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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퇴근하여 집으로 들어간 나에게 아내가 살짝 귀속말로 이야기를 하였다. "여보 태진이 위로 좀 해주세요."

'왜요'라는 내 말에 오늘 학원에서 여름방학 동안의 과제로 시험을 쳤단다. 영어가 80점 이상이 되지 않으면 손바닥을 맞는데 40대를 맞아서 손이 퉁퉁 부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 수학점수 발표를 하는데 20대 이상을 맞게 되어 있고, 과학도 몇 십 대를 맞기로 되어 있다며 짜증을 내고 밥도 먹지 않고 내일 학원에 가지 않을 거라고 집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아들녀석에게 저녁을 먹자고 하였다. 집사람 말은 잘 듣지 않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내 말은 아직은 무서워하면서도 잘 순종을 하는 편이다.

'오늘 수고했다'라는 내 말에 아들 녀석도 '뭘요, 보통이죠'라며 농담을 하였다. "몇 대 맞았노"라는 나의 물음에 저 엄마의 말과는 달리 '몇 대 안마저심더'라고 씨익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처음 맞을 때는 아프더니만 열 대 스무 대가 넘어 가니까 감각이 없어져 나중에 40대를 맞을 때에는 어떻게 맞은지 모르게 맞았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래서 나도 맞장구를 치며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손바닥을 맞을 때면 손바닥을 구부리면 절대로 안된다고 그러면 뼈가 다칠 수도 있다고 그리고 엉덩이를 맞을 때면 선생님이 매를 내려칠 때 같이 엉덩이를 숙이라고 그러면 조금 덜 아프다고 하였더니만 '아버지예 어떻게 그래 잘 알아예'하고 반문을 하면서 '안그래도 매 맞을 때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아버지도 학교 다닐 때 '매 마이 맞았다 아이가 공부 안한다고 집에서도 맞고 숙제 안해간다고 선생님께 매일 맞아다 아이가 그래서 잘안다 아이가'했더니만 아들녀석 하하하 웃으며 '부전자전이네요'라고 말하면서 밥숟가락을 든다.

밥을 먹는 아들녀석에게 '이번 시험이 어렵더나'라고 물으니 아이는 '저가 노력 안하고 공부를 게을리한 덕분이지예'하면서 다음부터는 '열심히 할께예 미안합니더'라며 머리를 숙인다. 속으로 벌써 다자랐구나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내일 학원 안갈끼가'라고 묻자 '어데예 저가 뿌린 씨앗은 저가 거둘랍니더. 낼 가서 마저 맞고 와야지예'하면서 밥과 반찬을 맛있게 먹는다.

잠시 후 잠이 들어 있는 아들 녀석의 손바닥을 쳐다보니 빨갛게 상기 되었다. 가져간 파스로 손바닥에 발라주고 주물러 주었다. '힘내거라, 아들아!'

덧붙이는 글 | 네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그 마음이 기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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