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는 10월, 서울 구로을 지역과 함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동대문을 선거구가 벌써부터 뜨거운 논쟁으로 불끈 달아오르고 있다. 더욱이 제도정치권 내에서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는 여야의 맞대결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선명성 논쟁이라는 점에서 재보궐 선거의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개혁'과 '진보'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양당의 대결에 이미 재출마 포기 의사를 밝힌 김영구 전의원 대신 누가 한나라당의 후보로 낙점될지에도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대문을의 경우 지금까지 윤곽을 드러낸 후보는 민주당의 허인회 위원장과 민주노동당의 장화식 위원장 정도이다. 민주당의 경우 공천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지만, 재보궐 선거를 이끌어냈고, 4·13총선의 패배 이후에도 계속해서 활동을 벌여 온 허위원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박상규 사무총장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 동대문을 재선 후보로 허위원장이 기정사실화됐으며 공천심사위라는 공식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21일 후보선출대회를 갖고 장화식 위원장을 동대문을 재보궐선거 후보로 선출한 상태다. 4·13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한나라당은 김전의원의 뒤를 이을 후보를 물색하기 위해 공천심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홍준표 박계동 전의원과 장광근 수석부대변인 등이다.

그러나, 박전의원의 경우엔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허위원장과 맞붙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다른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장 수석부대변인 역시 전국구 차기 후보 1순위라는 점과 당내 대변인단 중 가장 많은 활동을 하며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총재와의 오찬 이후 이총재 특보로 정계에 복귀하며 한나라당에 재입당서를 제출한 홍전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홍전의원의 이번 정계복귀는 지난 99년 3월 선거법 위반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지 2년 6개월만에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젊은 층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표갈라먹기가 현실적으로 나타난다면, '개혁'성향의 인물보다는 '보수'성향의 후보가 출마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점도 홍전의원의 출마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현재 김기배 사무총장이 거론 후보들을 대상으로 최종 접촉에 들어간 상태로 조만간 여권의 후보 선정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13 총선에선 한나라당 김전의원이 3만4796표를 얻어 3만4785표를 획득한 허위원장을 9표차로 물리치고, 가까스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었다. 이후 두 사람의 표차는 재검표를 통해 3표차이로 줄어들었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재선거가 이뤄진 게 된 것이다.

이때 함께 출마한 자민련 권승욱 후보와 민국당 최종근후보, 청년진보당 남병희 후보는 각각 3512표, 2608표와 1512표라는 미미한 득표를 기록, 2위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여줬었다.

'공개서한' 논쟁

이처럼 각 당의 후보들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속에서 촉발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대결'양상은 향후 정치권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대방의 아픈 곳을 찌르며, 먼저 공격을 퍼부은 것은 민주노동당의 장화식 위원장이었다. 최근 허위원장의 홈페이지(www.ih21.com)에 올린 공개서한 '재선거 출마를 포기하십시오'라는 글을 통해 총선후보 사퇴를 권고한 것.

장위원장은 "80년대 그 엄혹한 시절을 함께 생활해온 학교 선배로서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허 위원장의 1년 선배이긴 하지만 그 시절 민주투사로서의 모습은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고 글을 시작한 뒤 "그간 살아온 지난날과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며 진지하게 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그는 "정권 교체의 흥분과 노동자·서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집권한 김대중 정부지만 지금 이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면서 "김대중 정부를 노동자를 위한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위원장은 특히 허위원장이 김영구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위장전입을 시킨 점, 김대중 대통령에게 큰 절을 올리는 등 최고 권력자에 대해 도에 지나지게 행동한 점, 386의 근본정신을 망각한 채 기득권 세력에 안주하려 한다는 점 등을 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비록 후배지만 그 가슴아픈 변신과 과오를 주민들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 괴로우면서도 허위원장이 초심으로 돌아가 그동안 자신의 실수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몇 년 후 진정한 지도자가 돼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장위원장의 호소였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세가지. 장위원장의 글에 동조하는 네티즌들도 있는 반면 허위원장을 지지하는 측에선 "지난 수해때 비를 흠뻑 맞으며 앞장서서 구조와 복구 활동에 묵묵히 매달리던 허위원장을 봤다면 그런 말은 못할 것이다"며 "자신의 빈약한 지명도를 올리기 위한 비열한 전략"(ID 장안1동주민) 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방법상 문제를 비롯해 몇가지 이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노당의 장후보가 아주 점잖은 듯이 사퇴를 촉구하셨지만 개인적으로 같은 동문이고 선후배 지간이라면 더 나은 방법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요. 다시 없는 멋진 선거판을 기다리며…"(ID 딴동네), "이러한, 현실에서 민주노동당 위원장이 허위원장에게 후보출마를 하지 말라는 말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출마는 본인의 자유결정 사항이지 해라, 말아라 라고 논한다는 자체가 본인이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이라 사려된다"(ID 김무영)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

이런 논쟁에 대해 여권 초선의원의 한 관계자는 "누구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민주노동당이 동대문을 선거에서 반민주당, 반재벌 전략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면서 "젊은 층의 표가 분산될 경우 어부지리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실제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직접 정권과 연결된 결정적 선거는 아니지만,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 가는데 주목적이 있다"며 "이미 제도권 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386세대 의원들의 한계를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지지기반이 민주당과 겹치는 만큼 다소 무리해서라도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고 지역 특성상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정책을 부각시켜야 된다는 것.

그러나, 정작 또 다른 당사자인 허위원장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소 의외'라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까진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답변.

고대 출신 후보들

이처럼 이번 선거는 '개혁'과 '보수'의 양자 대결에 '진보'가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 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고대 3인방의 대결 가능성에도 흥미가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홍전의원이 낙점 될 경우엔 세 후보 모두가 이곳 출신이 되기 때문이다. 허위원장과 장위원장이 고대 출신의 80년대 초반 학번인 반면, 홍전의원은 77년 이곳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었다.

이와 함께 정외과 출신으로 삼민투 위원장을 거쳐 간첩접촉 혐의로 옥고를 치른뒤 집권당 후보로 출마한 허위원장과 안기부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출신 홍전의원의 대결도 관심을 불러모은다. 또한, 장위원장은 81년 법학과에 입학한 뒤 같은 해 문무대 입소반대투쟁으로 제적된 적이 있으며, 졸업 후 지금까지 노동운동에 힘을 기울인 인물이다. 현 사무금융연맹 정책담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한 때 이곳 출마설이 나돌던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박계동 전의원 역시 고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대표는 63년 법대를 졸업했으며, 70년대 초반 학번인 박전의원은 허위원장과 같은 정외과 출신으로 93년 늦깎이 졸업을 했다.

한편, 또 한명의 한나라당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연대 정외과 출신으로 허위원장과 맞붙을 경우 같은 전공을 가진 연고대 출신의 승부라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선서도 동대문을 지역 후보를 낸 바 있는 청년진보당도 사회당으로 당명을 개칭하고 재선거 후보에 김숙이 당 여성위원장을 선출, 일전을 기다리고 있다.

일차목표는 136석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야와 제도권 밖의 군소정당들이 동대문을 재선거에 역점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엔 또 다른 몇가지 측면들이 있다.

민주당으로선 지난 4월의 참패를 만회해야 하는 데다가 자칫 잘못하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3당 합당론'이나 '개혁세력연대론' 등의 향방이 이번 선거 결과에 의해 좌지우지 될 가능성도 높다.

한나라당으로서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기싸움속에 쉽게 승리를 할 경우엔 '이총재 대세론'에 더욱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겠지만, 자칫 양측의 공동 타깃이 돼 저조한 결과가 나타날 시에는 힘든 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득표율에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 역시 내심 '두자릿수 바람몰이'를 기대하는 눈치다. 지금까지의 선거결과로 볼 때 득표율이 10%만 넘어도 다음 선거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이번 10월 재보궐 선거는 원내 정국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총 의석수 273석중 공석은 2석. 여야가 표대결을 벌일 경우 한 석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인 136석을 넘기는 것은 당의 사활을 걸만큼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1당인 한나라당은 김영구 전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132석을 차지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장영신 전의원이 의원직을 잃음으로써 114석으로 줄어든 상태다. <표1-16대국회 의석변화 참조>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민주-자민-민국당의 3당 합당 성사를 가정하더라도 딱 과반수인 136석이 되기 때문에 이번 재보궐선거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각 당의 색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하게 나타날 이번 동대문을 재선거에서 민심의 향반은 어디로 쏠릴 것인지, 그리고 그 가능성이 높은 고대 출신 3인방 대결에서 흡족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후보는 과연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을 비롯, '화해와 전진' 포럼·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3정치세력화의 가능성에도 이번 선거 결과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