에 대해서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자세, 또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익단체에서 만든 교과서가 채택률이 낮았기 때문에 운동의 성과가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높이 평가할 수 없다. 양호학교(일본의 장애인학교), 일부 사립학교에 대해서 채택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가해자 시각에서 본 평화교육'을 이야기하는데 무얼 말하는 것인가?

"이십 년 전만 해도 히로시마에서 평화교육을 하는 것은 히로시마가 피폭을 당해서 정말 비참했다는, 또 자기들이 피해를 입은 피해자 입장에서 보니깐 그런 전쟁의 피해를 더 이상 당하면 안 된다는 교육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쟁에 대한 가해자의 입장으로서도 평화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피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왜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는지는 가르쳐야 한다. 히로시마는 아시아 침략의 전진기지였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에는 학생들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을 느끼고 그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승욱
- 일본에서는 보수와 진보 극렬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 같다. 일반인들의 시각은 어떤가. 특히 청소년들의 생각이 궁금한데...

"학교에서 직접 차근차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이해를 시키면 '아, 지금까지는 너무 몰랐다', '이해를 하고 나니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다'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았고, 부모에게 들은 적도 없고 부모세대들의 일이기 때문에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반인들도 이런 점에 대해선 마찬가지이다."

- 왜곡교과서 검정통과와 채택 이후 어떤 악영향이 미칠 것이고 어떤 부분이 우려되는지...

"이번에 검정에 통과한 채택된 학교가 양호학교가 많은데 그 교과서가 너무 어려워서 학교에서는 그 교과서를 가지고 잘 수업을 하지 못하고, 다른 부교재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 교과서가 그리 많이 쓰여질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원래 우익단체에서 주장하는 채택률보다는 많이 낮았지만 일단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 4년 후에 다시 교과서 채택을 할 때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악용해서 채택률을 늘여갈 우려가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에 학교 경영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채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생각하면 우려된다. 또 문부성에서 교과서 검정을 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겉으로는 자체적으로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그리고 과정이 공개돼 있지만 몇 차례를 검토하면서 결국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최근의 역사교과서 문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등 일본의 우익단체 영향과 군국주의화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보이는데... 일본인의 입장으로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최근 들어 확실히 느껴지는 게 있다. 최근엔 우익단체가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사실은 평범한 일본인들이 돈을 직접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돈을 들여 책을 사들이면서 여론을 조작하는 경우가 있다. 그 우익단체의 배후에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세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작년에 일본에서 전범재판을 열었는데 천황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 뒤에 강연을 계속하려고 하는데 강연회장을 빌려주기로 했던 측에서 약속을 취소하거나 강연 도중 우익단체에서 몰려와 의자를 던지면서 방해공작을 펼치는 등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우익세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겉으로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자신의 실체를 보이는데 최근에 들어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 정치적으로 한일간 마찰이 있고, 한국의 일반 국민들도 반일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어려운 질문이겠지만 어떤 해법이 있을까?

"지난번 대구에서 일본 왜곡교과서 불채택 관련단체가 히로시마 항의방문을 왔을 때도 우익단체가 내정간섭 아니냐면서 반발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서로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협력하며 연대해야 할 부분이지 내정간섭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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